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리 상승에 자산 가격 효과 희석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유럽중앙은행(ECB)의 부양책이 이머징마켓의 자산 가격 상승을 부채질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던 투자자들이 최근 미국 국채 수익률 상승에 당혹감을 내비치고 있다.
이른바 ECB 효과가 미국 국채 수익률 상승에 희석될 수 있다는 우려다.
(사진:월스트리트저널) |
유로존의 디플레이션 리스크를 해소하는 한편 유로화 평가절하를 유도하기 위해 ECB는 5일 열리는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한편 초과 지준금에 대해 마이너스 금리를 시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자산 매입을 통한 유동성 공급 역시 가능한 카드로 꼽히고 있다.
ECB의 부양책이 미국의 양적완화(QE)와 같은 효과를 낼 것으로 가정할 경우 이머징마켓의 자산 시장은 강한 상승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계산이 가능하다.
실제로 일부 투자자들은 이 같은 예측으로 이머징마켓의 투자 비중을 적극 늘렸다.
하지만 미국 국채시장에서 복병이 등장했다.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이번주에만 15bp 뛴 것.
ECB가 강도 높은 부양책을 시행하더라도 미국의 금리가 상승 추세를 지속할 경우 연방준비제도(Fed)의 QE만큼 강하게 자산 가격을 끌어올리지 못할 것이라는 얘기다.
도이체 자산운용의 필립 풀 리서치 헤드는 “이머징마켓에 핵심적인 변수는 미국의 금리”라며 “ECB의 부양책과 유럽의 금리보다 강한 파장을 일으킨다”고 설명했다.
투자자들이 우려하는 상황은 일본은행(BOJ)이 천문학적인 부양책을 시행했을 때도 발생했다.
2013년 초 아베 신조 정부가 수조 엔에 달하는 부양책을 내놓으면서 이머징마켓의 자산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으나 벤 버냉키 전 연준 의장이 이른바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계획을 언급, 미국 국채 수익률이 급등하면서 BOJ의 부양책 효과에 찬물을 끼얹었다.
투자자들은 미국 경제가 개선되는 만큼 미국 금리가 상승에 무게를 둘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의 데이비드 호너 이머징마켓 채권 헤드는 “2013년 당시 상황에서 BOJ를 ECB로 교체한 셈”이라며 “금융시장은 1년 전 데지뷰를 연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