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우수연 기자] 오전 7시 30분 한국은행 소회의실. 기자들의 눈과 귀가 이주열 총재의 입에 쏠려있다. 총재와 가까운 곳에 자리 잡으려는 보이지 않는 몸싸움도 치열하다.
총재가 운을 떼자 열댓 명 넘는 기자들의 펜이 재빠르게 움직인다. 하지만 이내 기자들의 표정에는 실망한 기색이 역력하다. 결국, 의미 있는 총재의 멘트는 하나도 얻어내지 못한 채 기자들은 돌아선다.
취임 초기부터 시장과의 소통을 강조하던 이주열 총재가 쉽사리 말문을 열지 않고 있다. 시장에서 자신의 의중을 곡해할까봐, 혹은 총재의 멘트에 무게감을 싣기 위해서라는 주장도 일리는 있다.
하지만 진정한 소통이란 자신이 먼저 한 걸음 다가서야 시작되는 법. 한은은 다른 관계부처에 비해 유독 조찬 간담회가 많다. 총재의 살아있는 경기 판단과 시장 상황에 대한 언급은 경제 주체들에게 중요한 힌트가 된다.
이러한 자리에서 총재의 발언은 실시간으로 쏟아져 나오는 정보들을 그가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알아볼 수 있는 중요한 채널이다. 하지만 이 총재는 경제와 관련된 얘기는 물론, 총재의 발언 자체가 기사화되는 것을 꺼리는 분위기다. 말문을 닫아버린 총재의 속내를 우리는 영영 알 수 없다.
전임 김중수 총재 시절에는 전달하는 정보의 양이 너무 많아서 오히려 진의를 찾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이 총재는 아예 민감한 경제상황에 대해 언급조차 꺼리는 상황이니 더욱 오리무중이다.
지난 18일 이 총재는 취임 이후 첫 정기인사를 단행했다. 이제부터가 이주열호(號)의 본격 출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기 뜻을 자유롭게 펼칠 수 있는 새 판은 짜였다. 이 총재가 좀 더 강력한 리더십, 적극적인 소통을 보여줄 차례다.
이미 금융시장은 최경환 새누리당 의원의 경제부총리 내정으로 금리 인하를 기정사실로 한 것처럼 보인다. 실제 금리 인하 단행 여부를 떠나, 단기 국채금리는 연중 최저치를 잇달아 경신하고 있다. 이는 중앙은행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떨어져 있음을 바로 보여주는 예다.
이 총재가 카리스마 있는 리더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결국은 정부와 시장에 이끌려 한은이 어쩔 수 없이 움직여야 하는 상황이 오게 될 지도 모른다.
기둥 주(柱), 세찰 열(烈), 그의 이름 뜻처럼 굳건하고 추진력 있는 한은 총재의 모습을 기대해 본다.
[뉴스핌 Newspim] 우수연 기자 (yes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