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매체를 통해 널리 알려진 바 없었던 차가운 체리(드럼 이유한, 보컬 김빨강, 기타 유현진) 멤버들을 직접 만났다. 어쿠스틱 밴드답게 부드러운 인상이었지만, 미국 드라마 뎁스터에서 토막난 시체를 뜻했던 '차가운 체리'를 팀 이름으로 지은 점이나, '빨강'이라는 보컬의 예명이 심상치는 않아 보였다.
"어느 날 미드를 보다가 '차가운 체리'라는 말을 쓰는 걸 봤죠. 굉장히 소중하게 여기는 걸 보고 '아 나도 소중하게 여겨지는 음악을 하고 싶다'는 의미에서 지어봤어요. 사실 처음에는 현진이랑 둘이 어쿠스틱 음악을 하다 보니 자매같은 느낌이 있어서 '시스터'로 할까도 생각했는데, 안하길 정말 잘했죠.(웃음) 또 제가 빨간색을 좋아하는데, SNS에 적어놓은 이름을 팬들이 인상깊게 봐 주셔서 예명으로 짓게 됐어요." (김빨강)
차가운 체리는 김빨강이 군대에서 복학할 무렵, 같은 학교에서 만난 유현진과 결성한 밴드다. 드럼의 이유한은 팀 결성 1년 후 선배의 권유로 합류하게 됐다. 포크보다는 락을 기반으로 하는 어쿠스틱 팝 밴드 차가운 체리는 세 명의 멤버 외에 객원 멤버로 건반과 베이스가 함께 공연 무대에 오른다.
"어쿠스틱 팝 밴드를 기반으로 트렌디한 음악보다는 오래오래 기억에 남고 질리지 않는 음악을 추구하는 편이에요. 우리만의 색깔도 짙게 넣고, 가사로 이야기를 하려고 하죠. 특히 가사가 다른 노래보다는 좀 신비롭고 색다르다고 봐요.(웃음) 대중가요에서 나올법한 가사는 아니지만, 무의식중에 공감을 일으킬 만한 이야기들을 쓰죠. 일반적이지 않은 멜로디, 편곡도 다른 점이고요. 의외이고 새롭게 다가오지만 즐길 수 있는 음악을 만들고 싶어요."
차가운 체리의 '성장통'은 최영도 테마로 사랑받았지만 사실 원곡은 지난해 3월에 발매한 싱글이었다. 복잡 미묘한 영도 캐릭터에 맞는 곡을 찾던 음악감독이 여러 곡을 모니터하던 중, '기존 가요들보다 색깔이 잘 맞는다'고 직접 선택해 기회를 얻게 됐다. 이들은 특별히 전형적이지 않고 유니크한 최영도 캐릭터의 테마를 부르게 돼 만족스러웠다고 소감을 말했다.
"OST 곡을 처음 해 봐서 굉장히 어렵기는 했어요. 원곡의 가사나 멜로디 라인을 드라마틱하게 바꿔야 했죠. 첫사랑을 실패한 사람이 성장통을 겪는다는 가사를 영도에 맞게 다시 썼어요. '사랑 난 배운 적이 없는데'라는 가사에 좀 힘을 줬죠. 뭐든 다 가진 영도가 말도 안 되는 여자를 좋아하게 되면서 감정을 감당할 수 없어하는, 그 부분에 포커스를 맞췄어요. 특히 김우빈 씨가 많이 주목받는 캐릭터를 연기해줘서, 오히려 저희까지 독특한 매력이 느껴지게끔 됐어요. 정말 좋았죠."
드라마 OST를 의도하고 곡을 쓴 것은 아니었기에, 새로운 작업에 고생도 많았지만 느낀 점도 많았다. 특히 공중파 인기 드라마라는 상상 이상의 매체 파급력에는 멤버들 모두가 상당히 놀란 눈치였다. 드라마와 음악의 시너지 효과가 컸던 만큼 주변 사람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사실 저희가 리스너들의 입장을 많이 생각하고 음악을 하는 편은 아니었어요. 원래 보여주고 싶은 걸 진솔하게 얘기하자는 주의였죠. 그 갭을 좁혀가는 걸 조금은 경험했어요. 곡을 쓰고, 맞춰서 뮤직비디오 콘셉트를 잡기도 힘든데, 드라마 음악은 나오는 순간부터 장면과 한편의 뮤직비디오처럼 자동으로 연출되더라고요. 나중엔 최영도 분량을 짜깁기해서 스페인어 자막까지 입혀진 '성장통' 영상을 보고 매체의 영향력이 대단하단 걸 다시 한 번 느꼈죠."
완전히 똑같은 장르는 아니지만, 엠씨더맥스나 정준영, 버스커버스커 등 락을 기반으로 비주류 음악 열풍도 최근 나타나고 있다. 차가운 체리는 분명히 긍정적인 흐름이라는 데에 동의하면서도, 일부러 대중적으로 음악을 만들어 따라가고 싶지는 않다며 고집스러움을 드러냈다.
"대중들에게는 사실 버스커버스커가 최초의 어쿠스틱 음악일 수도 있잖아요. 그간 들리는 음악의 폭이 굉장히 좁았으니까요. 그렇게 대중들의 귀도 더 열리게 되고, 우리 같은 친구들에게 관심 갖게 되는 거라고 생각해요. 고무적인 일이죠. 하지만 유튜브나 온라인에서도 입소문이 쉽지만은 않잖아요. 시류에 편승해서 이지 리스닝을 만들기 보다는 우리만의 색깔을 더 잘 보여드리는 게 중요하다고 봐요."
TV에 차가운 체리의 음악이 나오는 걸 듣고 가장 좋아한 건 역시 가족들이었다. 20대 후반부터 30대 초반의 나이인 멤버들은 "그간 걱정하신 부모님들이 정말 좋아하셨다"고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이들은 TV 출연에서부터 커다란 락페스티발의 메인스테이지까지 작지 않은 포부를 드러내며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2014년을 바라고 있었다.
"지난해 12월31일에 콘서트를 하고 미니 앨범을 작업 중이에요. '성장통'이 잘 돼서 그런지 그게 없었으면 몰라도 사람인지라 부담이 되더라고요. 물론 노래도 좋았지만 드라마의 힘이 굉장히 컸다고 생각해요. 다른 노래들도 대중적인 사랑을 받게 되면 바랄 나위가 없겠죠. 좋은 노래를 들려 드리려고 열심히 준비 중이에요. 2월에 미니 앨범이 나올 예정인데, 피곤할 정도로 활동 해보는 게 올해 소망이에요." [장소 협조=폴라리스]
"콜라보레이션 무대요? 장필순 선배와 한 번 더!" "장필순 선배랑 같이 예전에 마포아트센터에서 공연을 해봤었어요. 선배랑 각자의 곡을 편곡해서 준비했는데 갑자기 앵콜곡에서 듀엣을 하자고 하셔서 즉흥적으로 하게 됐죠. 정말 좋았어요. 그 때를 생각하면서 장필순 선배랑 듀엣곡을 한번 더 해보고 싶어요. 저흰 아직은 많은 경험이 없어서 그런지 무대에서 잘해야겠다는 생각에 긴장을 많이 해요. 선배의 여유와 공연 자체를 말하듯이 즐기시는 걸 보고 많이 감동 받았어요. 진짜 그때 너무 얼어 있어서 잘 기억도 안나요. 다시 잘 해보고 싶어요." (김빨강) "가수 아이유에게 차가운 체리의 곡을 주면 어떨까 생각해본 적은 있어요. 어울릴 것 같았거든요. 사실 직접 써 본 적도 있어요! 그냥 좋은 추억으로 남기려고요.(웃음)" (유현진) "제이래빗 음색을 굉장히 좋아해요. 둘 다 하이톤에 굉장히 매력적인 보컬이잖아요. 빨강이랑 저랑 엄청난 팬이에요. 빨강이 목소리가 괜시리 슬픈 톤이라, 밝은 톤과 잘 어울릴 것 같아요. 한번 같이 해봤으면 좋겠네요." (이유한) |
[뉴스핌 Newspim] 글 양진영 기자 (jyyang@newspim.com) · 사진 강소연 기자 (kang1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