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서 중국식 마샬플랜 천명, 해외판 800조원 부양책
[뉴스핌=강소영 기자] 중국이 베이징에서 5일 개막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에서 시진핑(習近平) 정권의 핵심 경제개발 전략인 '육·해상 실크로드 경제권'에 대한 전세계의 지지를 이끌어낼 전망이다.
중국은 이번 APEC회의에서 지역 간 교통연결과 경제유대 강화를 위한 인프라 건설을 주요 의제로 다루고, 자국이 추진하고 있는 '육·해상 실크로드 경제벨트 구축'의 비전과 효과를 알려 관련 국가의 적극적인 협력과 호응을 호소할 것으로 보인다.
'일대일로(一帶一路, One Belt One Road)' 구상의 핵심인 육·해상 실크로드 경제권은 ▲ 중국의 대외 영향력 확대 ▲중국과 미국의 지정학적 상호 견제 가열 ▲ 중국의 새로운 경제성장 동력 탄생 ▲ 동아시아 경제협력과 유대 강화 ▲ 우리나라의 실크로드 익스프레스 구상과의 연계 가능성 등 중국과 전세계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커 전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 일대일로=육상 실크로드+해상 실크로드
중국은 시진핑 정부가 주도하는 13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13.5규획)의 핵심 과제를 지역경제 발전으로 정하고, 이를 위한 실천 방안으로 '일대일로(一帶一路, One Belt One Road)'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일대일로'는 육상과 해상 실크로드를 결합한 거대 경제벨트 구축안으로, 지역 균형발전과 산업구조조정, 에너지 안보와 국방 강화 등 중국의 핵심 전략을 응축하고 있는 중요 국가 정책이다. 과거 서역과 중국의 무역로 였던 '비단길(실크로드)'과 명나라 정화의 해상 원정길의 영광을 재현한다는 의미에서 신(新)실크로드 경제권으로 불린다.
'일대일로' 구상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3년 9월 7일 카자흐스탄의 한 대학 강연에서 "실크로드 경제벨트를 만들어 공동 번영과 협력의 시대를 열자"로 제안한 것으로 시작됐다. 한 달 뒤인 10월 3일 시 주석은 인도네시아 국회 연설에서 해양 실크로드 경제벨트 구축에 아세안 국가의 협력을 제안하면서 '일대일로' 구상의 윤곽이 잡혔다.
일대일로 구상을 완성하기 위해선 중앙아시아와 동아시아 각국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시진핑 등 중국 국가 지도부가 잦은 해외 순방에 나서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신실크로드 경제벨트의 육상 노선은 중국의 중서부 주요성(省)인 산시(陝西)·간쑤(甘肅)·칭하이(青海)·닝샤(寧夏)·신장(新疆)을 관통하고, 러시아·카자흐스탄·벨라루스·폴란드를 거쳐 독일까지 이어진다. 이를 위해 시진핑 주석은 중국~독일을 연결하는 위신어우(渝新歐) 철도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21세기 해상 실크로드'로 불리는 해상 경제벨트는 중국에서 출발해 동남아시아(싱가포르·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와 몰디브 등 인도양을 거쳐, 유럽에 이르는 해상 무역로 건설이 핵심이다.
◆ 중국판 '마샬플랜'...해외판 '4조 위안' 경제 지원책
중국 언론은 신(新)실크로드 경제벨트 계획을 중국판 '마샬플랜'에 비유했다. 제2차 세계 대전 후 황폐한 유럽 국가를 지원하는 미국의 원조 계획인 마샬플랜처럼, 육해상 실크로드 경제벨트 구축을 위해 중국의 막대한 자금을 해외에 투자될 것이기 때문이다.
천문학적 규모의 자금이 해외에 투입된다는 차원에서 해외판 '4조위안 경제부흥책'으로도 분석되고 있다. 자금 조달을 위해 중국은 10월 24일 아시아인프라개발은행(AIIB)을 발족하고, 자본금 1000억 달러 가운데 절반인 500억 달러를 부담하기로 했다. 현재까지 21개국이 참가의사를 밝혔고, 우리나라는 내년 초까지 가입여부를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중국은 아시아 인프라 건설이 경제성장의 새로운 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국 기업이 육상 실크로드 구출을 위한 철도·도로 등 건설 공사를 주도해 내수 활성화 효과를 내고, 중국 기업의 해외 진출도 촉진할 것으로 보인다.
재원마련을 위해 발행한 채권이 상품 수출과 인프라 건설에 투입되면 중국 산업계의 생산과잉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육상 실크로드 경제벨트는 낙후한 중국 중서부 개발도 촉진할 것으로 기대된다. 중국은 서북부 5개 성을 신실크로드의 거점 지역으로 선정했다.
[출처:21세기경제보도(21世紀經濟報道)] |
◆ 미국의 포위망 뚫기...동아시아 영향력 확대
중국은 실크로드 경제벨트 구축의 경제적 효과를 강조하고 있지만, 이면에는 동아시아 지역에서 자국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셈법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육상 실크로드가 관통하는 중앙아시아와 구소련 지역에는 석유와 천연가스가 풍부해, 중국의 에너지 안보 강화에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해상 실크로드는 동남아 무역과 석유 운송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강화에 일조할 것이다. 중국이 수입하는 원유의 80%가 해상 실크로드의 일부인 말라카 해협 항로로 운송된다. 중국은 해상 실크로드로 아세안 10개국과의 교역을 확대하고, 에너지 운송로의 안보 강화에 힘쓸 예정이다.
중국은 동아시아 지역에서 중국의 지정학적 지위를 높이는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미국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동남아시아를 끌어들이고, 중국과 영유권 분쟁이 발생한 남중국해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동아시아 지역에서 중국에 대한 포위망을 펼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은 해상 실크로드 구축으로 동남아시아 지역에 대한 경제적, 지정학적 영향력을 키워 미국의 포위망을 뚫는다는 복안을 가진 것으로 풀이된다.
◆ 우리나라 경제발전과 통일 한국 준비에 지대한 영향
중국의 이 같은 계획은 지정학적으로 민감한 위치에 있는 우리나라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있다. 특히 육상 실크로드 구축 계획은 박근혜 대통령이 제안하고, 국정과제로 추진 중인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와도 맞닿아 있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장관)은 올해 5월 박근혜 대통령을 예방한 자리에서 "중국이 구상 중인 실크로드 경제권과 해상실크로드, 한국의 실크로드 익스프레스를 연계해 양국이 아시아 개척과 새로운 국제협력의 모델을 찾아보자"고 제안했다.
우리나라는 세계 8위의 무역대국이지만, 남북 분단으로 육로가 막혀 물류가 항공과 해운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실크로드 익스프레스 건설로 육로 물류통로가 마련되면 한국 경제 성장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 정부가 추진하는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의 최대 난제는 북한이다. 중국이 남북관계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실크로드 경제벨트에 대한 한중 협력은 통일 한국을 준비하는 차원에서도 큰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육해상 실크로드 건설에 따른 육로,해상 교통망 구축은 한·중·일 자유무역협정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뉴스핌 Newspim] 강소영 기자 (js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