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검토하지 않고 있다"...국민적 합의가 우선돼야
[세종=뉴스핌 곽도흔 기자] 37년간 10%로 유지하고 있는 부가가치세율을 올려서 급증하는 복지지출 수요에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정부의 공식 입장은 "부가가치세율 인상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로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의심의 눈초리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지난해말에도 같은 주장이 나왔고, 복지를 위한 재정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중요한 법이나 제도 개정이 있을 때 학계를 시작으로 국책연구원, 공청회 등을 통해 군불때기를 하는 게 수순이었다.
현재로서는 세금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땅에 떨어진 상황에서 부가가치세율 인상은 요원해보인다는 관측이다.
부가가치세율 인상 얘기는 지난 20일 국회 국가재정연구포럼과 국회입법조사처, 한국세무학회가 공동으로 주최한 '2014 세법개정 재정과 과제' 세미나에서 나왔다. 오문성 한양여대 세무회계학과 교수는 이 세미나에서 "향후 복지지출이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며 "우리나라의 부가가치세율은 1977년 이후 37년 동안 10%를 유지하고 있는데 부가가치세율을 10%에서 13%로 올려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국책연구기관인 한국조세재정연구원도 지난해 '중장기 조세정책방향'을 통해 부가가치세율 인상을 직접적으로 강조하진 않았지만 다른나라와의 비교를 통해 부가가치세 비중을 높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고령화와 복지지출 확대, 저성장 기조의 고착 등으로 재정수요가 증가하는 만큼 조세부담률의 증가가 불가피하지만 법인세 확대보다는 소득세나 부가가치세 등의 확대가 적절하다는 것이다.
조세재정연구원은 정부의 재정관련 연구용역을 주로 맡고 있는 국책기관이다. 전임 원장이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었으면, 현 옥동석 원장은 대통령직 인수위원이었다.
OECD 기준(18.7%)으로만 보면 우리나라의 부가가치세율은 낮은 편이라 증세 요인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문창용 기획재정부 조세정책관도 "복지국가들이 대부분 부가세가 높다는 것은 시사점이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왜 37년간 부가가치세를 올리지 못했는지다.
정부가 지난해 세법개정안을 수정한 사례를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당시 정부는 증세 기준을 변경하면서 연소득 3450만원을 초과하는 가구에 세부담을 약 16만원 올렸다. 하지만 중산층 증세라는 호된 비판에 부딪히자 결국 증세 기준을 5500만원으로 후퇴하는 사상 초유의 세법개정 수정안을 발표했다.
우리 국민들이 왜 이렇게 세금에 민감한지는 다들 알고 있다. 내가 낸 세금이 어디에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 정부에 대한 신뢰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또 정부가 부자감세에는 적극적이지만 부자증세에는 소극적이라는 점도 문제다.
문창용 조세정책관은 부가가치세 인상에 대해 "우리나라는 유럽 국가처럼 재정상황에 따라서 부가세를 조정하지 않기 때문에 세율 조정에 대한 개념이 없고 정치·사회적으로 민감한 문제라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다른 정부 관계자는 "직접적인 증세 없이 비과세·감면, 지하경제양성화 등을 통해 복지재원을 마련한다는 게 정부의 공식 입장"이라며 "부가가치세 인상 등 증세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곽도흔 기자 (sogoo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