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 삼성전자 승계비용과 삼성전기 SDS상장 요인 주목
[뉴스핌=김양섭 기자] 삼성전자를 둘러싸고 수개월간 지속돼 왔던 국내기관과 외국인의 대립적인 수급 구도에 변화가 감지됐다. 줄기차게 매도로 일관했던 국내기관이 매수에 나선 것이다. 일각에선 숏커버 물량이 유입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일 국내기관은 삼성전자 주식 3만2000주를 순매수했다. 지난달 7월 29일 이후 가장 큰 규모의 순매수다. 삼성전자 주가는 전일 3% 상승세로 마감했고, 이날 급등세를 펼치고 있다.
스마트폰 사업에 대한 업계 안팎의 전망이 여전히 좋지 않지만 주가가 떨어져 밸류에이션 매력도가 높아진 점이 매수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게다가 외국인들의 매수세가 꺽일 조짐을 보이지 않으면서 향후 주가가 반등할 경우에 대비에 기관들의 숏커버 물량이 유입되고 있는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한 증권사의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 담당 관계자는 "최근에 기관의 숏커버 물량이 일부 들어왔다"면서 "이틀동안 오른 물량 중에는 숏커버링 물량이 섞여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날 삼성전자는 실적 발표 이후 진행된 컨퍼런스콜에서 배당 이슈를 꺼내들었다. 실적 수치와 관련 코멘트가 좋지는 않았지만 배당 확대 기대감은 주가를 상승시킬 수 있는 논리로 작용했다.
외국인은 이날도 공격적으로 매수하고 있다. 매수 상위 5개 창구가 모두 외국 증권사다.
국내 기관의 한 매니저는 "국내 기관들의 삼성전자 편입 비중이 상당히 낮아져 있는 상태인데, 외국인이 계속 공격적으로 들어오니까 기관들도 방향을 좀 튼게 아닌가 추정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삼성전자 주가가 지난 6월 149만5000원(6월3일 장중 최고가)을 찍고 내리는 동안(6월1일~10월 28일) 기관은 247만주를 팔았다. 이 기간동안 외국인은 172만주를 샀다.
삼성전자 주가를 움직이는 또 다른 이슈는 승계 비용이다.
'주가가 낮아야 상속 또는 증여 비용이 줄어든다'는 인식에 삼성 측이 삼성전자의 주가 하락 방어에 소극적으로 대응할 것이라는 논리를 국내기관들이 상당부분 수긍했다는 게 업계의 반응이다. 매니저 A씨는 "외국인들은 사실 별로 신경 안 쓰는 이슈인데, 국내 기관들은 상당히 설득력 있는 논리로 받아들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삼성그룹주 가운데 급등세를 탄 또 다른 종목은 삼성전기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사업 부진의 직격탄을 맞아 3분기에 690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는 소식이 이날 전해졌지만 주가는 오히려 급등세다. 증권가 안팎에선 삼성전기 역시 숏커버 물량이 유입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삼성전기의 경우 주가를 움직인 별도의 이슈는 삼성SDS의 상장이다.
일반적으로 지분보유 업체가 상장을 하면 호재로 작용하지만 삼성전기의 케이스는 다르다. 보유지분을 구주매출(기존주주의 주식을 기업공개 공모물량에 포함시키는 것)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삼성SDS 희망공모가는 15만~19만원인 데 비해 장외거래가는 36만원까지 치솟아 2배가량 격차가 난다. 공모가와 상장 이후 가격 차이만큼 삼성전기가 손해를 보는 꼴이라는 인식이 주가 상승을 막는 또다른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도 있다.
증권가 한 관계자는 "한 번에 캐시가 들어오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평가이익이 더 커질수 있는데 공모가 수준에서 이익실현을 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부정적"이라고 설명했다.
▲ 삼성전자 주가 및 수급동향 |
[뉴스핌 Newspim] 김양섭 기자 (ssup82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