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진로, 오비맥주와 총성없는 전쟁
[뉴스핌=이연춘 기자] # 지난 2월말 롯데그룹 사장단 회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주재하는 회의를 앞두고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날 신 회장은 롯데주류가 이달말 출시 예정인 '클라우드'(Kloud) 최종 시음회를 가졌다. 신 회장은 충주공장에서 생산된 맥주 신제품 클라우드를 한모금 들이킨 후 "좋다"고 평가했다. 자리에 함께한 계열사 대표들에게도 바로 마셔볼 것을 권했다. 수십차례 맛과 디자인 등을 직접 관여한 신 회장의 "좋다"는 표현은 최종 증인을 낸 것이다.
깐깐한 '회장님 테스트'를 통과하면서 맥주대전의 시작을 알렸다. 국내 맥주 시장은 오비맥주와 하이트맥주가 각각 60%, 40% 양분하고 있다.
신동빈 회장은 80년 맥주명가 박문덕 하이트진로 회장과 장인수 오비맥주 사장과 총성없는 전쟁에 불가피해 보인다.
롯데그룹의 맥주사업 진출은 신 회장의 숙원 사업 중 하나로 꼽힌다. 신 회장은 최근 몇년간 "맥주사업은 그룹의 숙원 사업"이라며 "맥주사업에 반드시 진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롯데주류는 지난 4일 충청북도 충주시에 위치한 충주공장에서 클라우드를 공개했다. 클라우드 맥주 제조법은 '오리지널 그래비티 공법'이다. 일본과 유럽 맥주 업체가 주로 사용하는 공법이다. 이 공법은 맥주 원액에 물을 타지 않고 발효 원액을 그대로 제품에 담아내는 방식이다. 클라우드는 발효 단계의 알코올 농도 5%가 최종 제품에서도 그대로 유지된다.
반면 한국, 미국, 중국 맥주는 주로 하이 그래비티 공법을 사용한다. 이 공법은 제조 과정에서 6~7% 알코올 농도로 발효·숙성한 뒤 여과 시 물로 희석해 알코올 농도는 4%로 낮춘다. 뉴하이트와 카스는 발효 단계에서 알코올 농도는 6~7%지만 최종 제품은 각각 4.3%와 4.5%다.
이 때문에 클라우드는 풍부한 거품과 맛이 가장 큰 특징으로 꼽힌다. 거품은 맛을 결정하는 중요 요소로 꼽힌다.
우창균 롯데칠성음료 주류마케팅부문 이사는 "맥주 애호가가 좋아하고 수입맥주의 맛과 품질에 견줄 맥주를 국내 가격에 출시하겠다"며 "클라우드는 맥주 맥즙을 발효한 뒤 3번에 걸쳐 순차적으로 투입해 호프 향이 풍부하다"고 말했다.
국내 맥주 1위 오비맥주는 벨기에계 안호이저-부시(AB)인베브에 재인수됨에 따라 독주체제를 굳건히 할 행보에 나섰다.
일단 영업의 달인으로 불리는 장인수 대표이사 경영체제에는 변화가 없을 전망이다. 장 사장이 취임 이후 오비맥주가 업계 1위인 하이트진로를 누를 정도로 경영능력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1년 5월 처음 월 기준 50.3%의 시장점유율로 국내 수위에 올랐으며, 2011년에는 연간 기준으로 50.5%로 15년 만에 1위 탈환에 성공했다.
오비맥주는 유통공룡 롯데의 맥주진출에 대응하기 위해 당초 1월에 에일맥주를 출시를 늦추고 이달말 출시할 예정이다. 롯데주류에 쏠리는 시선을 분산시키는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여기에 하이트진로의 맥주시장 1위 탈환 프로젝트도 본격화한다.
하이트진로는 최근 대표 맥주 브랜드인 하이트를 전면 리뉴얼하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맛과 디자인을 모두 바꿨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앞서 지난해에는 오비맥주를 따라잡기 위해 개발기간만 3년이 소요된 에일맥주 '퀸즈에일'을 출시한데 이어 소매 마케팅 조직을 보강하는 등 점유율 회복에 힘을 쏟고 있다. 이같은 마케팅 공세를 통해 올해 맥주업계 1위자리를 탈환한다는 게 하이트진로의 야심이다.
업계 관계자는 "오비맥주 카스, 하이트진로 하이트 등 대중 맥주는 생산량이 많고 유통업계와 오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롯데주류 클라우드 맥주가 생산량이 적고 가격이 높아 당장 시장에 미칠 영향은 미미하겠지만 장기적으로 맥주 시장 내 경쟁이 치열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오비맥주-하이트진로의 양강 구도인 맥주 시장에는 롯데그룹의 가세로 생사를 담보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전망이어서 그 결과에 귀추가 주목된다.
[뉴스핌 Newspim] 이연춘 기자 (lyc@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