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B급 내에서도 양극화, 中企 투자 저조로 발행 유인 낮아
[뉴스핌=우수연 기자] 분리과세 하이일드펀드 설정액이 2조원을 돌파하며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정작 BBB등급 이하 하이일드 회사채 발행 시장은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1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0월 말 현재 분리과세 하이일드펀드의 설정액은 2조3509억원으로 지난 8월 1조원을 넘어선 이후 3개월 만에 2조원대를 돌파했다. 이중 BBB+이하 회사채에 투자 비중은 설정액의 42%로 약 1조원에 달하는 987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렇듯 유통시장에서 수요는 늘고 있지만, 여전히 신용등급 BBB+ 이하의 회사채 발행은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3년간 회사채 발행 실적 및 BBB 등급 회사채 발행 실적(주황색) (단위:십억) <자료=코스콤> |
전문가들은 하이일드펀드 출시 이후 BBB+ 이하 회사채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으나, 같은 하이일드 채권 사이에서도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매니저들은 BBB+ 이하 등급 중에서도 우량물을 골라 담기 때문에 그중에서도 일부 회사채만이 주목받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금투협 관계자는 "펀드가 원하는 기업이 특정 기업에 몰려있다 보니, 업황이 나쁜 업종은 아무래도 발행 자체가 힘들다"며 "불안한 기업은 하이일드펀드라 해도 피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분리과세 하이일드펀드의 출시로 가장 수혜를 입은 대표적인 종목은 이랜드 계열사, AJ네트웍스, 쌍용양회 등이다. 대표적으로 이랜드 리테일은 올해 6월 이후 다섯 차례에 걸쳐 발행금리 4.15~5.15%의 회사채 1480억원을 발행했다. 이는 지난해 발행액의 두 배가 넘는 수준이다.
하지만 그나마 우량물로 분류됐던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지난달 1000억원 발행을 결정했으나 실제 수요예측에서는 480억원의 자금을 모으는 데 그쳤다. 하이일드펀드에서의 수요를 기대하고 발행을 계획했으나 이마저도 종목별로 차별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얘기다.
이경록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하이일드펀드로 겨우 BBB급 회사채 시장이 유지되고는 있지만, 이 물량을 제외하고는 사실 나아진 것은 없다"며 "겨우 하이일드펀드에서 가져가는 정도만 시장에서 소화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하이일드펀드 수요로 투자자들의 심리가 국지적으로는 개선되고 있지만, BBB급 시장 기업들의 신용도가 전반적으로 저하된 이후 회복이 되지 않고 있어 일반 펀드나 기관들은 거의 투자를 하지 않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저금리 기조가 지속하며 중소기업들이 회사채 시장보다 은행 대출창구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아울러 기업들의 설비투자 등 투자수요가 많지 않기 때문에 자금조달 수요 자체도 줄었다는 해석도 있다.
한 자산운용사의 펀드매니저는 "괜찮다 싶은 기업들은 자금수요가 없어 신규로 회사채를 추가 발행할 필요가 없다"며 "대기업들도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곳에 없는 마당에 신규투자 수요에 따른 중소기업들의 발행 유인도 크지 않은 편"이라고 말했다.
앞선 금투협 관계자는 "하이일드 발행 기업들의 경우 은행에서 자금을 조달하거나 아예 회사채 발행을 안하는 경우도 많다"며 "최근 금리가 워낙 낮으니 자본시장을 통한 채권발행 금리보다 대출금리가 더 저렴할 수도 있다고 추측된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우수연 기자 (yes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