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토할 대상 사라졌다..상황 지켜보는 중"
[뉴스핌=이강혁 기자]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의 백혈병 논란과 관련, 16일 삼성 측이 반올림(삼성반도체 집단 백혈병 진상규명과 노동기본권 확보를 위한 대책위원회)의 말바꾸기에 혼란스럽다는 입장을 전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의 제안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고 이른 시일 내에 경영진이 공식 입장을 내겠다는 삼성전자의 발표가 나온지 3일만에 양측의 협상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모양새다.
삼성 관계자는 이날 서초사옥 기자실을 찾아 "제안서를 내놓은 심상정 의원, 유족, 반올림 측의 제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상황에서 반올림 측이 입장을 바꿨다"면서 "현재 대단히 혼란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입장표명은 전날 반올림 측이 제3의 중재기구 구성안에 대해 거부의사를 밝힌 것에 대한 것으로 보인다.
심상정 의원과 유족 대표, 반올림 등은 지난 9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모두 참석해 삼성전자의 유족에 대한 공식 사과와 유족 및 피해자 가족 등의 합의 하에 객관적인 제3의 중재기구을 구성해 중재기구에서 마련한 합당한 방안에 따라 보상해야 한다는 내용의 제안을 했다.
이 내용은 11일 이 제안을 삼성전자에 사람을 직접 보내 전달하고 삼성전자는 이를 접수했다.
삼성전자는 내용에 따라 진지하게 검토하고 입장을 표명한다고 14일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전날 반올림은 "심 의원의 제안서에는 제3의 중재기구를 통한 보상안 마련이 언급돼 있지만 이미 우리 요구안에 분명한 내용이 담겨 있으므로 삼성은 그에 대한 구체적인 답변부터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3의 중재기구에 합의한 바 없으며 중재기구가 아니라 삼성이 직접 반올림과의 성실한 교섭을 통해 보상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는 것이다.
삼성 측이 이날 혼란스러움을 토로한 것은 이런 맥락이다.
삼성 관계자는 "9일 심 의원의 기자회견에 모두 참석했고 3자 공동명의로 제안내용이 이루어졌는데 갑자기 제3의 중재기구에 대해서 얘기한 적이 없다고 하니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며 "삼성 입장에서는 기자회견 내용에 대해 검토한다는 것이었는데 그게 아니라면 검토할 대상이 사려졌다고 봐야한다"고 토로했다.
한편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 근로자의 백혈병 논란은 지난 2007년 삼성전자 기흥반도체 공장의 여성 근로자 황유미씨가 급성 백혈병으로 사망하면서 불거졌다.
황유미씨 유족과 시민단체들이 반도체 생산라인의 발암 물질을 백혈병 발병의 원인으로 지목하고 산업재해로 인정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하는 등 7년간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유족과 유족의 협상권을 위임받은 반올림 측과 진지한 대화에 나섰지만 반올림 측이 유족으로부터의 위임장을 받지 않는 등의 이유로 별다른 협상진전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상태다.
[뉴스핌 Newspim] 이강혁 기자 (ik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