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QE 종료 및 긴축 나설 때 혼란 맞을 수도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미국 국채시장의 유동성이 대폭 축소돼 양적완화(QE) 종료를 앞둔 연방준비제도(Fed)와 재무부에 적잖은 부담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
유동성이 줄어들 경우 투자자들의 매매에 국채 가격의 반응이 더욱 민감해지고, 이 경우 자금 조달 비용이 상승할 여지가 높기 때문이다.
일부 채권 전략가들은 이달 중순 이후 국채시장이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 직전과 흡사한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고 전했다.
뉴욕증권거래소[출처:신화/뉴시스] |
27일(현지시각) 미국 국채시장의 프라이머리 딜러 가운데 하나인 JP모간에 따르면 국채 가격의 변화를 일으키지 않고 특정 시점에 거래할 수 있는 물량이 지난 4월 이후 48% 급감, 1억5000만달러로 줄어들었다.
이는 투자자들이 국채 거래에 대한 신뢰를 상실할 경우 미국 정부가 자금을 조달할 때 이자 비용이 높아질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또 국채시장의 유동성이 줄어드는 한편 변동성이 상승할 경우 투자자들의 매수 및 매도 호가 차이가 더욱 크게 벌어질 수 있다.
실제로 최근 10년물 국채의 매수 및 매도 호가 스프레드는 0.26bp를 기록해 연초 이후 평균치인 0.19bp 및 15년 평균치인 0.17bp에서 상당폭 상승했다.
소시에떼 제네랄의 숀 머피 트레이더는 “국채 거래의 호가 스프레드가 크게 벌어질수록 매수자 입장에서 더 높은 프리미엄을 지불해야 할 여지가 높다”며 “지난 15일 이후 국채시장의 유동성 위축은 2008년 리먼 사태 이전 발생했던 상황과 흡사하다”고 전했다.
최근 국채시장의 유동성이 줄어드는 한편 변동성이 높아진 것은 유로존의 침체 리스크에 대한 우려와 중국의 저성장 가능성이 접목된 결과로 풀이된다.
여기에 에볼라 바이러스의 확산으로 인해 투자심리가 위축,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진 것도 미국 국채시장의 기류 변화를 일으키는 데 일조했다는 진단이다.
JP모간의 니콜라스 패니거초글루 전략가 역시 “최근 국채시장에 리먼 파산 직전 움직임이 재연됐다”며 “유동성이 급속하게 축소되는 동시에 변동성이 급상승했다”고 전했다. 그는 어떤 자산시장도 이 같은 급변동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구겐하임 증권의 제이슨 로건 매니징 디렉터는 “최근 2주 사이 국채시장의 움직임이 상당히 급박해졌다”며 “투자자들의 기대 수익률을 만족시키는 동시에 손실 리스크를 피하는 일이 매우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 같은 움직임이 단시일 안에 진정되지 않을 경우 국채시장 전반에 커다란 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RIA 캐피탈 마켓의 닉 스타멘코빅 채권 전략가는 “국채 매매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가 여기서 추가로 떨어질 경우 연준이 QE 종료와 함께 금리인상을 저울질할 때 국채시장이 2006년 금리인상 당시와 같은 무질서에 빠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벤치마크 10년물을 필두로 국채 수익률이 가파르게 상승, 미국 정부는 물론이고 기업의 자금 조달 비용을 대폭 끌어올릴 것이라는 얘기다.
한편 12조3000억달러에 달하는 미국 국채시장은 세계 최대 규모인 동시에 2~3위 국가의 국채시장 총액을 웃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