낙후됐던 농촌을 현대화하고 소득증대를 꾀하자는 목적으로 1970년 초 시작된 새마을 운동 노래 가사 일부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직접 작사, 작곡한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1962년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시작되면서 우리나라 경제는 공업과 수출을 구심점으로 급성장했다. 농촌은 상대적으로 이런 성장세를 타지 못하고 낙후, 농민들의 불만감이 고조됐다. 그러자 이를 무마하기 위해 정부 주도로 전개된 지역사회 개발 프로젝트가 바로 새마을 운동이다.
그러나 `초가집 없애고 마을 길 넓히는`, 그래서 `부자 마을`을 만들자는 애초의 취지는 이 운동이 도시와 공장, 전국으로 확대되고 정부가 전 국민들의 의식개혁을 이루려는 운동으로 변모되면서 바래졌다. 특히 박 전 대통령의 장기집권, 유신체제 유지를 위한 지지 기반으로서의 역할을 하게 되면서 새마을 운동은 거부감과 트라우마를 불러오는 단어가 되었다.
그런데 박 전 대통령의 혈육인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제2의 새마을 운동'을 언급해 입길에 오르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 20일 전국 새마을 지도자대회에 참석한 자리에서 "새마을 운동을 미래지향적인 시민의식 개혁 운동으로 발전시키고 범국민운동으로 승화시키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또 "새마을 운동은 우리 현대사를 바꿔놓은 정신혁명"이라면서 과거의 새마을 정신인 근면, 자조, 협동에 나눔과 봉사, 배려의 덕목을 더해 국민통합을 이끄는 공동체 운동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이 새마을 운동을 언급한 것이 처음은 아니지만 공식적인 자리에서 '제2의 새마을 운동'을 범국민운동으로 승화시키길 바란다고 말한 건 처음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논란은 금세 불붙었다. SNS 공간은 "유신체제로 돌아가자는 것이냐" "국민을 개조의 대상으로 보는 것이냐" "국민의 지적 수준을 모독하고 폄훼하는 행위다"란 아우성으로 들끓었다.
박 대통령은 왜 논란이 될 줄 뻔히 알면서도 이런 말을 했을까. 가장 너그럽게 보자면 우리 경제를 성장시키겠다는 일념, 의지 때문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새마을 운동은 농촌 발전에 있어선 단기적 성과를 냈던 게 사실이다. 1970년 농가소득은 25만5804원으로 도시가구 소득의 67%에 불과했는데 새마을 운동이 진행된 이후 1974년 농가소득은 67만4541원으로 크게 늘면서 도시가구 소득을 역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것이 정부가 주도하는 강압적인 전국민적 의식개혁 운동으로 변모되는 과정에서 "잘 살아보자"는 구호의 갖고 있던 일말의 자발성도 사라졌다. "잘 살기 위해선 어떠한 희생이나 대가를 치르는 것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으로 바뀌게 된 것이다. 여기에 유신의 추억까지 겹쳐지면 '제2의 새마을 운동'이 불러오는 건 거부감일 수밖에 없다.
만약 박 대통령이 의도적이었느냐 아니냐는 차치하고 그야말로 선의에서 "다시 한 번 잘 사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애써보자" "성장의 엔진을 다시 만들어 보자"는 얘기를 하고자 했다면 굳이 통합이니 정신개혁이니 하는 말은 하지 않았던게 좋지 않았을까.
또한 지금은 획일적이고 일사분란한 관(官) 주도의 경제 개발이 필요한 시점도 아니다. 고부가가치 지식산업이 기반이 되는 성장을 얘기할 때인데 과거지향적인 개념의 단어와 표현이 나온 것은 심히 유감이다.
우리가 잘 빠지는 오류, 잘 하는 착각이 있다. 바로 과거에 잘 됐던 방식을 또 쓰면 성공할 것이란 착각, 과거엔 실패했어도 다시 한 번 해 보면 잘 될 것이란 착각이 그것이다. 도박판에서 계속 베팅하게 만드는 '니어미스 효과(near-miss effect)'와도 비슷한 것. 그래서 '제 2의'란 수식을 단 캠페인이나 정책들도 계속 나오게 된다. 그러나 다시 하면 또 잘 될까. 상황이 달라졌는데 그럴 리 없다.
`뉴딜` 정책으로 경제를 살리 프랭클린 D. 루즈벨트 전 대통령(좌)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우)(출처=폭스뉴스) |
재정지출을 늘려 대대적인 인프라스트럭처 투자를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기를 살리겠다고 했다. 집권 2기 들어선 지금 실업률은 다소 낮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일자리는 생각만큼 많이 늘지 않았다. 일자리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니 사람들은 여전히 채무 줄이기(디레버리징)에 나서고 저축할 뿐 소비하지 않는다.
의료보험 지원 확대, 이른바 '오바마 케어'를 밀어붙여 개혁에 성공한 대통령의 이미지를 가졌지만 연방정부는 부도 직전까지 갔다 왔다. 여전히 한시적으로 부도를 막아둔 상태다.
부채한도(16조7000억달러)를 늘리지 않고선 지출을 늘릴 수 없는 정부가 과연 재정확대 정책을 계속 펼 수 있을까. 오바마 케어의 축소나 폐지를 얘기하는 공화당 주장에 동조하는 국민들도 서서히 많아지고 있다. 오바마 케어에 필요한 정부 예산은 올해부터 10년 동안 총 1조7600억달러로 추산된다.
지도자뿐만 아니라 누구든 뭔가를 도모하려고 하면 자기가 가장 잘 아는 것에서 출발하는 건 당연하다. 허나 철저한 분석과 검토를 거쳐서 타당성이 있다고 판단될 때 추진해야지, 자신이 아는 것이라고, 과거에 성공한 것이라고 해서 급변하고 있는 현 시점에도 적용하려고 한다면 문제다.
나눔에 신경쓰는 경제민주화하겠다고, 창조경제로 성장하는 시스템을 갖추겠다고 했던 약속은 진행중인가. 부디 '제2의 새마을 운동'은 "성장도 중요하다"는 맥락에서 나온 말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뉴스핌 Newspim] 김윤경 국제전문기자 (s91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