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소득세율 낮춰 수퍼리치 밀어준 것과 대조
[세종=뉴스핌 곽도흔 기자] 정부가 연말정산을 통해 사실상 증세에 나서자 중산층의 소비여력을 높여 내수를 살리겠다는 경제활성화 방안과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대주주와 '수퍼리치'들에게는 배당소득세율을 14%에서 9%로 낮춰 감세 혜택을 몰아준 것과 비교하면 중산층 차별이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는 20일 긴급 기자회견에서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하면 고소득 근로자의 세부담은 증가하고 저소득 근로자의 세부담은 경감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다만 개인적인 사정에 따라 저소득층의 세부담이 증가할 수도 있다며 이해를 구했다.
정부는 총급여 5500만원 이하 근로자 1300만명 가량의 평균적인 세부담이 줄어 전체적으로 약 4600억원이 경감될 것으로 보고 있다. 총급여 7000만원 이하 근로자 약 100만명은 평균 2만~3만원 수준에서 증가해 전체적으로 약 260억원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반면 총급여 7000만원을 초과하는 상위 10% 근로자 160만명의 세부담은 약 1조3000억원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부의 설명을 따르더라도 총급여 5500만원을 초과하는 260만명의 근로자에게 증세가 이뤄진 것이다. 총급여 5500만원 이상인 근로자들은 우리 사회의 중산층으로 통한다. 통계적으로 3500만원 이상이나 국민들이 체감하는 수준은 5500만원 이상이 중산층이다.
2012년 12월18일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후보가 18대 대통령선거 투표일을 하루 앞두고 서울 여의도 당사 기자실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무너진 중산층을 복원하고 오직 국민만을 생각하는 민생 대통령이 되겠다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박근혜 대통령은 중산층 70%를 육성하겠다는 공약을 걸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정부는 최근에 발표한 '기업형 장기임대주택'도 중산층을 위한 정책이라고 내세웠다.
또 지난해 7월 새 경제팀은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며 "임금상승 둔화로 가계소득 부진→내수부진의 악순환이 지속된다"며 가계소득확대를 위한 정책을 설명했다.
이같은 정책 흐름과 정반대로 이번 연말정산에서 중산층인 근로자들의 세부담이 크게 늘었다. 대출이자 인하 등 금융지원을 확대해 중산층을 간접적으로 지원하는 정책을 내놓고 그 혜택이 채 지갑으로 들어오기 전에 지갑에서 돈을 빼가는 셈이다.
반면 정부는 배당소득세율을 14%에서 9%로 5%포인트 인하해 고소득층의 세부담을 크게 줄여줬다.
최재성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국세청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2012년 총 배당금 11조3287억원 가운데 배당소득자 상위 1%가 85.6%인 1조6459억원을 가져갔다. 또 배당소득자 상위 10%에 전체의 97.5%인 1조8740억원이 집중됐다. 또 최근 5년간 시가총액 100대 기업의 총 배당금 53조9510억원 가운데 37.8%(20조4202억원)는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돌아갔다.
소수 대주주와 수퍼리치들를 위한 감세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경기활성화를 위해 정부는 실행했다. 반면 연봉 5500만원 이상 근로자에게는 '고소득'이라며 증세를 실행했다.
담뱃값 인상과 주민세 자동차세 인상할 방침 등은 정부의 세제정책이 중산층 지원책과 따로 논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홍종학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중산층에 상당한 세부담이 증가된 것은 재벌과 수퍼 부자들에게 세부담을 지우지 않기 위한 것"이라며 "부자감세를 철회하고 서민·중산층의 세부담을 완화해 공평한 세제의 토대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세종청사에 근무하는 국장급 공무원 A씨는 "맞벌이를 하지 않고 내 월급으로만 가정을 꾸리고 있는데 중산층이라고 생각한다"며 "더 내고 더 받는 구조에서 덜 내고 덜 받는 구조로 바뀌다보니 착시현상으로 돈을 더 낸다고 생각하고, 13월의 월급이 없어지니 기분은 안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곽도흔 기자 (sogoo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