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글 장주연 기자·사진 이형석 기자] “저 지금 표준어 쓰는 거예요.”
스크린에서 그리도 날렵하고 도도하던 조윤이 이토록 구수한 말투(?)를 가지고 있을 거라 생각하지 못했다. 이런 반응에 “내 나름의 표준어다. 태어나면서부터 쓰는 말인데 어떠냐”며 푸스스 웃어버린다. 데뷔 때부터 줄곧 들어왔던 말인지라 그는 꽤 태연했다. 연기할 때만 거슬리지 않으면 된다는 게 그의 지론. 물론 전적으로 동의한다. 영화에서, 특히 ‘군도:민란의 시대’(군도)에서도 전혀 눈치채지 못했으니. 더군다나 표준어와 경상도 사투리, 그 중간 어디 즈음에 있는 강동원표 표준어(?)는 분명 그의 매력을 더했다.
배우 강동원(33)이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드디어 돌아왔다. 영화 ‘초능력자’ 이후 4년 만이다. 팬들은 물론 충무로가 들썩인 컴백이었다. 기대에 부응하고 말겠다는 듯 그의 복귀는 강렬했고 만족스러웠다. ‘군도’ 속 강동원의 액션은 화려하고 우아했으며, 그의 감정은 관객과 함께 요동쳤다. 영화가 언론·배급 시사를 통해 첫 공개된 뒤 호평을 독차지한 이도 조윤 역의 강동원이었다.
“전 매 작품 ‘우려했는데 수월하게 해냈다’, ‘강동원의 재발견’이란 평이 많아요. 저에 대한 기대치가 낮은 건가?(웃음). 아무튼, 개인적으론 이번 영화 보고 윤종빈 감독님께 경외감이 들었어요. ‘흥행을 떠나서 진짜 잘 만들었다’고 말했죠. 거기다 저에 대해서도 좋은 말들을 들으니 기쁘고요. 물론 칭찬 이면에 ‘자기 복제’라는 평도 있더라고요. 근데 전 동의하지 않아요. 스스로 엄청난 도전이었고 한 컷 한 컷 전작들과는 최대한 다르게 표현하려 노력했죠. 근데 아무래도 같은 사람이 연기하니까 비슷하게는 느낄 수 있어요. 얼굴을 뜯어고친 건 아니잖아요(웃음).”
강동원의 복귀작 ‘군도’는 조선 후기, 탐관오리들이 판치는 망할 세상을 통쾌하게 뒤집는 의적들의 액션 활극이다. 극중 강동원은 열연한 조윤은 관과 결탁해 악랄한 수법으로 백성을 수탈, 땅 귀신의 악명을 얻은 백성의 적이지만, 아비 조대감에게 인정받지 못한 한을 가진 서자다. 악랄함의 크기만큼 깊은 슬픔을 간직한 악당인 셈이다.
“조윤은 서늘한 느낌이 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최대한 그걸 표현했어요. 카메라 앵글을 보고 각을 찾아가면서 연기했죠. 전작들보다 유독 고개를 숙이고 있는 각이 많은데 조윤의 매서운 면을 부각하기 위해서였어요. 이성민 선배와 대결하면서 머리가 풀어헤쳐 지는 장면 역시 같은 맥락이죠. 어떤 섬뜩함을 조성하기 위함이랄까? 근데 남자 분들은 싫어하시더라고요(웃음).”
앞서 살짝 언급했듯 강동원은 이번 ‘군도’를 통해 다시없을 고고한 칼 액션은 물론, 화려한 승마 액션을 선보인다. 검과 말에 익숙해야 했기에 촬영 5개월 전부터 액션 스쿨에 나가 무술 연습을 하고 승마를 배우는 등 나름의 노력을 기울인 결과다. 실제 그와 맞붙는 신이 가장 많았던 배우 하정우가 “무술팀만큼 하니까 이걸 어떻게 받아줘야 하나 고민했다”며 혀를 내둘렀을 만큼 실력이 수준급이다.
“(하)정우 형이 겁을 많이 내서 걱정하지 말라고 난 검의 달이 됐으니 헛되이 치지 않는다고 했어요(웃음). 대역을 최대한 안 쓰는 게 목표였죠. 뭐든 적당한 걸 못 참는 성격이라 시작하면 끝장을 봐야 해요. 물론 액션 팀에 저보다 훌륭한 분들은 많았죠. 다만 남한테 맡기는 걸 좋아하지 않아요. 그리고 누구보다 잘할 자신이 있었어요. 물론 힘이 들긴 하더라고요. 끝나면 녹초가 됐죠. 그래도 워낙 뭘 배우거나 몸쓰는 걸 즐기는 스타일이라 재밌었어요.”
강동원의 컴백을 향한 기대는 하늘을 찔렀지만, 그만큼 우려도 컸던 게 사실이다. (결과적으로 그는 독보적인 존재감을 발휘했으나) 작품 선택의 폭이 넓은 그가 구태여 복귀작으로 이른바 멀티캐스팅이라고 일컫는 영화에 출연할 이유는 없지 않은가. 더군다나 하정우, 이성민, 조진웅, 마동석, 정만식, 김성균, 이경영 등 쟁쟁한 선배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니 자칫하면 잃을 게 더 많다는 게 주위의 솔직한 시선이었다.
“이 작품 한다고 했을 때 출연 배우들과 상대가 되겠느냐는 말을 많이 들었죠. 차라리 원톱 영화를 하란 말도요. 근데 전 저 나름대로 열심히 살았고 그에 못지않은 경력이 있잖아요. 난 자신 있는데 왜 그럴까 싶었죠. 영화가 원톱, 투톱 개념이 있다는 것도 말도 안 되고요. 그때마다 여기서 멋지게 살아남겠다고 했어요. 사실 살아남는단 말도 웃기는 거죠. 어쩌면 그래서 더 열심히 조윤을 표현하려 노력한 것도 있어요.”
“나름대로 열심히 살았다”는 그의 말처럼 지난 2003년 드라마 ‘위풍당당 그녀’로 데뷔한 강동원은 여태껏 쉴 새 없이 움직였다. 드라마 ‘1%의 어떤 것’(2003)을 비롯해 영화 ‘그녀를 믿지 마세요’(2004), ‘늑대의 유혹’(2004), ‘형사 Duelist’(2005),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2006), ‘전우치’(2009), ‘의형제’(2010) 등 끊임없이 필모그래피를 쌓으며 연기력과 흥행성을 모두 인정받았다. 그리고 ‘군도’에 이어 올 하반기, 배우 송혜교와 호흡을 맞춘 영화 ‘두근두근 내 인생’의 개봉도 앞두고 있다. 하지만 대중은 보고 있어도 보고 싶을 만큼(?) 그에 대한 애정이 큰가 보다. 하물며 지인에게도 ‘너 열심히 일해야 하지 않느냐’는 말을 종종 듣는다는 그는 “저 2003년 데뷔해서 열다섯 작품이나 찍었다”며 장난기 섞인 말투로 억울함을 토로했다.
“‘전우치’ 시나리오 기다리면서 쉰 거 말고는 저 쉰 적이 없는데 이상해요. 더 열심히 하려면 한 번에 두 개씩 찍어야 하나?(웃음) 아무튼 전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은 마음으로 열심히 작품에 임하고 있죠. 언제나 진중하게 캐릭터에 올인하려 하고요. 물론 확실히 예전보다 중압감은 좀 덜해요. 나름의 노하우가 쌓이면서 점점 즐기게 된 거죠. 특히 이번 영화는 오랜만에 촬영한 거라 너무 좋았어요. 전 현장이 되게 좋고 행복하거든요. 매 장면 재밌게 찍었을 때의 쾌감이 엄청나죠. 그래서 이렇게 계속 연기를 하고 싶어요. 우선 지금은 빨리 관객을 만나고 싶고요. 오래 찍고 기다린 영화라 저 지금 되게 설레거든요(웃음).”
“잘생긴 거 아냐고요?” |
[뉴스핌 Newspim] 글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사진 이형석 기자 (leehs@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