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만 4000억원대 순매수, '이색' 행보 주목
기대했던 증시의 '1월 효과'가 실종되면서, 낙관적이었던 연간 증시 전망이 흔들리고 있다. 하지만 1분기에 대한 기대치가 낮았기 때문에 비관적인 분위기는 아니다. 매매 기회, 시점을 포착하려면 흔들림 속에서 연간 흐름을 결정할 추세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뉴스핌은 1월 한 달 증시 변화와 전문가 진단을 통해 외국인 투자자의 패턴 변화, 연초 시장을 움직인 정책과 테마, 관심이 집중된 종목, 두드러진 매매 및 운용전략, 기업실적 전망의 변화 등을 점검해 본다. <편집자 주>
[뉴스핌=한기진 기자] 1조3575억원 VS 4195억원(1월2~27일 기준)
올 1월 외국인이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서 보여준 엇갈린 행보를 그대로 나타내는 수치다. 올 들어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1조3575억원을 순매도했지만 코스닥에서 4195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연초에는 기대감에 주가가 오른다는 1월 효과의 명암이 분명하게 갈린 셈이다. 이런 결과를 놓고 코스피 시장에서는 현재 주가수준에 고민과 대외악재에 따라 반응한 반면, 코스닥에서는 성장성 있는 종목을 찾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증권가가 가장 주목하는 쪽은 코스닥에서 외국인의 움직임이다. 코스피는 삼성전자, 현대차 등의 주요기업의 실적 부진과 미국의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에 따른 아르헨티나 등 신흥국의 충격으로 약세가 어느 정도 예견됐다.
◆ 코스닥 주목하는 외국인
하지만 외국인이 코스닥에서 보여준 거래 형태는 새로웠다. 우리 시장에 잘 알려진 운용규모가 약 400억 달러인 iShares와 뱅가드 신흥시장 ETF 등은 대형주에만 투자했다. 그런데 신흥시장 전체적으로 성과가 부진하자 소형주에 투자하는 다양한 상품이 나왔고, 우리나라의 코스닥을 주목한 것이다. 신흥시장 소형주 성장형 펀드 자금은 2013년에 지속적으로 유입되더니 최근 12조 달러를 넘었다.
이영준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소형주 전용 상품이나 투자 유니버스를 소형주로 확대하는 벤치마크 활용 증가는 소형주 수급 개선에 일조하고 있다”면서 “대형주의 성장성에 대한 의심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소형 성장주는 프리미엄을 누리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외국인의 관심이 증가하면서 거래량이 늘고 보유비율도 높아지는 종목이 크게 늘었다. 한 달 사이 루멘스, 보령제약, 신세계인터내셔날, 에스엠, 영원무역, 와이지엔터테인먼트, 원익IPS,이오테크닉스, 한미약품 등은 매수 매도 거래량이 적게는 40%에서 많게는 140% 늘었다.
◆ 강력한 지지선 PBR1배도 무너져
코스피에서 외국인의 생각은 좀 복잡하다.
업계에서는 PBR 1배인 1920~1940포인트는 지켜낼 것으로 봤는데 외국인은 이 구간에서도 순매도를 계속했다. PBR 1배는 지난해 6월 버냉키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위원장(FOMC)이 양적완화 축소 발언으로 신흥국가의 증시 동반 급락이 발생했을 때 PBR 0.95배 수준까지 떨어졌다가 1배를 곧바로 회복해 강력한 지지력으로 여겨졌다.
김영일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외국인은 코스피 과매도 진입 이후에 2주 연속 순매도를 하고 있는데 코스피가 싸다고 생각하지 않는 듯하다”고 분석했다.
코스피가 싸다고 생각하지 않는 데는 삼성전자, 현대기아차 등 주요 업종의 실적 실망감이 예상보다 컸다는 이유가 있다. 그렇다고 향후 실적이 크게 개선될 것이란 전망을 찾기 어렵다.
실제로 2007년 이후 어닝 시즌 진입 시점의 전망치 대비 실제 발표치의 괴리율은 평균 30% 수준을 보이고 있고 금융위기로 실적 변동성이 확대되었던 2008년을 제외하더라도 24.8%의 높은 괴리율을 보이고 있다.
조성준 NH농협증권 애널리스트는 “4분기 실적은 계절적 요인에 의한 반복적 요소가 반영되어 있기 때문에 신뢰성이 크지 않은데도 불구, 외국인들이 주식시장에서 4분기 실적에 대해 다소 과도한 과민반응을 보인 것”이라고 진단했다.
◆ “신흥국내, 한국 강점 부각될 수도”
이 같은 상황에서 국내 증시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미국과 중국의 경제 지표도 좋지 않았다. 미국에서는 12월 소매판매가 증가세를 이어갔지만 12월 Markit 제조업 PMI 예비치는 53.7로 3개월 만에 하락했고, 중국 1월 HSBC 제조업 PMI 예비치도 49.6으로 6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G2 제조업 지표 부진으로 글로벌 경기 회복 둔화 우려를 높였다
신흥국에서는 금융위기로 번질 조짐이자 외국인을 더 흔들었다. 아르헨티나 페소화가 이틀간 16% 폭락한 가운데, 터키의 리라화가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고, 러시아 루블화, 남아공 란드화 등 신흥국 통화가치가 하락세를 나타냈다. 해외증시는 스페인이 3.64% 급락한 가운데, 프랑스(-2.79%), 독일(-2.48%), 이탈리아(-2.3%), 미국 나스닥지수(-2.15%), S&P500지수(-2.09%) 등 대부분 선진지수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하지만 신흥국 전반의 패닉으로 우리나라에서 단기적인 외국인 자금 이탈을 배제할 수 없지만 그 규모는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 신흥국 우려로 엔화강세/원화약세 심화 ▶ 신흥국내 한국의 우수한 재정건전성 ▶ 세계 경기회복 최대 수혜국이 한국이라는 인식 확산으로 지난 2013년 8월 이후와 같이 외국인들의 관심을 높이는 전화위복의 기회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뉴스핌 Newspim] 한기진 기자 (hkj7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