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계기로 부정적 이미지 증가…비중 6년째 감소"
[뉴스핌=김성수 기자] '금융투자업계의 꽃'이라고 불리는 펀드매니저 분야에서 여성들이 점차 자취를 감추고 있다. 특히 세계 금융의 중심지인 미국에선 지난 2009년부터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일(현지시각) 미국 펀드매니저 업계에서 여성의 비중이 6년째 감소하고 있다는 글로벌 펀드평가사 모닝스타 조사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 조사에 따르면 뮤추얼 펀드를 운용하는 7293명 중 여성 포트폴리오 매니저의 비중은 7%가 채 안 된다. 지난 2009년 그나마 10% 수준을 유지했으나, 남녀 성비가 점차 벌어지면서 현재에 이르렀다.
헤드헌터 회사인 헤이드릭앤스트러글스의 채드 아츠만 파트너는 "정말 예상치도 못한 결과"라며 "우리 회사의 자산운용 업계 고객들은 오히려 여성 포트폴리오 매니저가 급증한 것에 큰 관심을 보여왔다"고 설명했다.
월스트리트의 탐욕을 고발하는 책 <플래시 보이스> 표지(좌)와 <내가 골드만삭스를 떠난 이유> 표지(우) |
지난 2010년에는 금융위기의 발생 원인을 추적한 다큐멘터리 영화 <인사이드 잡(Inside Job)>이 만들어졌으며, 이듬해 뉴욕 맨해튼에서는 빈부격차 심화와 금융회사의 부도덕성에 항의하는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 시위가 일어났다.
이처럼 금융업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높아지자 펀드운용 업계에 종사하던 많은 여성들이 업무에 대한 열의를 잃고 떠나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앤 리차드 애버르딘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여성 펀드매니저들은 금융위기 후 금융업계의 타락한 이미지가 부각되자 근로 의욕이 크게 좌절됐을 가능성이 높다"며 "여성들은 직업을 선택할 때 그 일이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지에 높은 우선순위를 두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펀드운용 업계에서 남성의 비중이 과도하게 높을 경우 전체 금융관련 의사결정에 악영향이 생길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펀드운용 업계의 성 불균등을 해소하기 위해 펀드평가 기준을 일부 수정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아츠만 파트너는 "다양한 구성원들이 있는 기업은 조직 내 편향된 시각이 나타날 상황을 방지할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며 "증권 거래나 포트폴리오 운용 관련 업계의 경우 이는 더욱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리차드 CIO는 "펀드업계의 남초 현상을 갑자기 해소할 방안은 없다"며 "다만 조직에 남녀가 적절한 비율로 섞여 있다면 '집단사고(group think: 응집력이 높은 소규모 의사결정 집단에서 대안의 분석이나 이의 제기를 억제하고 합의를 쉽게 이루려고 하는 심리적 경향)'를 방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룹으로 운용되는 펀드에 펀드평가사들이 등급을 매길 때 그 그룹의 구성원이 얼마나 다양하게 이뤄져 있는지를 평가 기준에 넣는 것도 (남초 현상을 해소하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다수 유명 펀드운용사들은 여성 직원의 고용 현황에 대해 공개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FT는 지난해 말에 미국과 유럽의 10대 펀드운용업체를 대상으로 여성 피고용인 수가 몇 명이고 회사 내 어느 직급에 있는지를 조사했다.
그러나 조사에 응답한 곳은 애버르딘 한 곳 뿐이었으며, 블랙록·뱅가드·피델리티 인베스트먼트·프랭클린템플턴 등 나머지 9개 업체는 답변을 하지 않았다.
[뉴스핌 Newspim] 김성수 기자 (sungs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