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0대그룹 대부분 사정권....재계 "불만"
이처럼 국민연금이 적극적인 실력행사에 나선 배경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과 궤를 같이 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국민연금 등 공적 연기금의 의결권 행사를 강화해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하겠다"고 공약했다.
당장 국민연금이 주요주주로 등재 된 주요 기업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국민연금 의결권 강화가 자칫 기업경영 전체를 위축시키는 게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반면 기업들의 투명성 확보와 함께 오너의 전횡을 감시하는 효과도 생길 것이라며 찬성 입장도 있다. 이유야 어찌됐든 국내 기업들을 상대로 한 국민연금의 영향력은 앞으로 더욱 커질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국민연금이 주요주주로 참여하는 기업에 대한 실력행사에 나섰다. 그동안 국민연금이 기업의 경영참여에 최소화한 것과 다른 행보다. 이는 지난달 말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는 올 주주총회부터 배임이나 횡령 등 주주가치를 침해한 행위를 했을 경우 해당 총수는 물론 함께 재임했던 이사들도 연임에 반대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 '만도發 의결권 강화' 불 지폈나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의결권행사 세부기준에 따르면 객관적 사실에 근거해 ▲법령상 이사로서의 결격 사유가 있는 자 ▲과도한 겸임으로 충실한 의무수행이 어려운 자 ▲기업가치의 훼손 내지 주주 권익의 침해의 이력이 있는 자에 대해서는 이사 선임을 반대할 수 있다.
이날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산하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는 만도 주주총회 의결권행사(안)에 대해 심의한 결과 신사현 현 대표이사의 재선임에 반대키로 했다.
의결권행사 전문위는 "이번 반대의사 결정은 횡령 배임 등에 대한 법원의 판결 없이 객관적 사실에 근거해 기업가치 훼손 또는 주주권익 침해를 인정한 사례"라고 재선임 반대 배경을 설명했다.
국민연금이 보유한 만도 지분율은 13.41%이다. 만도는 오는 7일 주주총회에서 신사현 현 대표이사의 재선임안을 의결을 앞두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 위원들은 만도가 100% 자회사 마이스터를 통해 한라건설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부실 모기업을 지원했다면서 이는 장기 기업가치와 주주권익을 훼손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앞서 지난해 초에 열린 동아제약의 임시 주주총회에서 국민연금은 해당 기업의 지배구조 개편 안건에 전격 반대의사를 표명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줄줄이 대기상태인 주요기업들의 주주총회에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러한 가능성에 재계도 우려의 눈빛을 보내고 있다. 주요기업들이 입장표명을 부담스러워하고 있지만 불만의 목소리가 적지 않은 상황.
재계 한 관계자는 "지분을 투자해 주요주주의 위치에 있는 국민연금이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을 반대할 명분이나 근거는 없다"며 "다만 기업 입장에서는 여러가지 상황을 고려하고 판단해야 하는데 누가 더 공격적이고 적극적인 경영을 하려고 하겠냐"고 반문했다.
추광호 전경련 기업정책팀장도 "국민연금은 기본적으로로 수익률 제고가 가장 큰 목적"이라며 "국민연금이 기업 경영에 적극적으로 간섭한다는 게 수익률 입장에서 맞는지 의문"이라며 불만을 내비쳤다.
◆국민연금, 실력행사 대상기업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민연금이 5% 이상 투자한 주요기업은 총 140여개 기업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들 기업에 투자한 금액은 60조원 규모이다. 이는 국민연금 총 주식투자 평가액인 80조원 75%이다.
국민연금이 5%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기업은 10대 그룹 계열사만 따져도 50여개 이상이다. 평균 보유지분은 7.7% 수준이다.
주요 그룹별로 따지면 삼성그룹이 1위이다. 국민연금이 5% 이상 투자한 삼성 14개 계열사의 지분 평가액은 20조6622억원. 전체 투자 평가 총액의 25%이다. 삼성그룹 내에서도 삼성전자는 지분 7.43%를 보유하고 있고 삼성물산 12.14% 삼성화재 7.07% 삼성SDI 9.41% 제일모직 11.16% 삼성중공업 5.04%등 삼성주요 계열사에 영향력을 높일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8개 계열사가 국민연금의 5% 이상 주요주주로 등재되어 있다. 현대차 6.83%를 비롯해 기아차 7.04% 현대제철 8.06% 등 현대차그룹 주력계열사도 국민연금 영향권이다. SK그룹 역시 국민연금에서 SK하이닉스반도체와 SK이노베이션에 각각 9%대, 7%대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고 SK텔레콤 6.1%을 보유하고 있다.
LG그룹의 주력 계열사에도 국민연금은 주요주주이다. LG전자 9%지분을 포함해 LG화학 8.71% LG디스플레이 7.05%이다. 포스코의 지분율도 6.14%이고 KT 또한 9.98%를 갖고 있다. 네이버와 엔씨소프트도 각각 8.89%, 8.14%를 소유해 의결권 행사 대상이다.
이외에도 SBS(12.96%) 동양기전(12.83%) CJ제일제당(12.69%) 하나투어(12.17%) 한솔케미칼(11.81%) NHN엔터테인먼트(11.81%) 휠라코리아(11.65%) 풍산(11.42%) 현대건설(11.17%) 한국콜마(10.79%) 한섬(10.37%) 등은 국민연금이 10% 이상 담은 기업이다.
이 외에도 국민연금은 나머지 주요그룹 계열사들에 대해서도 5%이상 지분을 확보한 곳이 수두룩하다. 사실상 국내 주요기업들이 국민연금의 눈치를 보게 된 것이다.
다만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가 100% 주주총회에서 받아들여진 사례는 극히 드물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실효성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 국회예산정책처 조사결과 국민연금이 지난 2008년부터 2012년까지 1004건의 반대의결권을 행사했지만 해당 안건이 의지대로 처리된 것은 3건에 불과하다.
[뉴스핌 Newspim] 양창균 기자 (yangc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