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가족화목 최선 다하겠다"
[뉴스핌=김양섭, 강필성, 송주오 기자] 이맹희씨의 상고 포기로 2년여간 끌어온 삼성가(家)의 유산 상속 소송이 이건희 삼성 회장측의 승리로 종결됐다. 소송을 진행하는 동안 양측의 싸움은 삼성과 CJ그룹간의 사업 관계에도 영향을 미쳤다. 맹희씨측의 상고 포기를 계기로 두 그룹의 화대무드가 조성될 수 있을지 재계 안팎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 이맹희 상고포기...왜
26일 맹희씨의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화우에 따르면 그는 “주위의 만류도 있고 소송을 이어나가는 것 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가족간의 관계라고 생각해 상고를 포기했다”며 “화해에 대한 진정성에 관해 어떠한 오해도 없길 바란다”고 밝혔다.
맹희씨 측이 지금까지 수차례 ‘삼성가 정통성의 문제’라는 문제제기를 해왔고 장외 비방전마저 서슴지 않아왔던 점을 미뤄볼때 희박한 승산에 매달리기보다는 실리를 택했을 가능성을 높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맹희씨는 이번 소송을 진행하면서 폐암이 재발해 일본에서 항암치료를 받고 있고 그의 장남인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지난해 신장이식수술을 받아 현재까지 완쾌되지 못했다. 심지어 이재현 회장은 배임 및 횡령혐의 등으로 징역4년의 실형까지 선고받은 상황.
간접적으로는 이번 소송 이후 삼성그룹이 CJ그룹에 대한 거래를 끊는 등 만만찮을 후폭풍을 겪기도 했다.
이와 함께 맹희씨가 이번 소송에서 천문학적인 자금을 들였다는 점도 부담이 됐을 가능성이 크다. 그는 1심에서 90억원, 2심에서 44억원의 인지대를 지불했다. 변호사 수임료 등을 포함하면 대법원까지 재판을 끌고 가기는 무리가 있었으리라는 분석이다.
이에 앞서 맹희씨와 함께 1심 소송에 참여한 그의 여동생 이숙희씨는 1심에서 패소한 이후 항소심에서는 소송에 참여하지 않았다.
◆ 삼성家, 화해의 손 잡을까
맹희씨가 화해를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맹희씨는 항소심 후반부에 수차례 이 회장과의 화해 의지를 강조해왔다. 재판부 앞에 보낸 편지를 통해 “자신이 진짜 원하는 것은 건희와 손잡고 마음의 응어리를 풀자는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 회장 측은 “진정성이 의심된다”고 평가했다.화해를 제안하는 상황에서도 소송가액을 올리는가 하면 상속권에 대한 주장도 굽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때문에 맹희씨가 이번 소송의 대법원 상고를 포기하면서 제안한 화해는 향후 지금까지와 다른 형태로 진행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평가다. 이건희 회장 측 변호인은 이달 초 항소심에서 승리한 이후 “절차와 관계없이 원고 측의 진정성이 확인되면 가족 차원에서 화해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 회장측도 긍정적인 제스처를 보냈다.
이 회장의 소송 대리인인 윤재윤 변호사 는 "원고 측의 상고포기로 소송이 잘 마무리된 데 대해 다행으로 생각한다"며 "이건희 회장은 가족문제로 걱정을 끼쳐 드려 죄송하고가족간 화목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2년여간 소송전에서 감정의 골이 깊어진 만큼 당장 화해무드로 전환될지는 미지수다.
◆ 4조원대 유산 소송..이건희 회장 '완승'
이번 상속소송은 지난 2011년 삼성 측이 CJ 측에 ′상속재산 분할 관련 소명′이라는 문건에 서명해 국세청에 제출해달라는 요청을 한 것이 발단이 됐다. 삼성생명과 삼성전자 차명주식에 관련된 것으로 이는 삼성특검 수사 이후 실명전환한 부분이다.
맹희씨는 이 공문을 계기로 "이 회장이 차명주식을 은닉하고 경영권을 가로챘다"며 2012년 2월 7100억원대의 상속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이 창업주의 차녀 숙희씨(1900억원대), 차남 창희씨 며느리 최선희씨(1000억원대)도 소송에 동참했다.
맹희씨 측은 "단독상속이 아니며 유언과 상속포기 과정이 없었다"고 주장했으며 이 회장 측은 "당시 상속인들 모두 동의했고 제척기간이 지나 상속권 주장이 부적법하다"고 맞섰다.
1심 마지막 변론일이던 2012년 12월 18일 맹희씩 측은 당초 청구금액 7100억원에서 6배 정도 늘어난 4조849억원으로 소송을 크게 확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결과는 이 회장의 승소였다. 지난해 2월 1심 재판부는 "맹희씨 측의 소 제기가 제척기간을 지났고 청구 대상물이 상속재산이 아니거나 상속재산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이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맹희씨 측은 이에 따라 1심 결과에 불복, 항소기한 마지막 날인 지난해 2월 15일 항소를 제기했다. 다만 인지대 등을 고려해 청구금액은 대폭 줄어든 96억원이었다.
항소심 2차 변론에서는 '승지회'가 이슈로 부상했다. 맹희씨 측은 '승지회'의 실체 거론하며 선대회장은 집단경영체제를 원했다고 주장했고 이 회장 측은 승지회는 단순히 가족 모임이라 반박했다.
지난해 12월 맹희씨측은 '화해를 제안한다'고 언급했지만 이 회장측은 "진정성이 없다"며 반박했다.
올해 1월 항소심 마지막 변론에서 맹희씨 측은 "경영권 노리는 것이 아니다"라며 삼성에버랜드에 대한 소송 취하했지만 청구금액은 9400억원으로 확대했다. 이달 6일 항소심 재판부는'제척기간 만료'를 들어 이건희 회장 승소를 판결했고, 26일 맹희씨 측 상고 포기를 의사를 밝혀 2년간 지속된 삼성가의 유산 소송이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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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김양섭 기자 (ssup82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