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수 정경부 차장 |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0일 서울 광진구 중곡제일시장을 방문해 상인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지난 2013년 2월 대통령 당선인 자격으로 방문했던 곳을 2년 만에 다시 찾았다.
전통시장 활성화의 실무를 책임지고 있는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지난 17일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 현대시장을 방문해 상인들의 애로사항을 듣고 지원을 약속했다.
방문규 기획재정부 2차관도 최경환 부총리를 대신해 공주산성시장을 방문하고 설 명절 물가상황을 점검했다. 이 밖에도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과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등 장·차관들도 전통시장과 복지시설 등을 방문하고 훈훈한 정을 나눴다.
명절을 앞두고 침체된 전통시장을 찾아 활기를 불어 넣고 민생을 살피겠다는 취지는 좋다. 하지만 실제로 전통시장 상인들에게 얼마나 도움이 될까.
명절을 앞두고 카메라 기자들을 대거 동원해 깜짝 방문하는 정치인들과 고위 공무원들의 일회성 방문에 대해 상인들의 시선은 그리 곱지 않다. TV에 나올 '예쁜 그림'을 위해 동원된 들러리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정치인이나 장관들의 일정을 감안해 동선을 짜는 것도 종종 문제를 일으킨다. 이들의 시장방문이 홍보성 이벤트에 그치는 것을 참 아쉽다.
특히 대목을 앞두고 경제 정책을 책임지는 고위 공무원들이 전통시장을 찾는 것은 진짜 경기를 체험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오히려 독(毒)이 될 가능성이 크다.
또 묵혀뒀던 온누리상품권이나 판관비로 계산을 하고, 실무자들이 사전조율해 놓은 상인들과의 간담회를 통해서는 서민들의 실상을 알기 어렵다.
장관의 전통시장 방문이 약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드라마 속 군왕이나 세자가 민심을 살피기 위해 저자거리를 잠행(潛行)했던 것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전통시장의 실상을 알고 민심을 알고 싶다면 평상시에 단신으로 방문해야 한다. 그래야 서민경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체감물가가 정부지표와 얼마나 다른지 알 수 있다.
또 시장골목에서 소주 한잔하며 상인들과 서민들의 대화를 들어봐야한다. 그들이 무엇을 고민하고 어떤 애로 때문에 장사하기 힘든지 알 수 있다.
매년 해오던 연례행사를 당장 그만두기는 힘들 것이다. 하지만 분기에 한번은 전통시장 잠행에 나서보기 바란다. 최소한 탁상행정 비판 소리는 잦아들 것이다.
[뉴스핌 Newspim] 최영수 기자 (drea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