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위험자산선호, 日 공적연금 기대감
[뉴스핌=이영기 백현지 기자] 일본의 추가양적 완화로 엔저(円低) 기조가 깊어짐에 따라 수출기업에 대한 부담이 커질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엔저에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높은 현대차 주가는 주초 6% 급락한 직후 3% 추가 약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당장은 과도한 엔저(환율 오버슈팅) 충격이 국내 증시에 악재로 보이지만, 길게 보면 일본의 양적완화 정책이 글로벌 경제의 위험 완화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결국 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의 경기 안정감을 바탕으로 유럽과 일본 등 선진국 중앙은행의 경기부양 기조가 재확인된 가운데, 일본의 공적연금펀드(GPIF)의 해외주식투자확대가 증시에 수급을 개선할 것으로 기대된다는 것이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코스피는 엔저 영향으로 11.46포인트 하락한 1952.97에 마감했고 현대차와 기아차는 각각 5% 이상 하락세를 보였다.
◆ 현대-기아차 폭락...수출주 단기 변동성 불가피
현대차, 기아차 및 현대모비스가 엔저 영향으로 급락한 데 이어 자동차 판매대수는 증가하고 있는 미국에서 시장점유율이 오히려 7.39%로 줄었다는 소식으로 이날도 현대차 3인방은 하락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닛산이 지난달에 10만대 이상 판매하는 등 일본자동차들이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공세를 펼쳐 현대차의 시장점유율이 줄어 든 것도 사실이지만 이런 주가의 움직임 뒤에는 엔저 이외의 요인도 작용하고 있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11월에 발생한 EPA 연비과장 문제에 대한 1억달러 페널티 합의가 있었고 또 현재 2000만점 보유 중 475만점의 크레딧(1크레딧 당 45$)도 박탈당하게 되었다"며 "재무적 부담은 제한적이지만 미국의 해외업체 견제가 보다 강화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우선주 570만주를 보유한 주주노르웨이 뮤추얼펀드인 스카겐이 현대차 경영진 만나서 한전부지 매입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전달한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엔저의 영향에 대해서는 지난 2012년 4분기부터 지난해 2분기까지의 주가변동성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당시 엔저가 현대차나 기아차의 펀더멘탈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었고 오히려 원달러 약세 반등으로 시장 기대치 이상의 분기실적을 달성한 바 있다.
김준성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엔화약세기간에 현대차-기아차의 기업가치 변동요인은 오히려 원달러 환율이었다"며 "엔저에 따른 기업가치 훼손 우려는 과도한 것으로 단기 우상향 주가흐름을 이어갈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럼에도 자동차 등 수송업종 뿐 아니라 조선업체나 전기전자 업종의 수출 환경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높다. 모두 엔저에 따른 업종별 상관관계가 높은 업종들로 단기적인 변동성을 피하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시총상위 종목들의 특정 이슈로 외국인의 매도가 집중되기 시작한 이전 시점인 지난해 9월부터 올해 9월 중순까지 1년간 엔 환율과 업종지수 시계열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의료정밀, 운수/장비, 기계, 전기/전자 업종은 엔저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성환 부국증권 연구원은 "당장 엔저의 오버슈팅 가능성을 고려하면 이들 업종에 대한 변동성은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라고 말했다.
◆ 실적 우려 적은 경기민감주와 증권주에 주목
하지만 전문가들은 엔저가 글로벌 리스크 완화 요인으로도 작용해 우리증시의 수급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은행권 스트레스 테스트 완료 등으로 정책 대응력이 명백해진 유럽을 시작으로 10월 FOMC로 마무리된 미 연준의 스탠스 등으로 글로벌 위험자산 선호 환경이 만들어지고 일본의 GPIF의 해외주식 비중확대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것.
변준호 BS투자증권 연구원은 "경기하강을 방어하기 위해 중국의 미세조정, 유럽과 일본의 추가 완화책, 미국의 저금리 기조 유지 등이 위험자산 선호 현장을 재차 부각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변 연구원은 엔저가 우리증시에 악재로 작용하는지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기도 하다. 우선 엔저에도 불구하고 일본기업의 수출향상이 크지 않다는 점이다. 엔저가 급격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낮다는 의미다.
또 일본 GPIF가 주식 편입 비중을 기존의 12%에서 25%로 확대함에 따라 총 운용규모가 127.3조엔 (약 1220조원 상당)임을 고려하면 우리증시의 수급을 개선시킬 요인으로 무시할 수 없다.
김성환 부국증권 연구원은 "GPIF의 주식비중 상향과 벤치마크 변경 등을 고려하면 국내증시의 일본계 자금 유입은 계속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말했다. 지난 9월 한달간 유럽계 자금 이탈과는 달리 일본계 자금이 약 9300억원 순유입됐다.
결과적으로 엔저를 우려한 성급한 반응보다는 글로벌 리스크 완화에 의한 유동성 증가 가능성과 국내 정책기대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것.
이에 실적우려가 적은 경기민감주와 정책기대감이 유효한 증권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연말까지는 증권, 금융 등 내수주를 중심으로 한 투자전략이 유효하다는 평가다.
변 연구원은 "시장의 상승 흐름에 기댄 투자전략이 유효하다"며 "보다 공격적인 포트폴리오 구성이 바람직하고 경기민감주나 증권주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영기 기자 (00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