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은 롯데케미칼·LG화학, 정유는 SK이노베이션·S-Oil 꼽혀
[뉴스핌=고종민 이보람 기자] # A씨 "화학 쪽 바닥인거 같지? 이제 좀 반등이 나오려나? 정유쪽은 실적 좀 잘 나올까? B씨 "정유 쪽도 진정 국면이긴한데 좀 더 양쪽 모두 실적 반등이라기 보단 악화됐던 실적이 회복 국면이랄까?."
국내 모 증권사 화학·정유 분야의 애널리스트(연구원)들 간의 대화다. 국제유가가 바닥권에 들어섰다는 판단과 함께 부정적이던 시각이 돌아섰지만, 아직 추가적인 조정 가능성을 염두해 두고 접근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전날 분기 실적이 좋지 않게 나온 LG화학의 주가가 6.4% 이상 급등하면서 20만원 선에 육박한 것도 화제거리였다. 28일 LG화학의 주가는 전체 주식시장의 약세에도 불구하고 강세로 출발했지만 장중 약 1% 가량 약세로 전환했다.
◆유가 하락 진정국면…화학·정유 회복 의견 엇갈려
최근 국제유가 하락세가 진정 국면에 접어들고 있는 것으로 전망되면서 금융투자업계에선 경기민감주에 주목하고 있다.
이희철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유가 및 나프타 가격이 저점을 지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2~3개월은 석유·화학업종의 어닝이 뚜렷하게 회복되는 양상을 관찰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일부 제품군을 제외하고는 중국 등 역내 재고가 비교적 낮은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이 연구원은 "유가(나프타) 반등세가 나타날 경우, 특히 설 연휴 이후에는 본격적인 수요 증대 및 업황 회복세 가시화가 예상된다"며 "이번 어닝시즌에는 주요 석유화학(NCC) 및 정유사, 건자재 등에 대해 비중 확대 관점에서 접근하는 전략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도 "올해 2월 석유화학 업체 여건은 1월보다 나아질 전망"이라며 "투입 원료가격 절감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NCC(나프타를 원료로 석유화학 기초제품을 생산하는 설비)의 나프타 투입 원가(1톤당)는 1월 550 달러 전후에서 2월에는 450 달러 수준으로 100 달러 정도 낮아지게 된다"며 "반면, 화학제품 가격이 하락세를 멈추면서 스프레드 개선에 의한 실적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2월 중순까지 춘절 특수기에 진입하게 된다"며 "범용 및 특화제품은 실수요로 인해 가격 하락을 지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황 연구원은 "다만, 올해 원유가격 및 수요 약세로 인해 화학제품에 대한 트레이딩 가수요(매매차익을 노린 단기성 매수)는 크지 않다는 점이 흠"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춘절 특수기가 끝나는 2월 말부터 수요 공백기에 접어 드는 점을 우려했다.
실적 회복 기대가 있기는 하지만, 연구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상황인 것.
정유 업계 실적 평가도 엇갈리긴 마찬가지다.
이응주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2009년에는 유가 빠르게 반등했지만 정제마진은 부진했지만 2015년은 반대인 상황"이라며 "유가는 빠르게 상승 못 해도 정제마진은 더 빠르게 개선될 수 있다"며 "2009년에는 석유 수요가 전년 대비 감소했지만, 2015년에는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유가 하락이 수요 부진이 아니라 공급 과잉에 의해 일어났기 때문에 정유사 입장에서는 마진 확보가 용이해졌다"며 "OSPD(중동산 원유 구매 프리미엄)가 하락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반해 박중선 키움증권 연구원은 "주식시장에서 유가와 관련된 시나리오가 난무하고 있고, 유가가 반등하면 정유주가 수혜주라고 생각하는 애널리스트들도 많다"며 "그러나 장기 추세를 보면, 국제유가와 정유주의 상관관계는 그렇게 높지 않다"고 꼬집었다.
박 연구원은 "오히려 동북아시아 정유설비 수급과 PX를 비롯한 석유화학제품 수급과 마진이 중요하다"며 "한국 정유사의 주요 수출시장인 중국이 정유설비를 자급화 하는 것이 가장 위협적"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유가의 하락으로 인한 대규모 재고평가 손실 이후 유가의 상승시 재고평가이익에 따라 올해 이익이 급증할 수 있지만, 이는 조삼모사의 상황"이라며 "어느 분기에 수천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가 그 다음분기에 수백억원의 이익으로 전환됐다고 추천하는 것이 과연 무슨 의미가 있는지 생각된다"고 강조했다.
◆ '긍정과 부정 시각 엇갈림' 속 대장주는 어디?[자료 : 에프앤가이드]
현 시점에서 화학 정유 업종에서 주목해야할 기업은 선별적으로 제시되고 있다.
먼저 화학의 경우, 롯데케미칼과 LG화학의 이름이 눈에 띈다.
박연주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롯데케미칼의 주가는 4분기~15년 1분기 실적이 부진할 것이라는 우려로 하락해 왔다"며 "그러나 유가가 반등하는 순간 롯데케미칼의 진짜 실적 창출력이 확인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 연구원은 "현재 MEG-납사 스프레드는 280달러로 과거 수년래 최고 수준이고 PE 스프레드로 700달러를 상회하고 있다"며 "유가 반등 시 실적은 빠르게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황유식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LG화학의 2015년 연간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8% 가량 증가한 1조5410억원으로 예상한다"며 "투입원재료 가격이 안정화되면서 석유화학부문이 3월 이후 본격적인 실적 개선으로 전년 대비 8.3% 증가한 1조2100억원의 영업이익(연간 기준)을 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올해 정보전자소재 부문은 신규 편광필름 공장의 가동률 상승으로 연간 영업이익 2050억원(전년 대비 29.8% 증가)을 전망한다"며 "전지부분은 하반기 중대형전지의 출하량 증가로 연간 1260억원(93.8% 증가)으로 추정한다"고 덧붙였다.
정유 부문은 SK이노베이션과 S-Oil을 꼽고 있다.
이응주 연구원은 "최선호주는 정유 3사 중에서 실적 대비 가장 저평가(15F PBR 0.6배)된 SK이노베이션"이라며 "유가 급락으로 E&P 부문의 실적에 대한 우려가 크지만 SK이노베이션의 E&P 부문 실적은 유가보다는 생산량에 달려 있다"고 선을 그었다.
손영주 교보증권 연구원은 "모회사인 사우디 아람코로부터 거의 전량의 원유를 수입한 관계로 유가 급락에 따른 마진 개선폭이 제한적"이라면서도 "국제유가 약세 장기화로 인해 원유 도입시 부과된 프리미엄 인하가 본격화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나아가 "향후 경쟁사 대비 원유 도입가 하락에 따른 실적 개선도가 뚜렷할 것"이라며 유가 안정 흐름의 주도주로 부각될 것으로 예상했다.
흥미로운 점은 증권사마다 대표기업들에 대한 예상 실적 차이를 크게 두고 있는 부분이다. 증권사 리서치 연구원들은 기업 상황에 따라 예상 실적을 조정하는 바, 최근 들어 연구원 간 편차가 심해지고 있는 것. 의견이 극명하게 갈리는 만큼 투자자들의 주의도 요망된다.
롯데케미칼, LG화학, SK이노베이션, S-Oil 등 최근 들어 증권사별 2015년 예상 전망치가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전망치 간의 갭(차이)가 커지고 있다. 그만큼 기업들을 보는 시각차도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자료: 에프앤가이드] |
[뉴스핌 Newspim] 고종민 기자 (kj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