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기업 절반, 법인세도 안내면서 세무조사 불만
[세종=뉴스핌 곽도흔 기자] #사례1 잦은 세무조사에 애로를 느끼고 있다. 투명하고 표준화된 매뉴얼에 따라 비정기조사를 실시해 달라
#사례2 유한회사에 대한 외부 감사 및 공시의무를 면제해달라
#사례3 자산운용 수수료가 지나치게 낮다. 올려달라.
기업인들의 이익단체인 전국경제인연합(전경련) 회의에서 나왔을 법한 이런 건의들이 지난 20일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1차 규제개혁장관회의 및 민관합동 규제개혁 점검회의 현장에서 쏟아졌다.
정부는 일주일만인 지난 27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후속조치를 내놨는데 논란이 될 수 있는 이런 규제개혁 건의도 포함됐다. 자칫 규제개혁이라는 명분하에 기업들의 가려운 부분만 긁어줄 수 있다는 비판론이 나오는 이유다.
정은보 기획재정부 차관보가 지난 27일 오후 정보세종청사에서 '제1차 규제개혁장관회의 및 민관합동 규제개혁점검회의 현장건의 후속조치 계획'과 관련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사례1과 관련 국세청은 수입금액 3000억원 이상 법인은 정기 순환조사 위주로 운영하고 수입금액 500억 미만 중소법인은 조사비율 축소 등을 추진키로 했다. 또 비정기조사도 조사선정, 조사방법 및 절차 등을 표준화된 매뉴얼에 따라 공정·투명하게 집행하겠다고 밝혔다.
사례2도 금융위원회는 일정규모 이하의 유한회사에 대해서는 외부감사 및 공시의무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사례3은 실태조사를 하는 것으로 대안이 마련됐다.
그러나 이런 규제들이 규제인가 하는 점은 여전히 논란거리다.
사례1의 경우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이만우 새누리당 의원실이 국세청에서 제출 받은 자료를 보면 2011년 다국적 기업이 우리나라에 둔 법인 1409개 중 722개(51%)는 법인세 납부실적이 없었다
특히 1조원 이상의 매출을 거둔 22곳 중 7곳은 세금 납부 대상에서 제외됐으며 3000억원 이상~5000억원 미만에 해당하는 법인 3곳도 세금을 내지 않았다.
법인세는 영업이익에 따른다. 이 때문에 세무전문가들은 이들 기업이 높은 매출액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을 낮추는 식으로 세금을 회피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정부가 유한회사의 감사, 공시의무를 강화하는 것은 2011년 상법 개정이다. 주식회사와 유한회사가 실질적인 차이가 대부분 해소됐다는 점에 근거한다.
유한회사는 공시를 하지 않기 때문에 일반인들이 매출액과 영업이익 등 가장 기본적인 기업 정보도 알기 어렵다. 그래서 유독 외국계기업들이 유한회사 형태를 선호한다.
이 역시 과세투명성이 부족하다는 문제제기가 항상 이뤄져 왔고 정부가 각종 정책을 입안할 때도 투명한 업체 현황 자료를 볼 수 없다는 점이 맹점으로 꼽힌다.
정부도 위에 언급된 사례들이 규제는 아니라는 게 공식 입장이다.
정은보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대통령 회의에서 민간에 제기된 애로사항 전부에 대해 검토하겠다는 취지에서 후속조치를 마련한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정 차관보는 자산운용 수수료가 지나치게 낮다는 건의에 대해서는 "가격은 기본적으로 시장에서 결정되는 사항"이라며 "예를 들어 시장가격을 완화해달라는 것은 규제를 더 해달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창업실패로 채무불이행자가 된 재기 기업가에 대한 연체정보를 삭제 또는 등록을 유예해달라는 것도 금융기관 건전성 제고를 위한 장치가 과연 규제냐는 논란이 될 수 있다.
정부는 과세행위를 규제로 볼 것이냐는 논란이 될 수 있다고 보고 향후 규제관리를 할 때는 과세행위는 빼서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도 "세금도 규제라는 지적이 있지만 세금과 규제는 분리해서 생각해야 한다"고 밝혔다.
[뉴스핌 Newspim] 곽도흔 기자 (sogoo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