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 경제 탈동조화 보여주는 단면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연초 구리 가격이 27년래 최대폭으로 떨어진 것은 미국과 중국 경제의 탈동조화 현상을 보여주는 단면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주요 상품 가격이 가파른 내림세를 보이는 가운데 특히 구리가 급락한 것은 올해 중국 경제의 부진을 예고하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15일(현지시각)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이후 구리 가격은 10%에 이르는 낙폭을 기록했다. 연초 이 같은 급락은 1988년 이후 목격할 수 없었던 현상이다.
[출처:신화/뉴시스] |
미국의 지난해 신규 고용이 15년래 최대 규모로 늘어났고, 제조 경기 역시 회복이 뚜렷한 데도 불구하고 구리와 주요 상품 가격이 떨어지는 것은 중국의 성장 둔화와 무관하지 않다는 데 투자자들이 입을 모으고 있다.
이달 들어 투자자들은 미국에서 거래되는 산업 소재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에서 2130만달러의 자금을 뺀 것으로 집계됐다.
사이클 스퀘어드 얼터너티브 인베스트먼트의 제프 시카 최고경영자는 “중국의 성장이 꺾인 데 따라 주요 상품 가격이 하락 압박을 받고 있고, 구리가 특히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다”며 “중국의 경기 둔화 전망에 반전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구리 가격 하락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런던금속거래소에서 구리 선물 3개월물은 14일 톤당 5353.25달러까지 하락, 2009년 7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블룸버그통신이 이코노미스트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들은 올해 구리 가격이 톤당 4800달러까지 밀릴 것으로 예상했다. 앞으로 13% 추가 하락할 것이라는 얘기다.
헤지펀드를 중심으로 한 투기거래자들 역시 하락 베팅에 무게를 두고 있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준 구리 가격 하락에 베팅하는 포지션이 1만881계약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트레이더들은 16주 연속 가격 하락에 베팅했다. 이는 지난 2013년 8월 이후 최장기 ‘팔자’에 해당한다.
스탠다드 라이프의 프란시스 허드슨 전략가는 “중국의 경기가 둔화되면서 구리 수요가 줄어드는 것이 사실”이라며 “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다른 이머징마켓의 성장 회복에 따른 반사이익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