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법학회, 대출종류-차주 등에 따라 달리 해야
[뉴스핌=노희준 기자] 은행에 대출금을 만기보다 빨리 3년 이내에 갚으면 내고있는 중도상환수수료를 고정과 변동, 담보와 신용, 가계와 기업 등 대출종류와 차주에 따라 차등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현재는 일괄적으로 1.5% 슬라이드 방식(대출만기일까지 잔존일수에 따라 체감)에 따라 부과하고 있다.
이번 결과는 은행연합회가 은행법학회에 용역을 줬던 것으로 금융당국이 끌어왔던 중도상환수수료 개편 방안의 사실상의 최종안이다. 금융당국은 수수료는 가격결정 사항이라 시장자율에 맡긴다면서도 은행권에 개선 노력을 촉구하고 미흡할시 '타율 규제'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중도상환수수료가 차등화되면 신용대출이나 변동금리 대출의 중도상환수수료는 최대 1%포인트 안팎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금융권에서는 나온다. 중도상환수수료가 낮아지면 대출 갈아타기가 보다 활발해질 수 있어 차주에는 이익이지만, 은행권에는 수익감소로 부담이다.
10일 최성현 한국금융연구원 교수는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중도상환수수료 체계 개선방안' 세미나에서 "현행 중도상환수수료 부과방식은 모든 대출에 대해 동일한 산출방식을 적용해 대출실행 비용 차이, 일실이익 차이 등이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대출실행 비용이란 대출여부 심사, 차주신용조사, 계약체결 등에 드는 비용을, 일실이익이란 대출이 조기상환되지 않고 만기까지 유지될 경우 은행이 얻을 수 있는 이익을 말한다. 대출종류에 따라 이런 비용이 달라 중도상환수수료를 차등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우선 고정금리대출과 변동금리대출의 중돵환수수료를 차등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변동금리대출의 경우 고정금리대출의 경우와 달리 금리 변동이 대출약정금리에 반영돼 대출은행은 이자율변동위험이 없고 차주가 전부 부담한다"고 말했다.
또한 신용대출에는 담보물에 대한 근저당설정비용, 감정평가수수료 등의 대출실행비용이 들지 않기 때문에 담보대출의 중도상환수수료와 달라야 한다는 제안이다. 최 교수는 "금융소비자보호 목적에서 가계신용대출의 중도상환수수료에 상한을 설정하는 정책도 고려해볼 수 있다"고 했다.
동시에 고금리 주택담보대출이나 가계신용대출에 대해서는 중도상환수수료를 감면하는 방안도 소비자보호 목적에서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현재 신용등급 차이에 따른 대출금리 차이가 크지 않은 은행권보다는 제2금융권에 대해서 고려해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가계와 기업에 적용되는 중도상환수수료 부과 방식을 달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도상환수수료 산출 근거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대출실행비율과 일실이익을 분리해 산출하는 부과방식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현재는 두 가지를 합산해 중도상환수수료를 산출하고 있다.
이와 함께 창구나 인터넷 등 대출을 신청하는 방식에 따라서도 중도상환수수료를 차등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일본은 현재 대출신청방식에 따라 차등화된 중도상환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 중도상환수수료 명칭 역시 차주의 대출계약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 성격을 강조하기 위해 '중도상환위약금'이나 '중도상환보상금'등으로 변경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중도상환수수료 규제를 은행법의 하위법규인 금융위원회의 '은행업감독규정'을 통해 규제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금융시장의 환경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한다는 취지다.
은행권 이익을 대변하고 있는 심현섭 은행연합회 여신제도부장은 "중도상환수수료를 차등화하는 것과 현재와 같이 일률적으로 단순화하는 것에서 어떤 것이 더 좋은지 비교하기 어렵다"며 "명백하게 시장가격이 불합리하지 않으면 시장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이윤수 금융위 은행과장은 "가격결정에 정부가 개입하는 것은 최소화하는 게 맞지만, 문제점이 노정된 부분에 대해서는 업계에서 자정노력을 하는 게 나와야 한다"며 "개선 노력이 잘 보이지 않으면 감독규정을 포함해 타율에 의한 규제가 어느정도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은행법학회는 현재 중도상환수수료 부과 수준이 외국의 수수료율보다 낮은 수준이라고 했다. 실제 수수료 부과방식이 국내은행과 유사한 미국의 수수료율은 2%(대출후 2년이내 중도상환 경오) 및 1%(대출후 3년차 중도상환 경우)로 우리보다 높다.
[뉴스핌 Newspim] 노희준 기자 (gurazi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