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수호 기자] "장바구니 물가 안정을 위해 1000여종의 주요 생필품(이하 생활필수품) 가격을 1년 내내 최대 62% 인하하겠습니다."
지난 2월 홈플러스가 대규모 연중 상시 저가 프로젝트를 발표할 당시 언급한 내용이다. 이는 업계 1위인 이마트와 뒤를 바짝 추격하고 있는 롯데마트를 겨냥했다.
과연 홈플러스의 연중 상시 저가 프로젝트는 얼마나 가격을 낮췄을까. 소비자들은 정말 홈플러스의 말대로 생필품만큼은 저렴하게 구매하고 있을까.
지난 7일 기자는 홈플러스와 그 경쟁사의 일부 생필품을 가격을 비교하기 위해 직접 매장을 찾았다. 홈플러스(인천 청라점)와 인접해있는 이마트(인천 검단점), 롯데마트(인천 청라점) 점포를 방문했다.
결론부터 말해 가격을 비교해본 결과 오히려 홈플러스의 가격이 비싼 경우가 적지 않았다.
국내산으로 기입된 토마토와 사과의 경우, 행사제품이 아님에도 롯데마트의 가격이 홈플러스보다 월등히 낮았다.
적포도(칠레산)와 토마토(국산)의 경우에는 3사가 동일한 원산지임에도 불구하고 가장 저렴한 이마트보다 홈플러스가 1000원 가량 더 비싼 가격에 판매됐다.
3사 동일한 규격으로 판매되는 우유(매일우유)의 경우에도 2종의 품목에서 홈플러스가 이마트와 롯데마트보다 비싼 가격에 판매됐다.
특히 매일우유 오리지널 1.8L 제품은 홈플러스가 이마트보다 780원 가량 더 비싼 가격에 선보였다.
여름철 생필품인 뿌리는 모기향(홈키파 에어졸허브)의 일부 제품도 홈플러스가 이마트와 롯데마트보다 비쌌다. 더욱이 이마트보다 900원 가량 비싼 가격에 판매돼, 적지 않은 가격 차이를 보였다.
한국 가정 식단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간장(샘표 양조 501, 1.8L)의 경우도 홈플러스는 이마트보다 2000원 이상 비싼 가격에 판매돼 생필품 상시할인이라는 말을 무색하게 했다.
결국 소비자들이 홈플러스의 생필품만큼은 가장 저렴할 것이라고 기대했던 것과 달리 현장에서 접한 3사 장바구니 가격의 간극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컸다.
실제로 최근 1년간 홈플러스만을 고집했다는 김정숙(50대 주부)씨는 "롯데마트보다 주로 홈플러스를 다녔던 이유는 항상 가격이 더 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며 "우유나 간장 뿐만 아니라 샴푸의 일부 품목에서도 홈플러스가 가격이 더 비싸다는 것을 이제야 알았다. 이는 소비자를 기만한 것이 아니냐"고 말했다.
홈플러스 '연중 저가 프로젝트'가 이처럼 가격 인하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 이유는 상시 할인에 들어가는 1000가지 주요 생필품 목록이 공개되지 않는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소비자들이 3사를 비교할 수 있는 품목 비교가 어렵다보니 싸다는 광고만 보고 무턱대로 매장을 방문할 가능성이 큰 것.
업계 관계자는 "홈플러스에서 1000가지 할인 제품이 무엇인지 공개하지 않으니 정작 1000가지 제품이 할인되는 것이 맞는 건지, 무엇이 얼마나 싸진 것인지 전혀 알 수 없다"며 "결국 고객에게 '싸게 판다'는 이미지를 줄 뿐, 무엇이 얼마나 싸졌는지 실제로는 인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1000가지 제품 명단이 계속 바뀌고 종류가 너무 많아서 일일이 공개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잘라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수호 기자 (lsh5998688@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