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입사원들, 더 안전한 증권사로 재취업
[뉴스핌=한기진 기자] # 10위권(자산순위) 증권사 입사 1년 차인 김모(29)씨는 지난주 우리투자증권 신입사원 면접에 다녀왔다. 회사규모가 커서도 급여가 높아서가 아니었다. 그는 “지금 일하는 곳보다 회사의 경영안정성이 더 있어 보였다”고 말했다. 속된 말로 '안 망할 것 같다'는 의미다. 금융투자업계의 오랜 불황으로 문을 닫는 회사나 정리해고가 늘자, 고용 안정성에 큰 비중을 뒀다는 것이다.
이런 추세는 최근 금융투자업계 신입사원 채용시장 가문 속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채용규모가 줄자 경영 안정성이 높은 대형사를 위주로 지원자가 몰렸고 중하위권 증권사에 일하던 신입사원급의 이동도 많이 늘었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신입사원 면접을 진행중인 우리투자증권은 10명 모집에 4500명이 지원, 450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통상 30여명을 선발했던 것에 비해 채용 규모를 크게 줄이자 경쟁률이 높아졌다.
경쟁률만 높아진 게 아니라 지원자의 증권가 근무 의지와 회사를 선택하는 눈은 더 까다로워졌다. 우리투자증권 관계자는 "이번 전형에는 해외대학 출신 지원자들과 타사 근무 경력이 있는 경력자들도 지원하는 등 신입사원 모집에서 요구하는 능력보다 높은 능력을 가진 지원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유상호 대표가 연세대학교, 이화여자대학교 등 대학가 취업설명회에 직접 나섰다. 덕분에 이달 끝난 하반기 신입사원 100명 채용에 100대1의 경쟁률을 보였다. 유상호 대표의 설명회가 인기를 모은데다 업계 상위권의 수익성에 따른 안정성이 취업 준비생에게 매력으로 다가왔다는 풀이가 나온다.
경력자들 사이에서도 안정성을 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자산운용사에 다니던 박모(38) 차장은 업무가 훨씬 힘들고 규모도 작은 부티크로 이직했다. 부티크는 사실상 개인 전문 투자사로 주식투자는 물론 인수합병(M&A) 등에 관여하면서 브로커 수익을 얻는다. 박 차장은 “현금유동성이 많은 곳으로 전에 다니는 곳보다 훨씬 안정적”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부티크는 최근 구조조정으로 회사를 나온 펀드매니저를 중심으로 크게 늘어나고 있다. 주로 여의도 증권가 SK트레뉴빌딩에 사무실이 집중적으로 몰려있다.
최근 CEO들 사이에서 부쩍 늘고 있는 직원과의 ‘스킨십’ 경영도 이 같은 고용불안을 달래기 위한 목적이다.
윤경은 현대증권 사장은 올해 입사한 신입사원들과 가족을 여의도 콘래드호텔에 초청해 직접 사원증을 수여하고 부모님에게 회사 소개와 경영전략을 소개했다. 애사심과 회사에 대한 자부심을 고취시키기 위한 것이었다.
김원규 우리투자증권 사장은 지난 7월 취임 후 첫 공식일정이자 두 달 일정으로 전국 각지 지점을 돌며 직원들을 달랬다.
김기범 KDB대우증권 사장은 매주 월요일 본사 부서별로 돌아가며 진행하는 '런치타임'이 호응을 얻고 있다. 김 사장은 임직원들도 고객과 같다는 생각으로 전 임직원들에게 멀티시계, 머그컵 등으로 구성된 '씽크유 박스'(Think you Box)박스를 전달하기도 했다.
[뉴스핌 Newspim] 한기진 기자 (hkj7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