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규제개혁장관회의 주재
[뉴스핌=김민정·김지유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규제개혁에 속도를 낼 것을 관계부처에 강하게 주문했다. 또 "눈 딱 감고 푸세요"라며 과감한 규제개혁을 촉구했다.
박 대통령은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2차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 “현장에서는 1일이 여삼추다. 하루도 늦출 수 없다”며 “지금할 수 있는 것은 기다리지 말고 내일이라도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초 이날 회의는 2시부터 5시까지 3시간 동안 진행하는 것으로 예정됐으나 시간을 넘겨 6시12분에 마쳤다. 다양한 현장의 규제개혁 요구가 나왔고, 이에 대한 논의가 치열하게 진행됐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눈 딱 감고 푸세요”라며 덩어리 규제 철폐를 지시했으며, 또 다른 장관에겐 “(규제를) 푸는 것도 중요하지만 빨리 푸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여린 '제2차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제공) |
“당장 내일이라도 규제를 풀라”는 발언은 농촌•농업 관련 규제 세션에서 나왔다. 박 대통령은 “융복합사업지구를 지정하겠다고 계획을 애기했는데 그것은 그것대로 근본적으로 추진하더라도 지금 당장 현장에서는 급하다”며 “법을 고치지 않고 할 수 있는 것은 즉각 먼저 해주고 작은 것이라도 빨리 풀어주고 지구를 만드는 것은 장기적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현장에서는 규제를 풀어준다고 하면 다음날 풀리는 줄 안다”며 “좋은,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는 것도 필요하지만 현장에서 빨리 할 수 있는 것은 하루도 기다리지 말고 빨리 처리함으로써 체감이 되고 용기를 갖고 현장에서 일할 수 있도록 지체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농촌•농업의 중요성도 언급했다. 박 대통령은 “조지 소로스, 짐 로저스 등이 모든 재산을 농업에 투자하겠다고 하는 것은 그 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라며 “우리 농산물도 얼마든지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규제를 개혁하는데 있어서 속도감을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적극적으로 조정하고 빨리 풀어야지 속도도 굉장히 중요하다”며 “푸는 것도 중요하지만 빨리 푸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 “눈 딱 감고 푸세요, 전부”
박 대통령은 “(규제가) 워낙 실타래처럼 얽혀 있어서 웬만큼 풀어서는 표가 안 난다”면서 “잘 못됐다고 하면 화끈하게 풀어야 간에 기별이라도 간다”고 말했다.
이정면 범건축종합설계사무소 대표는 “(건축) 심의 자체가 기본 설계한 상태에서 이뤄지다보니 소수 전문가들이 의견을 내시는데 설계안과 상반되는 경우가 많다”며 “심의만 6번 받으면서 투자자는 토지 사놓고 투자 시기를 놓치는 것을 봤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일부 소수의 심의위원의 의견으로 사업 자체가 좌지우지되거나 시기 놓치는 제도는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승환 장관은 이에 대해 “저도 학교에 있을 때 학교 건물을 지을 때가 있었는데 그대로였다”며 “그것이 다 이자비용으로 나가는데 시간을 몇 달씩 끄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서 장관은 “건축심의제는 확실히 고치겠다”며 “덩어리 규제 위주로 계속 풀어나가겠다”고 약속했다.
1차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와 마찬가지로 이날도 불편한 전자상거래에 대한 민원이 이어졌다.
서강대 창업동아리 블랙박스의 상반기 회장을 맡고 있는 강민지 학생은 “국내전자상거래 결제시스템이 복잡해서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 친구들도 많은 불만을 갖고 있다고 하는데 해외에서는 한국 브랜드제품에 대한 접근방법이 복잡해 중국에서는 ‘따이꼬’라는 불법 대행사도 유행한다고 한다”고 말했다.
강 씨는 “국내 온라인쇼핑몰에서 전세계 사람들이 손쉽게 한국제품을 구입할 수 있는 수단이 마련되면 우리나라 기업들도 외국 진출을 앞두고 있으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박 대통령은 “쓸데없는 규제 때문에 우리가 얼마나 많은 손해를 보며, 얼마나 많은 일자리를 놓치고 있나 하는 폐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며 “관계부처에서는 오늘 적어도 이 전자상거래 부분과 관련해서는 모든 규제를 풀고 국제기준에 맞게 하겠다는 얘기가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은 “외국처럼 아이디와 패스워드, 이메일주소만 치고 들어가는 방법이 아직 없다”며 ‘페이먼트 게이트웨이, 원클릭서비스를 하기 위해선 제도적으로 부족한 부분이 남아있다”고 했다.
최 장관은 “미래부, 공정위 등 관계부처와 협력해 빠른 시일 내에 고치겠다”며 “세밀하게 들여다보고 관련규제 철폐하겠다”고 덧붙였다.
◆ “한국경제 골든타임인데 규제개혁 속도 더디다”
박 대통령은 이날 모두발언을 통해 "우리경제가 골든타임에 놓여있는데 규제개혁 속도가 더디고 느리다"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은 “이 시기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다시 한 번 제2의 한강의 기적을 만들어낼수도 있고, 저성장의 늪에 빠져 뒤처질 수도 있다”면서 “지금 정부가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 따라 그야말로 원점에서 불필요한 규제를 개선해나가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부분에서 진척이 더딘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이 같이 규제개혁이 더딘 이유로는 규제개혁 법안이 상당수 국회에 묶여 있다는 점과 부처간 협업 부족, 일부 이해관계자들의 반발을 꼽았다.
당초 8월 말로 예정됐던 2차 회의가 이날로 연기된 이유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당초 8월 말에 2차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었지만 1차에 제안된 과제를 점검해보니 규제에 묶여 있는 남아있는 과제가 있어서 시간이 필요했다”며 “회의를 개최하는 것보다 실천이 얼마나 됐는가가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말을 했으면 실천이 뒤따라야 한다”면서 “관계자분들이 단단히 결심하고 회의에 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경쟁국에 비해 뒤지고 있는 규제개혁 속도도 질타했다. 박 대통령은 “세계 각국은 투자를 유치하고 일자리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 치열한 규제개혁 경쟁을 벌이고 있다”며 “경쟁국들은 과감한 규제 개혁을 하는데 위기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역대 정부마다 규제를 혁파하겠다고 나섰지만 임기 초에 좀 되는 것 같다가 임기 말에 관심이 줄어들면 규제가 다시 늘어나서 규제 개혁 전 보다 많아졌다”며 “많은 것을 하겠다고 발표하기 보단 하나의 규제라도 제대로 풀어서 국민들이 효과를 느껴야 한다”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김민정·김지유 기자(mj72284@newspim.com kimjiy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