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보는 타 부처들 시각 좋지 않아
[세종=뉴스핌 곽도흔 기자] 지난달 28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열린 포럼에 참석한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한국이 디플레이션 초기에 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디플레이션(deflation)이란 물가가 하락하고 경제활동이 침체되는 현상을 말한다. 흔히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말할 때 디플레이션 시대라고 부르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일반적인 인식은 매우 부정적이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 서울 프레스클럽에서 '2014년 제2차 재정정책자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그로부터 닷새후인 지난 2일 투자은행(IB)인 바클레이즈는 최 부총리의 발언에 대해 "한국에서 디플레이션 신호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평가했다.
박근혜 정부 '실세'인 최경환 부총리가 최근 부동산시장 규제완화, 경제활성화 등에 적극 나서면서 증시와 부동산이 살아나고 있다는 평가가 잇따르고 있다.
부처간 이견이 있는 정책들을 뚝심 있게 해결하는 모습도 찬사를 받는다.
하지만 이번 사례처럼 관심이 모두 최 부총리에게 모이다보니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최 부총리 취임 이후 기재부를 보는 타 부처들의 시각도 좋지 않다. 최근 기재부가 발표한 사적연금 활성화 대책과 저탄소차협력금제가 대표적이다.
사적연금 활성화 대책은 고용노동부가 담당부처인데 기재부가 자료를 배포하고 브리핑까지 도맡았다. 저탄소차협력금제도도 온실가스 감축이 핵심인만큼 환경부의 입장이 중요하지만 기재부의 주장이 더 많이 포함됐다.
경제분야에서 부처간의 갈등을 조정하는 것은 5년만에 재탄생한 경제부총리의 주요한 역할이지만 조정이 아니라 자신(혹은 기재부)의 주장을 강제하는 것은 부작용만 남긴다.
기재부 고위관료들이 최근 잇달아 지자체의 부지사 혹은 부시장으로 자리를 이동한 탓에 안전행정부의 불만도 크다. 통상 이들 자리는 안행부 출신들이 가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실세' 부총리의 장점은 많다. 최근의 경제지표가 그렇다. 그러나 타부처에서 '독주'라고 느낀다면 오히려 실세라는 장점이 최대 단점이 될 수도 있다.
관가에서는 최경환 부총리의 임기를 그리 길게 보지 않는다. 20대 국회의원 선출을 위한 총선이 2016년 4월에 실시되므로 내년 말이 될 가능성이 높다. 최 부총리 후임 부총리가 현 정부의 실세가 아니라면 어렵게 최 부총리가 입안한 정책들이 무리없이 잘 추진될 것인지 우려되는 이유다.
[뉴스핌 Newspim] 곽도흔 기자 (sogoo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