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글리츠 등 "일자리 빼앗고 사회적 불평등 확대"
[뉴스핌=노종빈 기자] 인터넷과 금융 등의 기술혁신이 삶의 질을 높여줄 것이라는 기대는 잘못된 것일까? 최근 기술혁신이 오히려 일자리를 빼앗고 양극화를 심화시켜 사회적 불평등을 확대한다는 경제석학들의 진단이 잇따르고 있어 관심을 끈다.
조지프 스티글리츠 콜럼비아대 교수 |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콜럼비아대 교수는 지난 9일 온라인매체 프로젝트신디케이트 기고를 통해 기술 혁신이 경제 성장에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지만 이는 크게 과장된 것이라고 말했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실리콘밸리로 상징되는 기술 혁신으로 비교 우위를 가져올 수 있다고 하지만 이를 직접 GDP(국내총생산)를 규정하는 통계 속에 반영하기는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또한 컴퓨터가 보편화된 시대에 변화된 삶의 질은 GDP에 반영되지 않는다며, 금융위기 이전에 발생했던 금융공학적 혁신은 경제 성장을 이끌 것이라 믿었지만 결과는 시장 조작과 투자자 기만으로 인한 부의 이전 현상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과거 닷컴버블에서 잘 드러난 인터넷 기술 혁신이 우리 삶의 질에 영향을 줬는지도 측정하기 쉽지 않다며 온라인 쇼핑으로 시간이 단축된 것이나 비용이 절감된 효용이 기술적 혁신인지 사업자간 경쟁 심화로 인한 결과인지 불명확하다고 꼬집었다.
금융권 ATM(자동입출금기) 도입으로 실업이 늘어나고 그만큼 사회적 비용도 커졌지만 이는 금융사들의 이익으로 이전됐다. 하지만 GDP에는 실업으로 증가된 사회적 불안정에 대한 비용은 반영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로버트 라이쉬 캘리포니아대 버클리분교 교수 |
미국 노동장관 출신인 로버트 라이쉬 캘리포니아대 버클리분교 교수는 지난달 24일 뉴욕타임스(NYT) 기고를 통해 페이스북이 직원수 55명에 불과한 와츠앱을 190억달러에 인수한 것은 미국 경제가 처한 현실의 문제점을 극명하게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인수합병으로 "승자는 진정으로 거대한 승자가 된다"며 "와츠앱 임직원 55명은 이미 부자가 됐고 창업자 2명은 억만장자가 됐다"고 말했다.
기술적 진보로 인해 4억5000만명의 고객을 불과 55명이 서비스하는 상황이 도래했지만 와츠앱의 메시지 서비스로 인해 우체국 직원이나 전화교환원, 전화설치기술자 등의 직업군이 사라졌다는 게 라이쉬의 설명이다.
그는 "그 엄청난 이익을 널리 분산하는 방법을 찾거나 경제가 지속될 수 있는 충분한 수요를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결국 사회는 견디지 못하고 무너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앨런 블라인더 프린스턴대 교수 |
미국 연방준비제도 부의장 출신의 앨런 블라인더 프린스턴대 교수는 기술 혁신이 경제에 미치는 혜택도 있지만 그보다는 소득불평등을 확대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1월 월스트리트저널(WSJ) 기고에서 "빠른 기술적 진보는 나쁜 것이 아니지만 그 결과로 불가피하게 뒤처진 계층을 양산하게 된다"며 "이 같은 흐름은 지난 1970년대 말부터 진행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블라인더는 특히 인터넷 혁명은 아마존이 중소규모 서점들을 퇴출시키고 온라인예약서비스가 여행사 직원들을 몰아낸 것처럼 평범한 사람들의 일자리를 사라지게 만들면서 사회적 불평등을 증가시켰다고 설명했다.
에컨대 성공적인 앱이 개발되면 소수의 특별한 직업군에게는 큰 혜택이 돌아가지만 이런 현상은 전반적으로 부자는 더 부유해지고 빈곤층이나 중산층은 상대적으로 더 가난해지는 것에 해당한다는 지적이다.
블라인더 교수는 정책적으로 빈곤이나 불평등 문제를 완화하기는 것도 좋지만 당국이 사전에 불건전한 행위를 방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노종빈 기자 (unti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