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코리아펀드'를 대표펀드로 육성..장기투자 문화 정착시킬 것
<사진: 김학선 기자> |
존 리(John Lee)(사진) 메리츠자산운용 대표는 12일 뉴스핌과 인터뷰를 갖고 "'코리아펀드'를 메리츠의 대표펀드로 키워 대한민국의 명품펀드로 키워낼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 "메리츠, 누구나 입사하고 싶어하는 운용사 만들 것"
리 대표가 메리츠운용을 이끌기 시작한 지 이제 1개월. 월가에서 한국 전문 펀드매니저로 20년 넘게 쌓은 경력답게 펀드에 대한 그만의 철학은 뚜렷했다.
1곳의 국가에 투자하는 여러개의 펀드를 만들어 운용하지 않고, 1개의 대표상품으로 만들겠다는 것. 그는 명품백 시장에서 절대적 명성을 날리고 있는 샤넬에 비유해 설명했다.
"한국 시장에 투자하면서 같은 인덱스를 추종하는 펀드가 한 회사당 여러개 있을 이유가 없습니다. '메리츠코리아펀드' 대표펀드 1개로만 운용해 그 성적에 대해 확실히 책임지겠습니다. 마치 명품백의 샤넬처럼요. 이것이 메리츠가 앞으로 추구해 나갈 색(色)입니다"
리 대표는 1980년 연세대학교를 중퇴한 뒤 미국으로 건너가 뉴욕대 회계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미국의 스쿠더 스티븐스 앤 클락(Scudder Stevens and Clark), 도이치투신운용, 라자드자산운용에 몸 담아왔다.
특히 그는 한국 주식에 투자하는 세계 최초의 뮤추얼펀드인 '더 코리아 펀드(The Korea Fund)'를 운용해 온 매니저로 유명하다. 1991년부터 2005년까지 14년간 이 펀드 매니저로 활동했다. 이 기간 펀드 규모는 1억5000만달러에서 15억달러까지 10배 성장했다.
스쿠더를 거쳐 도이치투신운용, 라자드자산운용에 몸 담으며 20년 넘게 월가 생활을 한 리 대표를 국내로 이끈 가장 큰 이유는 뭘까. 리 대표는 "메리츠운용을 바꿀 수 있을 것이란 확신이 들었다"는 답을 내놓았다. 그가 가진 장기철학을 고수해 시장을 이겨온 실력을 또 다시 발휘해보겠다는 각오로 들렸다.
"지난해 메리츠운용 성적은 하위권에 있었어요. 메리츠가 변하길 원하는 열망이 간절할 시점이었고 저도 메리츠를 한국에서 가장 운용을 잘하는 자산운용사로 만들어보고 싶다는 목표를 갖게 됐어요. 단순히 펀드를 더 파는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누구나 입사하고 싶어하는 운용사로 만드는 것이죠."
월가 전문가 답게 해외 시장에서도 능력을 발휘할 계획이다.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한 작업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고, 미국, 유럽 기관들의 러브콜도 받기 시작했다.
◆ "운용사 보스는 CEO가 아니라 고객"<사진: 김학선 기자>
변화의 바람도 메리츠 안팎으로 불기 시작했다. 먼저 여의도를 떠나 북촌으로 터를 옮긴 본사. 리 대표는 사무실 가장 안쪽에 자리잡은 사장실을 없애고, 직원들과 똑같은 사이즈의 공간으로 사무실 가운데서 업무를 보고 있다. 본부장, 팀장 직급제도 없애 보고 체계 역시 단순화했다. CEO 전용차도 없다.
"방 크기가 CEO의 능력을 나타나는 것이 아닙니다. 사람의 파워(Power)는 방이 아닌 머리에서 나오는 거에요. 언제든지 CEO와 이야기 나누고 의견을 교환하고 소통할 수 있어야 합니다. 소통 없이 경직된 문화로는 고객을 모실 수 없습니다."
무엇보다 그는 자유로운 분위기를 갖추는 것을 최우선적으로 중요시하고 있다. 다시 말해 '생각할 수 있는 문화, 반대할 수 있는 문화, 질문할 수 있는 문화'를 정착시키겠다는 게 그의 목표.
특유의 자신감 속에 내재된 겸손함에는 고객에 대한 신뢰를 얻겠다는 의지가 엿보였다. 고객에게 신뢰받지 못한다면 자금을 유치할 수 없다는게 그의 생각이다.
"자산운용사의 보스(Boss)는 사장이 아니라 고객입니다. 고객이 우리를 믿고 돈을 맡긴다는 것은 가장 뛰어난 아이디어를 제네레이트(generate, 발생시키다)해서 고객 돈을 맥시마이즈(maximize, 극대화하다)하는 것 아니겠어요."
◆ "젊은이들이여, 테이크아웃 커피 마시지말고 주식 사라"
리 대표는 주식에 대한 투자철학을 얘기할 때 더 자신감이 넘쳤다. 한국에서 주식 투자가 투기로 비춰질 때 안타깝다면서 '롱텀' 투자 문화가 자리잡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부분 사람은 롱텀(장기) 투자라는 것에 실감이 안 나나 봐요. 단순히 내일 주식 가격이 어찌 될 지에만 관심이 있고 그것을 맞추려고만 하다 보니 문제가 생기는 거예요. 주식은 20년 갖고 있을 수도 있고 자식에게 물려주고 죽을 수도 있는 거예요."
그는 주식 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제대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주식에 투자하는 것은 회사의 일부분을 사는 것입니다. 삼성전자를 샀다는 것은 내가 삼성전자 경영진과 동업자라는 얘기예요. 그렇기 때문에 한국 기업에 투자할 때도 한국만 보지 않고 중국 라이벌도 들여다 보는 등 발품을 팔아야 해요 . 우리가 고객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 그것입니다."
30년 가까이 주식과 동거동락 해오며 쌓은 리 대표에게 젊은층에게 해줄 수 있는 조언을 구했다. 그는 "대학생들이 비싼 테이크아웃 커피를 마시는 돈이 너무 아깝다"고 말을 이어갔다.
"20년 전에 하루 1만원씩 삼성전자 주식에 투자했으면 지금 20억원이에요. 커피 마시지 말고 신차를 바꾸는데 돈을 낭비하지 마세요. 세상에 공짜 점심은 결코 없습니다. 젊은 사람들일 수록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을 추구하죠. 지금부터 세부적으로 은퇴 후 인생에 대한 준비를 해야 합니다."
[뉴스핌 Newspim] 이에라 기자 (ER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