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좌 행복주택 시공사 선정, 결국 수의계약..오류도 시공사 선정 '난항' 예상
건설사들이 행복주택 건설 공사 수주를 외면하고 있다. 공사 난이도는 높지만 공사비는 적다는 불만 때문이다. 이에 따라 올 하반기 있을 서울 오류 행복주택 건설공사 시공사 선정도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측된다. 사진은 서울 오류 행복주택지구 |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최근 행복주택 건설 공사를 처음 발주했지만 건설사들이 공사를 외면하고 있는 것. 철도 위에 인공지반을 만들고 그 위에 임대주택과 커뮤니티 시설을 짓는 난이도에 비해 공사비가 적다는 게 건설사들의 불만이다.
이에 따라 올해 하반기 이후 본격화될 행복주택 시공사 선정 입찰도 유찰이 우려된다.
8일 국토교통부와 LH에 따르면 지난달 실시한 서울 가좌 행복주택지구 시공사 선정에서는 진흥기업 한 곳만 입찰해 결국 수의계약 방식으로 시공 계약을 했다.
LH는 가좌지구 시공사 선정을 위해 지난해 12월 처음 경쟁입찰 방식으로 입찰공고를 냈다. 하지만 한 곳의 건설사도 입찰하지 않았다. 이어 1월 실시한 재공고에서는 진흥기업 한 곳만 입찰해 역시 유찰됐다. 결국 수의계약으로 돌려서야 겨우 시공사를 뽑을 수 있었다.
진흥기업은 행복주택 362가구와 커뮤니티시설을 짓는다. 예정 공사비는 532억원. 진흥기업은 공사비를 예정 공사비의 94%를 써내 공사를 맡았다.
행복주택 시공사 선정이 난항을 겪는 것은 위축된 건설경기를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일감이 없어 대형 건설사도 LH가 발주하는 택지조성공사나 아파트 건설공사에 대거 참여하는 것과 대조적인 현상이다. 과거 건설경기 활황기에는 대형 건설사들은 수익성이 낮다는 이유로 LH 공사는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행복주택이 건설사도 외면하는 주택이 된 것은 공사 난이도는 높은 반면 공사비는 적다는 판단 때문이다.
행복주택은 '기술제안 입찰방식'으로 짓는다. 발주처와 설계안을 확정하고 그대로 공사를 해야 한다. 하지만 인공지반을 만들고 그 위에 집을 짓는 행복주택은 앞선 사례가 거의 없어 건설사들이 설계대로 지을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 공사비가 늘어날 수 있는 위험이 있는 셈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인공지반을 설치하는 행복주택은 지금까지 사례가 거의 없어 공사비가 늘어날 돌발 변수도 많다"며 "하지만 LH의 공사비는 빠듯하게 책정돼 자칫 적자 공사가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수주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고 말했다.
LH 공사를 선호하는 중견·중소 건설사는 기술력이 낮아 공사 참여를 꺼리고 있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우리가 해보지 않은 사업이라 공사 예정금액이 적절한 지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며 "일단 다른 업체의 시공 과정을 지켜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LH는 별다른 대책이 없다. LH 관계자는 "가좌지구나 오류지구는 연구기관의 자문에 따라 3.3㎡당 900만원이 넘는 충분한 공사비를 책정했다"며 "건설사들이 추가 인센티브를 요구하고 있지만 지금으로선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오는 9월쯤 시공사를 선정할 서울 오류지구도 시공사를 뽑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결국 현장 한 곳이 완공돼 사업성을 따져본 후에야 건설사들이 수주 전략을 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동훈 기자 (dong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