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 유동성 경색 등 경제 여건도 일본과 흡사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현재로서는 전반적인 물가가 가파르게 떨어질 것으로 예상할 만한 근거가 보이지 않는다.”
유로존의 디플레이션 리스크에 대한 경고가 높아지자 유럽중앙은행(ECB)이 내놓은 판단이다.
(사진:뉴시스) |
이는 지난 1998년 미츠시타 야수오 일본은행(BOJ) 총재의 발언과 정확히 일치한다. 그는 일본의 디플레이션 경고에 대해 물가가 갑작스럽게 떨어질 여지가 낮고, 디플레이션 리스크 역시 엿보이지 않는다고 주장했지만 불과 6개월 이후 음식품을 제외한 소비자물가가 떨어지기 시작했고, 이 같은 추세는 15년에 걸쳐 지속됐다.
ECB의 추가 부양책 여부에 대해 관심이 모아진 가운데 월가 투자가들은 BOJ와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고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디플레이션 리스크를 과소평가 했다가 결국 양적완화(QE)를 시행해야 하는 상황을 맞을 것이라는 얘기다.
금융위기의 여파에서 초래된 지극히 저조한 경제 성장과 은행권의 여신 기피, 환율 상승 등 유로존의 경제 펀더멘털의 여건 역시 1990년대 일본과 흡사하다는 주장이다.
유로존의 인플레이션은 0.8%로 ECB의 목표 수준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실정이며, 정책자들 역시 연말까지 인플레이션이 1.1%로 저조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모간 스탠리의 조아킴 펠스 이코노미스트는 “유로존이 일본의 전철을 밟게 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을 뿐 아니라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며 “일본에서도 디플레이션 리스크는 정책자들의 시야에 걸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바클레이스 역시 일본에서 발생했던 디플레이션 초기 증세가 유로존에서 고스란히 재연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유로존의 디플레이션에 대한 리스크가 정책자들 뿐 아니라 금융시장에서도 과소평가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JP 모간의 데이비드 맥키 유럽 경제 리서치 헤드는 “ECB는 디플레이션 리스크를 정책자들이 즉각 인식하지 못할 경우 어떤 고통을 받을 수 있는가를 BOJ의 사례를 통해 배워야 한다”며 “디플레이션 징후가 더욱 뚜렷해지기 전에 정책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