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 불안감 확대로 글로벌 시장 불확실성 당분간 지속 전망
사상 최고치 행진을 이어온 미국 뉴욕 증시가 새해 들어 혼조 국면에 진입했다. 무려 28개월동안 이어온 상승세에 대한 피로감이 극에 달하고 있는 가운데 '조정'의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글로벌 경기회복 기대감이 아직 지속되고 본격적인 어닝시즌에 일부 기업실적도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시장은 추가 매수에 대한 기대감보다는 악재에 더 크게 반응하는 불안한 모습이다. 뉴스핌은 새해 초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과 한국과 중국 등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세계 증시의 혼조세에 대한 시장 안팎의 분석과 전망, 주요 이슈 등을 점검해보는 기획을 마련했다.[편집자註]
[뉴스핌=노종빈 기자] 새해 들어 미국 증시는 경기 회복과 기업실적 개선이라는 궁극적 주가 호재에도 불구, 중요한 타이밍마다 고비를 넘기지 못하면서 상승 폭을 크게 늘리지 못했다.
주된 이유는 투자자들의 장세에 대한 불안감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불안감의 원인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무엇보다 향후 시중 유동성 흐름에 대한 투자자들의 확신이 크게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 美 연준 내 부쩍 강해진 '매파' 입김에 투자심리 '부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 11일 스탠리 피셔 전 이스라엘 중앙은행 총재를 미국 연방준비제도 부의장으로 지명했는데 이는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원래 오바마는 연준 의장으로 민주당 성향이 짙은 로런스 서머스 전 국가경제위원장을 염두에 뒀으나 시장의 반대로 좌절된 바 있다.
이에 비둘기파로 분류되며 대화와 설득에 강한 것으로 평가되는 옐런 의장이 과거 버냉키 의장과 같이 리더십을 발휘 연준내 의사결정 과정을 주도해 갈 수 있을 지도 관심이다.
오바마는 부위원장에 매파인 스탠리 피셔를 임명함으로써 절반의 성공을 거둔 셈이다. 언제든 오바마는 옐런 총재가 정책 가속페달을 밟을 때마다 스탠리 피셔라는 자동 제어장치를 가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피셔는 벤 버냉키 연준 의장과 서머스의 스승이자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올리비에 블랑샤르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 등의 은사이기도 하다. 이미 국제 금융경제학계의 거두로 자리잡은지 오래이며, 차기 의장인 옐런보다도 한 단계 명망이 높은 인물이다.
피셔의 연준 부의장 지명은 연준내 힘의 균형을 조절함과 동시에 연준내 매파의 영향력도 크게 늘어남을 의미한다. 따라서 서머스에 비해서도 조금도 손색이 없는 카드인 셈이다.
◆ 연준의 '꽃놀이패' 국면…지수 등락 손안에
투자자들은 올해 초 연준 의장 교체기를 힘의 진공상태이자 불안정한 과도기로 인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최근에는 일부 연준 총재들이 돌아가면서 작심한 듯 테이퍼링 강화에 대한 발언을 쏟아내며 시장 주도권을 굳히려는 모습이다.
지난 13일 록하트 애틀랜타 연준 총재는 "100억 달러 수준의 테이퍼링을 추가 진행하는 것을 지지한다"면서 "추가적인 양적완화 축소는 가능한 수준일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날인 14일에는 댈러스 연방준비은행의 리처드 피셔 총재가 한 걸음 더 나아가 "연준의 테이퍼링 규모를 12월에 비해 두 배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자산 매입 축소를 월 100억달러에서 200억달러로 늘려야 한다는 얘기다.
테이퍼링을 강화하는 것은 시장 유동성 축소라는 파급을 가져올 수 있고, 증시의 상승에는 타격을 준다. 테이퍼링 강화 언급만 하면 시장은 요동치고 투자자들은 신규 진입을 꺼리고 있는 것이다.
실제 지난달 12월 열린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준 위원들은 "현재 이뤄지고 있는 양적완화 프로그램이 장기화되면서 점차 그 효과가 줄어들고 있다"고 판단했다. 다수 위원들은 "올해 하반기 안에 자산매입 프로그램이 완전히 종료돼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결국 현 국면은 연준 위원들에게 사실상의 '꽃놀이패'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쏟아지고 있는 매파적인 연준 총재들의 발언이 더 직격으로 시장에 반영되는 결과를 낳고 있다. 연준 위원들의 말 한 마디가 마치 금리를 올렸다내렸다 하면서 증시를 움직이는 것과 마찬가지의 효과를 내고 있는 것이다.
◆ 고용지표보다 연준 위원 발언에 '관심'
현재의 국면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지난 12월 최악의 고용시장 일자리 증가수치 조차도 시장에서 그다지 파급력을 갖지 못한 것을 보면 현 시장 상황의 속성을 엿볼 수 있다.
평소 같으면 당연히 시장에 큰 영향을 줬어야 했지만 실업률보다 더 증시를 좌우한 것은 연준 위원들의 발언이었다.
연준으로서도 증시의 조정 가능성이라는 방아쇠를 틀어쥐고 당분간 지수 움직임을 콘트롤하겠다는 의지가 확연히 느껴지는 모습이다.
결국 올해 연말, 이르면 하반기 중 테이퍼링이 완전히 종료되기 전까지는 시장의 불확실성이 계속 될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공격적인 추격매수 세력들이 관망세에 들어가게 되고 급매물을 중심으로 매물이 늘어나며 주가는 흔들리게 되는 이유다.
연준 입장에서는 지수를 컨트롤하는 효과적인 스위치를 설치하게 된 셈이며, 이같은 상황은 실제로 연준이 테이퍼링 규모를 추가 확대(양적완화 추가 축소)하는 결정을 내리기 전까지 불확실성으로 지속될 전망이다.
당장은 아니지만 실업률과 함께 향후 물가의 움직임도 충분히 변수가 될 수 있다. 이에 따라 내년 중으로 전망되고 있는 미국의 금리 인상 시점도 조기에 앞당겨질 가능성도 있다.
메시로우 파이낸셜의 다이안 스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궁극적으로 테이퍼링 속도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빠르게 개선세를 유지하느냐 여부에 달려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연준이 예상보다 빨리 올해 하반기 중 양적완화 프로그램을 종료할 것이라는 쪽에 무게를 실었다.
[뉴스핌 Newspim] 노종빈 기자 (unti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