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시장 통제 카드 없어"
[뉴스핌=한기진 기자] 러시아가 루블화 가치 폭락을 막기 위해 16일(현지시각) 기준금리를 17%로 올린 가운데, 현지에 진출한 외환은행은 “추가로 기준금리가 오를 것으로 보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지난 11일 기준금리를 9.5%에서 10.5%로 인상한 지 5일 만에 다시 6.5%포인트 올렸다.
이에 대해 17일 외환은행 러시아 현지법인(Korea Exchange Bank RUS LLC) 관계자는 “국가재정의 70%를 차지하는 유가 폭락으로 재정악화와 루블화 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 외환시장에 개입했지만, 한계를 절감하고 금리를 인상한 것으로 현지에서는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외환시장을 컨트롤하는 카드가 없어 추가적인 금리 인상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루블화 가치는 15일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지던 ‘1달러=60루블’을 돌파해 64.23달러를 기록하자, 기준금리를 파격적으로 올리는 비상조치를 단행했다. 그러나 16일 루블화 가치는 약 19% 폭락하며 달러당 80.10루블에 거래되는 등 폭락세를 이어갔다.
블룸버그통신은 “사상 최대 폭의 금리 인상이라는 긴급처방이 실패하면서 러시아가 자본 통제에 나설 가능성이 커졌다”고 보도했다. 이러면 은행의 예금 인출이 제한될 수 있다.
외환은행 러시아 법인 관계자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서방국가들이 경제제재에 나서면서 외국의 투자기업의 투자유치와 무역거래가 중단돼 외환유동성 위기가 초래된 것”이라며, 자본통제 가능성도 언급했다.
한편, 우리나라 금융회사의 러시아에 대한 익스포저(위험노출액)은 13억6000만달러(한화 약 1조4700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9월 말 기준 수출입은행, KDB산업은행, 우리은행 등 11개 국내 금융기관이 러시아에 제공한 대출, 신용공여 등 익스포저를 계산한 결과다. 전체 대외여신의 1.3%에 불과하다.
수출입은행이 9억5830만달러로 가장 많은 여신을 갖고 있고 산업은행 2억3140만달러, 우리은행 9160만달러, 외환은행 2000만달러,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이 각각 1900만달러, 농협이 1000만달러다.
수출입은행의 익스포저 가운데 가장 큰 것은 러시아 국영은행인 스베르방크에 제공한 5억200만달러다. 러시아 최대 원유생산업체인 로스네프에는 외환은행에 2000만달러 등 2400만달러, 국영 천연가스회사인 가스프롬에는 1300만달러의 여신이 있다.
금감원은 러시아에 대한 여신 규모가 워낙 적어 우리나라 금융회사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뉴스핌 Newspim] 한기진 기자 (hkj7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