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높이 낮아지고 주가 선반영됐으나 모멘텀 되긴...
[뉴스핌=정경환 기자] 1분기 실적 시즌에 돌입하면서, 앞으로 증시 흐름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대체로 현 상황에서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는 가운데, 실적 기대치가 이미 낮아져 있기에 실적 결과가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8일 삼성전자 잠정실적 발표를 시작으로 우리 증시는 본격적인 1분기 실적 시즌에 돌입했다. 미국 역시 같은 날 알코아를 필두로 1분기 실적 시즌 개막을 앞두고 있다.
이영원 HMC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이미 2012, 2013년과 유사한 이익 규모가 예상됐지만, 연초 이후에는 2012, 2013년에 비해 더 가파른 조정이 나타나고 있다"며 "4월 어닝시즌 기업 이익 동향은 예고된 부진함을 확인하는 자리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실망스러운 실적이 예상됨에도 시장의 충격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지난 4분기 어닝쇼크에 이어 올 1분기 실적 기대치도 내려갈 만큼 내려가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실적 발표 후 시장의 반응이 이를 잘 말해준다.
이날 삼성전자는 연결기준 1분기 잠정실적이 매출 53조원, 영업이익 8조4000억원을 기록할 것이라고 공시했다. 이는 전기 대비로 매출은 10.6% 감소, 영업이익은 1.1% 증가한 수치다.
도현우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잠정 영업이익이 시장 컨센서스에 부합했다"며 "전분기에 반영된 성과급 등 1회성 이슈를 제외하면 실질 영업이익이 감소했지만, 시장의 낮아진 눈높이는 충족시키는 수치"라고 분석했다.
이에 삼성전자 실적 발표로 인한 시장의 충격은 거의 없었다. 삼성전자 주가는 전날보다 0.21% 내리는 데 그쳤고, 코스피는 오히려 0.17% 상승했다.
이남룡 삼성증권 연구원은 "시장의 눈 높이가 워낙 낮아져 있기 때문에 막상 성적표를 받아 보는 순간에는 그 충격이 제한적일 수 있다"며 "주가는 실적에 항상 선행해서 반응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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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스피 분기 영업이익 및 증가율 추이, 대신증권. |
다만, 충격이 제한될 것임에도 불구하고 1분기 실적 발표를 계기로 시장이 장기간의 박스권을 벗어날 것이란 기대를 하기엔 아직 이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종우 아이엠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시장이 전반적으로 정체 상태"라며 "외국인 매수 강도 세지 않고, 방향성도 뚜렷하지 않아 코스피가 박스권을 돌파하긴 어려워 보인다"고 판단했다.
조용준 하나대투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어닝시즌이 코스피 방향성에 큰 변화를 주진 못 할 것"이라며 "우리 시장이 저평가돼 있기 때문이라면 모르겠으나, 어닝시즌이 증시 상승 모멘텀이 되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지훈 키움자산운용 상무도 "현재 오르는 것은 MSCI 내 한국 비중 16%를 맞추기 위한 외국인의 매수 때문"이라며 "쉽게 꺾이진 않겠으나, 그렇다고 전고점 2050p 선을 돌파하긴 어려워 보인다"고 전했다.
이와는 달리 일각에선 삼성전자 실적이 기대치를 충족한 이후에는 상황에 따라서 국내 증시의 우상향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지기호 LIG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삼성전자의 실적이 기대치에 부합한다는 전제에서 "중국발 모멘텀에 의해 철강, 화학, 조선 등 소재 및 산업재가 탄력을 받으면 증시 전망은 밝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윤지호 이트레이드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증시에서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미국 장이 빠져도 이머징시장이 빠지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현 지수에서 외국인이 한국을 사고 있다는 것이 중요한 포인트"라고 짚었다.
그는 이어 "오늘 KT나 포스코와 같이 저평가 대형주들을 중심으로, 조그만 모멘텀에도 치고 나갈 수 있는 장세"라며 "2분기 내에 2050p를 넘어설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한편, 코스닥은 상대적으로 코스피보다 약한 모습을 보일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아울러 종목 장세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윤 센터장은 "코스닥은 그리 셀 것 같지 않다"면서 "박스권 내에서라면 몰라도 박스권을 벗어난다면 중소형주보다는 대형주"라고 말했다.
조 센터장도 "코스닥은 종목별 접근이 유효하다"면서 "코스닥 전체가 오르기엔 현재로선 상대적으로 대형주의 밸류에이션이 더 낫다"고 전했다.
지 본부장은 "코스닥은 업종보다는 종목"이라며 "서울반도체와 CJ오쇼핑, 셀트리온 그리고 게임주들의 움직임이 좋아 보인다"고 조언했다.
[뉴스핌 Newspim] 정경환 기자 (hoa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