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압박 요인 적어…환매 후 새로운 투자처 찾는게 이득
16일 뉴스핌이 27개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현재 채권 상품군 중 환매해야 할 종목으로 물가연동국채(물가채)가 가장 많이 꼽혔다.
현재로서 물가 상승 요인이 제한적인데다 유가와 환율에 민감한 우리나라 물가의 특성상 정치적 압박으로 물가를 끌어올리는데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전문가들은 저물가가 장기화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물가채를 매도하고 발빠르게 다른 투자처를 찾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조언했다.
통계청은 8월 소비자물가지수가 전월대비 0.2% 상승했고 전년동월대비로는 1.4% 상승했다고 2일 발표했다. <그래픽=송유미 미술기자> |
물가채란 물가상승률 만큼 채권원금이 증가해 수익이 늘어나는 상품이다. 저물가 기조가 장기화되면 당연히 수익률 측면에서는 불리하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4%에 그쳤다. 소비자물가가 2년 넘게 한국은행 목표치를 밑돌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정부의 하반기 평균 물가 상승률 예상치인 1.8%도 밑돌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전문가들 사이에 물가채를 환매해야 한다는 컨센서스가 확대됐다. 투자자들 역시 시장금리 하락 등의 영향으로 이미 손실이 커 매도 압력에 내몰린 상황이다.
한화생명 이명열 FA추진팀 매니저는 "2013년 연초 이후 현재까지의 월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9~1.7%에 그쳐 물가채 매력이 약화됐다"고 평했다.
게다가 국내 물가를 결정짓는 주요 변수인 수입물가 역시 상승 요인이 크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실제로 15일 한은이 발표한 8월 수입물가는 유가 하락 영향으로 4년 10개월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안기태 우리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2005년 이후 전월대비 물가 상승폭이 낮은 추세이며 4분기 물가 상승률을 추정해봤을 때 3분기(1.6%)와 별다른 변동이 없는 1.7%가 전망된다"며 "수입물가가 주된 변수인데, 유가가 미국 요인으로 바닥을 다지고 있고 중국 경기도 예전만큼 좋지 않아 원자재 가격을 올릴 측면이 많지 않다"고 분석했다.
◆ 담뱃값 인상이 변수지만 분위기 전환 만만치 않아
일각에서는 최근 정부가 추진하는 담뱃값 인상이 물가 상승을 부추길 것이라고 주장한다. 최근 정부는 담뱃값 2000원 인상을 추진하고 나섰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담뱃값이 2500원에서 4500원으로 인상될 경우 소비자물가는 0.62%p 상승하게 된다.
동부증권 문홍철 애널리스트는 "담뱃값이 인상된다면 내년 1월 1일부터 적용되기 때문에 내년 1월 물가의 전월비 소비자물가 상승분이 당장 0.62%p 오른다"고 설명했다.
이어 "내년 초에는 당장 2%대 초중반의 소비자물가 지수가 예상된다"며 "4분기 중반경 물가채 투자를 고려할 만한 시점"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과연 담뱃값이 정부 발표대로 2000원의 인상폭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란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안기태 이코노미스트는 "여당도 법안 통과에 소극적이라고 하는데, 아직 담뱃값 인상이 국회를 통과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라고 평가했다.
신동수 NH농협증권 애널리스트도 "2000원을 한꺼번에 올릴지, 점진적으로 올릴지도 불투명한 상황"이라며 "담뱃값과 물가 연동 시뮬레이션에서 반영되지 않은 돌발 변수가 나올 수도 있어 담뱃값 2000원 인상에 물가가 0.62%p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은 틀려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생산자물가나 수출입물가도 계속 하락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굳이 물가채를 보유해 물가상승을 기다리는 것보다 수익을 더 많이 낼 수 있는 다른 투자처를 찾는 것이 투자전략 측면에서 현명하다"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정연주 기자 (jyj8@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