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부양정책 지속에 엔/원, 800원대 진입가능
[뉴스핌=김민정 기자] 내년에는 전세계가 미 달러화의 강세 영향권에서 벗어나기 힘들어 보인다. 특히, 상반기에는 미국 금리인상 시기가 임박하면서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며 달러/원 환율도 1100원 위로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이벤트 종료 후에는 선반영된 달러화 강세가 정리되고 차익실현도 일어나면서 달러/원 환율도 레벨을 낮춰 갈 것으로 전망된다.
31일 뉴스핌이 국내 증권사, 선물사, 경제연구소 10곳의 환율 전망을 분석한 결과, 내년 달러/원 환율은 대체로 상반기에 레벨을 높였다가 연말로 갈수록 레벨을 낮출 것으로 예상된다
달러/원의 분기별 예상 평균환율을 제시한 우리금융경제연구소, 우리투자증권, 대신경제연구소, 아이엠투자증권의 전망치를 종합한 결과 1분기 1103.00원, 2분기 1093.75원, 3분기 1086.25원, 4분기 1086.50원으로 예상됐다.
반기별 전망치를 제시한 우리선물과 LG경제연구원의 평균 예상치는 상반기 1090.00원, 하반기 1060.00원였으며 분기말 예상 환율을 제시한 현대선물은 1분기 1140원, 2분기 1160원, 3분기 1140원을 전망했다.
연간 달러/원 레인지를 제시한 삼성선물과 NH선물의 전망치를 종합한 결과 달러/원 환율은 1045.00~1155.00원 사이에서 움직일 것으로 조사됐으며 포스코경영연구소는 내년 평균 환율을 1060원으로 내다봤다.
각 기관 2015년 달러/원 전망치<표=송유미 미술기자> |
◆ 달러 강세 영향권
미국의 본격적인 금리 인상을 앞두고 글로벌 외환시장에서는 달러화의 강세가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12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달러 강세를 연말을 맞은 서울 외환시장이 온전히 반영하지 못 한 만큼 1월부터는 달러/원 상승 흐름이 본격적으로 전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달러화는 연일 강세를 보이고 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의 가치를 나타내는 ICE달러 인덱스는 9년 만에 90을 돌파하며 달러 강세를 반영했다. 이 같은 강달러 현상은 미국의 경기호조와 이에 따른 금리인상의 가시화에 근거한다. 연방준비제도(Fed)는 미국의 기준금리인 FF(Federal Fund Rate)를 현재 0.00~0.25%에서 2015년 말까지 1.25~1.50%로 인상할 계획을 갖고 있다.
반면, 미국을 제외한 나라들은 경기 부진에 오히려 금리를 사상 최저치까지 끌어내리며 돈을 풀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각국과 미국의 금리차가 축소되면서 달러화 강세를 촉발하고 있는 것이다. 미 달러화가 조달통화에서 투자통화로 위상이 변하고, 캐리 트레이드에서 환헤지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돼 달러 매수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환경에서 시장 전문가들은 미 금리 인상 전후로 달러화 강세가 탄력을 받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임노중 아이엠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미국 연준의 금리인상 전후 달러화 강세가 일시적으로 가속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대호 현대선물 연구원도 “가장 중요한 것은 미국 금리 인상인데 2분기 말경 현실화 될 예정”이라며 “현실화 직전에 변동성이 크고 환율 레벨도 가장 높아 1160원 수준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전망했다.
다만 달러화 강세가 올해 이미 반영된 만큼 달러/원 환율의 상승폭은 드라마틱 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경상흑자와 순자산국 전환, 여타 신흥국 대비 견조한 성장세 등 달라진 원화의 위상도 달러화 강세에 따른 원화 약세를 제한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2015년 미 달러는 강세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며, 달러/원 환율도 그 영향권에 들어설 것으로 전망된다”면서도 “하지만 강달러 재료가 선반영 된 측면이 커 미 달러의 상승 속도는 완만하게 진행될 것으로 전망돼 달러/원 환율의 급등을 이끌어내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포스코경영연구소는 지난 11월 발표한 ‘2015 경제전망’에서 달러/원 환율이 내년 2분기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연구소는 “금리 인상 시기가 2015년 3분기 중에 결정되고 나면 3분기 중에도 변동성이 높아지겠지만 1분기와 2분기에 금융시장에 선반영될 것”이라며 “이후에는 경상수지 흑자, 한국경제 펀더멘털 요인 등으로 소폭 하락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같은 판단에 따라 달러/원 연평균 환율을 올해보다 상승한 1060원 내외로 추정했다.
◆ 또 다른 변수, 엔低
외환시장의 또 다른 관심사는 엔화 약세다. 지난해부터 진행된 엔저로 엔/원 환율은 910원대까지 내려온 상황이다. 지난 14일에 진행된 일본 총선거에서는 아베 신조 총리가 재신임을 받으며 내년에도 일본 경기 부양 모멘텀이 지속되면서 엔저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됐다.
이에 따라 시장은 엔화의 추가 약세를 기정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다만 달러/엔 환율이 125엔을 넘어서면서 엔/원 환율이 900원을 하회할 지 여부에 대해선 전망이 엇갈린다.
엔화 약세가 가속화 돼 달러/엔 환율이 125엔을 넘어선다면 원화 약세 속도가 엔저를 따라잡지 못하면서 일시적으로라도 엔/원 환율이 800원대에 진입할 가능성이 있다.
손은정 우리선물 연구원은 “상반기 달러/엔 환율이 125엔까지 도달한다는 전망 하에 엔/원 환율이 900원선을 위협할 가능성이 있다”며 ‘글로벌 달러 강세와 당국의 꾸준한 엔/원 환율 방어에도 원화 약세가 엔화 약세의 속도를 따라가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분석했다. 우리선물은 엔/원 환율을 870원선까지 하단을 열어둬야 한다고 보고 있다.
반면 그 동안의 엔화 약세로 인해 일본의 무역적자가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고 아베 정부의 양적완화 기조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상존하는 만큼 엔화 약세 속도는 조정을 받을 수 있다.
김승현 대신경제연구소 연구원은 “4월 이후부터는 공적연금의 자산배분 변화에 따라서 국채비중을 줄여야 하기 때문에 이에 따른 국채수급 악화가 국채금리를 상승시키는 효과를 방어하기 위해 일본은행의 국채매입 규모를 확대시킬 필요가 있다”며 “이보다 양적완화 규모를 더 확대시키는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따라서 엔화가 주도하는 엔약세와 달러강세의 조합도 3월경이 정점이 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이 같은 전망에 따르면, 달러/엔 환율이 125엔대를 넘어서진 못하면서 엔/원 환율도 900원에서 지지력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전승지 연구원은 “엔/원 환율은 900원 부근에서 지지선 찾아갈 것 엔화 약세 지속되며 엔/원 환율도 하락 압력 이어지겠으나 당국의 속도 조절 노력과 서울 환시의 제한적 공급 우위 등으로 900원 부근에서의 지지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김민정 기자 (mj722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