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연춘 기자] 이재현 회장의 공백으로 지난해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CJ그룹이 투자를 집행하지 못한 금액만 48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최고경영자(CEO) 구속에 이은 재판과 신장 이식수술 등으로 CJ가 당초 계획했던 올 상반기 1조3000억원 가운데 35%를 집행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CJ그룹은 올 상빈기 계획한 투자 가운데 상당수를 실제 진행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룹 총수인 이 회장 부재로 중요한 의사 결정이 지연되며 상반기 밝힌 역대 최대 규모의 투자가 지지부진한 상태로 마무리 됐다.
투자 건별로 보면 우선 CJ대한통운은 지난 1월 충청지역에 물류 터미널 거점 마련을 위해 2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었으나 의사 결정이 미뤄지면서 계획 추진이 보류됐다.
CJ대한통운은 이에 앞서 지난해 하반기에도 미국과 인도 물류업체 인수를 추진하다 협상단계에서 계획을 미룬 바 있다.
CJ CGV의 해외 극장사업 투자 역시 지연되고 있다. CJ오쇼핑의 해외 인수합병(M&A)을 통한 사업 확대 계획도 늦춰지고 있다.
CJ제일제당은 베트남, 중국 업체 M&A를 추진했으나 협상 마무리 단계에서 계획이 무산됐으며 CJ푸드빌은 한식 레스토랑 '비비고' 매장 출점 계획을 잠정 보류했다.
앞서 지난해 이 회장이 구속되면서 실제 투자규모가 계획보다 20% 적은 2조6000억원에 그쳤다.
CJ그룹은 투자액을 2010년 1조3200억원, 2011년 1조7000억원, 2012년 2조9000억원으로 매년 늘려왔다. 2012년에는 외식과 문화 콘텐츠 사업 확대를 위해 투자 규모를 당초 계획보다 20% 초과해 집행하기도 했다.
이 회장의 경영 공백은 고스란히 CJ의 실적악화로 이어졌다.
지난해 CJ는 매출 목표 30조원 달성에 실패했다. CJ제일제당의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43.9% 감소했고 CJ푸드빌은 적자전환했다. CJ프레시웨이와 CJ CGV, CJ대한통운 역시 전년대비 영업이익이 각각 68.1%, 6.7%, 55.1% 줄었다. 그룹의 수익성이 전반적으로 위축되면서 CJ그룹의 신규 투자 역시 소극적으로 변해가는 형국이다.
이는 오너의 부재와 무관치 않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 회장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을 필두로 한 '그룹경영위원회'가 꾸려졌지만 여전히 CJ그룹을 둘러싼 경영환경은 나아지고 있지 않다.
CJ그룹 관계자는 "단기적으로 적자를 감수해야 하는 해외 시장 개척이나 대규모 M&A 등에 대한 의사 결정은 이재현 회장만 할 수 있다"며 "회장이 지난해 7월 구속된 이후 우려했던 경영 공백 후유증은 올해 들어 더욱 심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연춘 기자 (lyc@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