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금은 핵심 쟁점…전 재무팀장 증거 반박 주력할 듯
14일 선고공판을 위해 법정에 들어서는 이재현 CJ그룹 회장. <사진=김학선 기자> |
이 회장 측이 판결문을 검토할 시간적 여유도 없던 상태에서 즉각 항소라는 카드를 꺼내든 건 그만큼 1심 선고가 예상했던 것보다 참패에 가까웠다는 반증이다.
사실 이번 선고공판에서 이 회장 측의 주장이 받아들여진 부분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비자금 조성 부분은 이 회장 측에게는 상당히 민감한 부분이다. 이 부분에 대한 혐의를 벗는 것은 결국 이 회장 측의 무죄 주장의 핵심이다. 항소심이 진행되면 상당한 공방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그래픽=송유미 기자> |
해외 페이퍼컴퍼니를 통한 조세포탈 부분에서는 검찰 측의 공소사실 절반가량인 255억9000만원만 인정됐지만 680억원 규모의 비자금 조성혐의나 배임 등의 혐의 등은 검찰 측 주장이 거의 그대로 반영됐다.
특히 가장 첨예한 쟁점이 됐던 비자금의 성격과 용처에 대한 주장이 받아드려지지 않은 것이 실형으로 이어지는 가장 큰 이유가 됐다.
이 회장 측에서 이번 판결에 가장 유감을 표현한 것도 바로 이 비자금 쟁점이었다.
사실 이 비자금 관련 혐의에서 가장 핵심으로 떠올랐던 것은 CJ에서 이 회장의 개인재산 담당 업무를 맡았던 이모 전 CJ 재무2팀장의 증언이었다. 그가 검찰 측 증인으로 출석해 “금고에 보관 중인 자금은 모두 이 회장 개인 자금이었다”고 주장했던 것이다.
아울러 그가 검찰에 제출한 당시 개인 금고 입출금 내역이 담긴 ‘일계표’는 이번 유죄 판결에 가장 큰 근거가 됐다.
이 때문에 이 회장은 향후 항소심에서는 이 비자금이 이 회장의 개인재산과 분리돼 사용됐고 분리 보관됐다는 사실을 입증하는데 더욱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CJ그룹 관계자는 “향후 항소심에서는 이 비자금 관련 쟁점이 핵심이 될 것”이라며 “1심 재판부는 비자금 조성 자체를 불법으로 봤지만 항소심에서는 이 비자금이 개인적 자금으로 쓰이지 않았다는 점을 입증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지난 1심 공판 과정에서도 이 회장 측은 비자금 담당 임직원을 다수 증인으로 불러 반박 증언을 한 바 있다. 그럼에도 재판부에 주장이 받아드려지지 않은 가장 큰 증거는 바로 ‘증거 부족’이었다.
1998년부터 비자금이 모인 8년간 대부분의 영수증이나 회계 장부 등이 이미 CJ그룹 내에서 파기돼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다. 2005년께 공정위 담합 조사 과정에서 서류가 대거 발견됐던 것이 계기였다.
그룹 내부적으로 서류를 간소화하자는 여론 하에 대부분의 자료를 파기했던 것. 결국 이는 이 회장이 비자금을 개인적 용도로 사용하지 않았다는 증거조차 남아있지 않다는 뜻이다.
재판부에서 이 회장이 부외자금을 통해 지급한 상여금조차 개인적인 충성심 도모의 목적으로 본 것도 이런 맥락이다.
결국 항소심에서 가장 큰 관전 포인트는 전 재무팀장의 증언을 반박할 수 있을만한 증거자료나 증인을 내세울 수 있을지다.
통상 법원에서 집행유예가 내려지는 것은 징역 3년부터다. 과연 이 회장은 항소심에서 감형을 이끌어낼 수 있을까.
이 회장 측 법률대리인 안정호 김앤장 변호사는 이날 선고공판 직후 기자들과 만나 “무죄주장이 받아드려지지 않아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특히 비자금 조성 부분은 무죄라고 확신하고 있던 부분이다”라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강필성 기자 (fee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