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금융지주 탄생 이후로도 단 7명…교수, 변호사 집중
[뉴스핌=노희준 기자] '6%. '
27일 현재 신한, KB, 하나, 우리 등 4대 금융지주 전체 사외이사(33명) 가운데 여성 사외이사의 비율(2명)이다. 하나금융의 최경규, 황덕남 사외이사가 유이하다. 지난해 연말부터 이어진 금융권 여풍(女風)은 견고한 남성 사외이사의 벽을 뚫지 못하고 있다.
2001년 이후 4대 금융지주의 여성 사외이사 <자료=각사> |
하나금융은 이미현 변호사가 2005년부터 2009년까지 사외이사를 역임했다. 우리금융은 서혜석 국제변호사와 문정숙 숙명여대 경제학 교수가 각각 2002년부터 2004년, 2004년부터 2007년까지 사외이사를 지냈다. KB금융은 이영남 노바스이지 대표이사가 2010년부터 2013년까지, 신한금융은 전성빈 서강대 교수가 2007년부터 2011년까지 사외이사를 역임했다.
사실 이런 현상은 금융지주만의 문제는 아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서 시행한 '2012년 여성관리자패널조사(가장 최근 조사)'를 보면 종업원 100인 이상의 기업 가운데 여성 관리자(대리급 이상)가 있는 기업 248개 이사회의 평균 사외이사는 2.6명이었고, 이 가운데 여성 이사수는 0.1명꼴이었다. 전체 사외이사 수 대비 여성 사외이사수도 3.8%에 불과했다.
세계적 기준으로 보면, 미국의 기업지배분석 기관인 GMI레이팅스의 조사 결과에 따라 지난해 3월 말 기준 한국 이사회 내 여성 임원 비율은 1.9%로 선진국 평균 11.8%의 10분의 1수준에 불과하다. 조사대상 국가 45개국 중에서 43위에 불과했다.
여성 사외이사 선임 비율이 적은 것은 기본적으로 사외이사 후보군에 여성이 적기 때문이다. 김난주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기본적으로 (사외이사 후보군의) 모수가 되는 관리자가 사회 각계각층에서 서바이벌(생존)해야 한다"며 "채용에서의 차별은 없어졌지만, 일과 가정의 양립이 쉽지 않고 가정친화적 기업이 많지 않다"고 강조했다.
비슷한 맥락에서 한 금융지주 사외이사는 "금융회사의 사외이사를 할 수 있는 이는 대개 교수 중에서는 경제학, 경영학 교수, 변호사 등에 한정돼 있다"며 "여성 사외이사 풀 자체가 작다"고 말했다. 실제 2001년 이후 4대 금융지주의 여성 사외이사 7명의 직업군은 변호사, 교수, 기업의 대표이사 등 몇 가지 직업군으로 제한돼 있다.
하지만 사회 전체적인 가용 인력자원의 효율적인 활용뿐만 아니라 조직의 다양성과 변화를 위해서는 사외이사에도 여성의 진출이 확대돼야 한다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또 다른 금융지주 사외이사는 "사회전반의 노력이 필요하지만, 특히 조직의 장(長)이 조직문화를 바꾸고 여성 인력을 찾는 노력을 해줘야 한다"며 "신입 직원들에 여성이 많이 들어오지만, 중간 관리자층으로 가면 여성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11월말부터 상장기업들이 사외이사를 포함한 모든 임원의 성별을 표시하도록 기업공시서식 작성기준을 변경했기 때문에 향후 사외이사들의 성비가 그대로 노출되면서 남초 현상이 완화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는 상장회사의 이사회 및 고위 관리직 내부의 성별 다양성을 높이기 위한 OECD 권고를 수용한 것이다. 그간은 성명, 출생년월, 직위, 등기임원 여부, 상근여부, 담당업무, 주요경력 재직기간, 임기만료일 등만 표기돼 있었다.
금감원 관계자는 "12월말 결산법인의 경우 3월에는 사업보고서를 공시하기 때문에 오는 3월부터 사업보고서에 임원 개인별로 성별 표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노희준 기자 (gurazi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