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기말인 9월말 자금사정도 빡빡
[뉴스핌=강소영 기자] 최근 중국 시중 자금상황이 여유로운 것과 달리 기업 등 실물주체의 융자난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정부가 상반기 민간 기업 자금난 해소와 농촌 경제 활성화를 위해 선별적으로 지급준비율을 인하했지만, 실제로 실물경제 주체에 자금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고 오히려 부동산 등 투기분야로 흘러가고 있기때문이다.
중국증권보(中國證券報)는 선별적 지준율 인하고 소기업과 농촌 지원에 사용돼야 할 수천억 위안의 자금이 은행에 그대로 묵혀있다고 5일 보도했다.
이 매체는 저장(浙江), 장쑤(江蘇), 광시(廣西) 및 윈난(雲南) 등 소기업 밀집지역과 농촌 지역을 살펴본 결과 실물경제주체의 융자난이 다소 해소되긴 했지만, 소기업과 농촌지역의 은행 대출 '문턱'은 낮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가 올해 상반기 두 차례에 걸친 선별적 지준율 인하고 시장은 수 천억 위안의 자금이 시장에 풀릴 것으로 기대했지만, 실상은 이와 다르다는 설명이다.
은행권이 자금을 풀지 않는 것은 '합의(合意)대출'에 따른 제약 때문으로 풀이된다. 합의대출이란 사실상 상업은행의 대출에 대한 인민은행의 규제로, 인민은행과 시중은행이 대출규모와 시기를 잠정적으로 정해둔 것을 가리킨다. 인민은행은 이를 통해 시중에 풀리는 대출규모를 조절할 수 있고, 통화정책에도 활용한다.
시중 은행 관계자는 "선별적 지준율 인하 혜택을 누리는 지방 도시은행과 농촌의 상업은행은 합의대출로 인한 구속력이 훨씬 강하다"면서 "지준율이 인하됐어도 이미 정해놓은 합의대출 계획을 외면하기가 쉽지 않다"고 밝혔다.
일부 농촌 은행중에는 지준율 인하로 생긴 '여윳돈'으로 '돈 놀이'를 하는 곳도 발견됐다. 대출도 하지 않아 이자소득을 기대할 수 없고, 은행에 묵혀두면 이자를 지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부 은행은 해당 성(省)의 신용협동조합격인 성연합사(省農村信用社聯合社)에 여유 자금을 위탁 운용하도록 하고 있다. 문제는 성연합사로 들어간 자금이 각종 운용 과정에서 부동산 등 시장으로 흘러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굉원(宏源,훙위안)의 통계에 따르면, 4개 지역에서 약 108억 6200만 위안이 불법으로 부동산 개발 등에 유입됐다. 또한 8개 은행의 대출자금 중 3749억 8800만 위안이 각종 운용과정을 통해 지방정부 투자기관(LGFV) 및 부동산 기업으로 흘러들어 간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전체가 아닌 적발된 금액으로 이보다는 더 많은 자금이 부동산 시장에 유입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늘어난 부실대출 역시 은행이 대출을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올해 상반기 대다수 상장은행의 부실대출 비율과 규모는 모두 상승세를 보였다. 일부 은행의 부실대출 규모 증가율은 20%를 넘어섰다. 부실대출 대부분은 제조업, 소매 및 소기업에서 발생했다. 이 때문에 하반기 은행이 기업대출에 더욱 부담을 느낄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편, 인민은행은 추석과 국경절 연휴 현금 수요 증가에 대비해 시중에 자금을 지속해서 공급하고 있다. 하반기 자금 시장은 다소 안정세를 보일 전망이다.
인민은행은 4일 공개시작조작을 통해 9월 첫 주에 70억 위안을 순방출, 4주 연속 자금 공급을 이어갔다.
시장 관계자는 "명절과 같은 연휴의 현금 수요 증가가 자금시장에 주는 영향은 크지 않다. 오히려 분기말인 이번 달 말에 자금시장이 어려워질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그러나 인민은행이 적절한 자금공급을 지속하고 있어 시중 금리가 요동칠 가능성은 적다"고 밝혔다.
중신(中信)증권은 이번 달 말 국경절 연휴로 인해 9월 시중통화 유통량(M0, 본원통화)량은 작년 동기와 비슷한 1600억 위안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9월 말 공개시장에서 만기가 도래하는 자금도 적고, 재정부의 예산집행 역시 자금 시장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분석했다.
[뉴스핌 Newspim] 강소영 기자 (js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