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 해외사업, 거래소 "줄이자" VS 예탁원 "늘리자"
<유재훈 한국예탁결제원 사장(左), 최경수 한국거래소 이사장(右)> |
[뉴스핌=서정은 기자] 한국거래소와 한국예탁결제원이 '수익성 악화' 속에 해외 사업에 대해 서로 다른 답을 내놨다.
비용 지출이 큰 신흥국 해외사업을 거래소는 깎고 예탁원은 적극적으로 투자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유재훈 예탁결제원 사장은 지난 2일 신년사를 통해 "우리 회사 사업의 해외진출 측면에서는 현재 진행 중인 개도국 증권시장에 대한 인프라 구축 지원 사업에 적극적으롷 나서겠다"고 밝혔다.
유 사장은 "신성장 사업과 해외사업에 힘써 나간다면 회사의 사업구조는 거래소 부문보다는 비거래소 부문이, 전통적 비즈니스보다는 부가가치 비즈니스가, 국내독점 비즈니스보다는 외국 인프라 기관 등과의 경쟁 비즈니스가 중심이 돼 성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탁원은 최근 증시침체로 거래대금이 급감하면서 영업이익률이 2005년 이후 처음으로 10%를 밑돌 것으로 전망되는 상태다.
이 상태가 장기화한다면 내년 이후에는 영업적자 가능성이 높은 만큼 장기적으로 성장동력을 찾아야 한다는 간절함이 반영된 결과다.
예탁원 해외사업부 관계자는 "국제 관련 은행을 활용해 기업들과 예탁원이 자금을 조달해 개도국에 적극적으로 투자할 것"이라며 "베트남, 태국 등 ASEAN 국가와 몽골,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 등 중앙아시아를 중심으로 인프라 구축 사업에 진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신흥국에 투자하는 사업은 바로 성과가 나오는 사업이 아닌 만큼 여러 가지 방향을 고민해 결정할 것"이라며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하기 위해 여러 가지 고민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해외사업에 적극적인 투자를 결정한 예탁원과 달리 거래소는 축소의 칼을 빼 들었다.
라오스와 캄보디아 거래소가 연이어 적자를 내면서 지난해 국감 당시 '밑 빠진 독'이라는 비판을 받은 데다 이번에 방만 경영 중점기관으로 지명되면서 당장 비용을 축소해야 하는 필요성이 생겼기 때문.
최경수 이사장은 앞서 "라오스나 캄보디아 등 해외사업 쪽을 맡은 직원들을 단계적으로 철수시킬 생각"이라며 "반기마다 1명씩 줄여서 최소수준인 2명 정도만 유지하려고 한다"고 의중을 전하기도 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당장 예산을 축소해야 하는 상황인 만큼 고정으로 들어가는 운용인력을 줄여야 하지 않겠냐"며 "대신 선진 시장 쪽 투자를 키우는 만큼 '선택과 집중'이라고 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 기관의 다른 행보를 보면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은 안타까움을 표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거래소는 2년 전 만해도 신흥시장을 통해 먹거리를 찾는다더니 수익성이 침체되자 투자한 부분을 매몰비용으로 바꿔버렸다"며 "사업방향이 조변석개하는데, 과연 얼만큼 국내 자본시장이 선진화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뉴스핌 Newspim] 서정은 기자 (lovem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