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이후 수익률 11% 달해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그리스의 디폴트 및 유로존 탈퇴 리스크에 아랑곳하지 않고 과감한 베팅에 나섰던 투자자들이 쏠쏠한 차익을 챙겼다.
그리스와 채권국의 구제금융 프로그램 연장 합의가 이뤄지면서 채권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했기 때문. 최악의 상황이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적중한 셈이다.
[출처:블룸버그통신] |
이는 글로벌 채권시장 가운데 최대 상승률이며, 같은 기간 2위를 기록한 덴마크 채권의 수익률인 4.2%에 비해 두 배 이상 높은 성적이다.
연초 이후 미국 국채시장이 1.2%의 수익률을 내는 데 그친 점을 감안할 때 그리스 채권의 수익률은 말 그대로 ‘대박’이라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평가다.
상당수의 채권 트레이더들은 막판까지 숨통을 조였던 채무 조정 협상 과정과 극심한 시장 변동성에도 불구하고 그리스 채권을 내다 팔지 않았다.
이 때문에 그리스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채무 조정이 이뤄지는 기간의 진통 속에서도 5년 평균치 아래에서 유지됐다.
그리스의 구제금융 프로그램 연장 요청이 받아들여지고, 24일 채권국 재무장관들이 개혁안을 승인하자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추가 하락, 지난해 종가 대비 1%포인트 이상의 거리를 벌이고 있다.
크레딧 아그리콜의 올랜도 그린 채권 전략가는 “그리스 채권을 매입 또는 보유한 트레이더들은 최근 채무 조정 과정에 발생한 리스크를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다”며 “사실 리스크가 극심하게 고조된 기간에 그리스 채권 거래가 대폭 축소됐기 때문에 매수 후에 보유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세계 최대 채권 펀드업체인 핌코와 헤지펀드 업체인 그레이록 캐피탈 매니지먼트 등 대형 기관 투자자들은 채무 협상이 타결되기 앞서 그리스 채권이 여전히 투자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평가를 제시한 바 있다.
협상이 난항을 겪는 사이 코메르츠방크가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가능성을 25%에서 50%로 높이는 등 비관론이 크게 고조됐지만 소위 역발상 투자에 나서는 트레이더들이 상당수에 달했고, 이 때문에 채권시장이 비교적 안정적인 추이를 유지했다.
그리스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지난 2일 11.40%까지 올랐다. 하지만 이는 2012년 부채 위기 당시 44.21%까지 치솟은 점과 비교할 때 커다란 대조를 이룬다는 평가다.
라보뱅크 인터내셔널의 리처드 맥과이어 유럽 채권 전략 헤드는 “그리스 채권시장에 베팅하기 위해서는 상당히 담대한 결정력과 인내심이 필요했다”며 “앞으로 채무 조정 협상 과정에 리스크가 다시 고조될 수 있지만 최악의 상황을 피하는 데 목적을 두는 한 채권시장은 이를 소화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