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달러 초과 금융계좌 국세청에 자동 통보
[세종=뉴스핌 곽도흔 기자] 미국에 계좌를 만들어 놓고 거액의 자산을 숨기거나 세금을 탈루해 온 이들이 낭패를 볼 가능성이 커졌다.
내년부터 미국 금융기관에서 연간이자 10달러 초과 예금계좌, 미국원천소득과 관련된 기타 금융계좌를 갖고 있는 한국인 금융계좌 정보가 국세청에 자동 통보되기 때문이다. 법인은 미국원천소득과 관련된 기타금융계좌가 대상이다.
또 한국 내 미국 영주권자·시민권자 등 미국인도 5만달러 초과 금융계좌 정보가 자동으로 통보된다. 다만 저축성 보험은 계좌 잔액을 기준으로 하지 않고 만기시 해지환급금이 25만달러 이상이면 미 국세청에 알려진다.
그동안 탈세가 의심되는 특정계좌만 자료를 요구해 받는 조세정보교환협정에서 한발 더 나가 미국과는 이런 절차없이 대상 계좌정보를 한 번에 교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19일 우리나라가 미국과 이러한 내용이 담긴 '조세정보자동교환협정' 협상을 타결했다고 밝혔다. 외국과 조세정보자동교환협정을 체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따라 한-미 양국간에 2015년부터 매년 정기적으로 조세관련 금융정보를 상호 교환하게 되며 역외탈세 추적에 크게 도움이 될 전망이다.
협정 타결내용. (자료=기획재정부) |
이번 협정의 주요 내용을 보면 금융기관이 국세청에 전년도말 기준으로 보고한 금융계좌정보를 양국 국세청이 9월까지 매년 정기적으로 상호교환하게 된다.
보고대상계좌는 개인의 경우 연간이자 10달러초과 예금계좌, 미국원천소득과 관련된 기타 금융계좌가 대상이고 법인은 미국원천소득과 관련된 기타금융계좌가 대상이다.
법인 신규계좌는 올해 7월1일 기준으로 모든 법인 계좌 정보가 넘어온다.
한명진 기재부 조세기획관은 "연간이자 10달러가 기준인 이유는 미국 국세청은 연간이자가 10달러면 원천징수를 안 하기 때문"이라며 "미국의 예금계좌가 이자율이 0.1%니까 한 1만달러 정도 계좌면 연간 이자가 10달러 정도 된다"고 설명했다.
이자가 없는 계좌도 원천징수 되는 소득이 있으면 포함된다.
보고대상금융정보는 이자, 배당, 기타 원천소득이다. 해당 금융기관은 은행, 금융투자회사, 보험회사 등이며 정부기관, 중앙은행, 국제기구, 공적연금 등은 원칙적으로 제외키로 했다.
금융계좌 소유자식별은 국적, 주소, 출생지, 전화번호 등을 감안해 이뤄진다.
한명진 조세기획관은 "외국과 체결하는 최초의 조세정보자동교환협정으로서 금융정보를 매년 정기적으로 수집할 수 있어 역외탈세 추적에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현재는 양국 국세청간 요청에 의한 정보교환만 가능해 역외탈세 추적에 한계가 있었다. 특히 역외탈세 방지를 위해 운영하고 있는 해외금융계좌 신고제도의 실효성이 크게 제고될 것으로 보인다.
내국인(거주자·내국법인)의 해외금융계좌 잔액이 연중 10억원 초과시 계좌내역 신고의무를 부여하고 미이행시 과태료 등 제재하고 있으나 그동안 금융계좌 소유자가 자발적으로 신고하지 않을 경우 금융계좌 현황파악에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이번 협정으로 국세청이 들여다볼 수 있는 미국 내 한국인 계좌 규모가 10억원 이상에서 약 1000만원 초과로 대폭 확대된다.
지난해 외국에 10억원 이상의 금융계좌를 보유한 개인과 법인은 678명이며, 이들은 6718개의 계좌에 22조8000억원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국세청은 신고율이 5%에도 못 치며 아직 드러나지 않은 해외계좌가 상당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기준 계좌 정보는 신고 기한인 내년 6월까지 자진 신고하면 과태료는 부과받지 않는다.
또 이번 협정으로 미국 영주권자와 시민권자도 한국에 계좌를 가지고 있는 경우에는 미국 국세청에 정보가 자동으로 넘어가 자산을 숨기는 것이 어려워진다.
기재부는 빠른 시일 내 협정의 정식서명 등 국내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하고 금융위원회는 국세청과 협의해 '금융기관 이행규정'을 오는 6월까지 마련한다.
이와 함께 정부는 최근 OECD와 G20를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는 글로벌 조세정보 자동교환 체제 도입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으며 금년중 확정되는 글로벌 조세정보 자동교환의 세부내용에 따라 '조세정보 자동교환협정' 대상국을 점차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뉴스핌 Newspim] 곽도흔 기자 (sogoo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