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급락 정확히 예측한 삭소은행 경고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국제 유가가 10일(현지시각) 또 한 차례 급락, 배럴당 50달러 선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원유 수요 전망 하향 조정과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의 공급 관련 데이터가 악재로 작용, 유가 급락을 부추겼다.
일부 시장 전문가는 미국이 석유 업계의 구제금융에 나서야 하는 상황을 맞게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원유 생산 현장[출처:AP/뉴시스] |
이날 OPEC은 내년 글로벌 원유 수요 전망치를 1일 2892만배럴로 제시, 종전 예상치에서 28만배럴 하향 조정했다.
중국과 유로존, 일본 등 주요국의 성장이 둔화되고 있는 데다 미국 셰일 가스 개발에 따른 파장으로 원유 수요가 기존의 예상치에 못 미칠 것이라는 판단이다.
이와 별도로 EIA는 지난 5일 기준 원유 재고가 150만배럴 증가했다는 데이터를 발표했다. 이는 300만배럴 감소했을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 크게 빗나간 지표다.
BNP파리바의 가레스 루이스 데이비스 전략가는 “내년 상반기 원유 수요가 부진할 것이라는 전망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며 “이는 아직 유가에 반영되지 않은 악재”라고 전했다.
코메르츠뱅크의 카스텐 프리치 애널리스트 역시 “석유 업계를 둘러싼 전반적인 동향이 유가의 추가 하락을 뚜렷하게 예고하고 있다”며 “원유 수급과 글로벌 경제 흐름이 모두 불리하다”고 주장했다.
국제 유가의 추가 하락 전망에 더욱 무게가 실리는 가운데 시장 전문가는 내년 미국 정부가 에너지 섹터의 구제금융을 단행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와 함께 석유 업계의 투자 위축으로 인해 미국 GDP가 일정 부분 위축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올해 초 유가가 배럴당 80달러 아래로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을 제시한 바 있는 삭소은행의 스틴 제이콥슨 이코노미스트는 “에너지 섹터는 미국의 중장기 경제 성장에 있어 전략적인 산업 부문”이라며 “유가 급락에 따라 중소형 업체를 중심으로 현금흐름 경색 등 위기가 발생할 경우 정부가 구제금융이나 은행권 대출 지원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대다수의 이코노미스트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석유 업계의 대규모 에너지 붐으로 인해 미국 GD가 0.3~0.6%포인트 상승하는 효과를 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와 관련, 제이콥슨은 “석유 업계의 대규모 투자가 주춤할 경우 GDP가 최소한 0.5% 하락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BNP 파리바의 해리 칠린귀리안 전략가는 “유가가 내년 말까지 내림세를 지속할 경우 중소형 업체들이 자금난에 빠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베렌버그 은행의 크리스틴 슐츠 이코노미스트 역시 “부채 규모가 높은 기업을 중심으로 채무 상환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며 “이 때문에 은행권과 채권자들이 손실을 입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