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숙 의원 "왜 안되는지 이유도 없었다"
법사위는 2월 임시국회 마지막날인 지난 3일 본회의에 앞서 복지위에서 올라온 담뱃갑에 흡연경고그림을 도입하는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을 뚜렷한 이유 없이 법안 소위에 회부했다. 이로써 본회의에 상정되지도 못하고 다음 국회로 넘어갔다.
법사위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 한 명의 일방적 주장으로 소관 상임위인 복지위를 심의를 거친 법안이 무산된 셈이다.
이에 복지위 소속 의원들은 "명백한 월권행위"라며 집단적으로 성토했다.
김현숙 새누리당 의원은 "(담뱃갑 흡연경고 그림을)왜 하면 안 되는지 이유도 없었다"며 "해당 상임위가 아닌 법사위가 2월 처리를 아주 가볍게 무산했다는 것은 문제"라고 꼬집었다.
김용익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법사위 역할은 법리적인 문제가 있는지, 적절하지 않은 조문이 있는지 등을 검토하는 것"이라며 "(담뱃갑에 그림을 넣느냐 여부의) 결정권은 상임위에 있는 것이고 법사위는 권한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법사위에서 그것을 자의적으로 하면 무언가 중간에 로비가 있지 않았나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법사위가 자기 무덤을 파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 담뱃갑에 흡연경고 그림 도입 의무화를 하는 내용의 '국민건강증진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법사위에서 무산되며 논란을 낳고 있다. [사진=뉴시스] |
한 법사위 소속 의원은 뉴스핌과의 통화에서 "법리적인 검토를 제외하고는 상임위에서 결정하는 것이 맞다"며 "법사위에서 설명을 제대로 듣지 않고 법안을 일방적으로 회부시키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기는 하다"고 말했다.
담뱃갑 흡연경고그림 도입을 의무화하는 법안은 담배 제조사들로 하여금 담뱃갑 앞면과 뒷면에 각 면적 30% 이상에 그림을 넣게 하는 내용이다. 경고문구까지 포함하면 각 면적의 50% 이상을 채워야 한다.해당 법안은 그간 수차례 법제화가 시도됐지만 번번이 법사위 문턱을 넘지 못하며 업계의 로비·청탁 등 의혹이 지적되고 있다.
법사위 월권 논란은 2월 국회 최대이슈였던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안)' 심사 과정에서도 불거졌다.
법사위가 김영란법의 적용대상에 공직자 외에 언론인·사립학교 교원을 포함하는 것이 위헌이라고 지적했기 때문이다. 정무위 소속 일부 의원들은 이에 "법사위는 김영란법의 내용을 문제 삼지 말고 자구 수정 등 본연의 역할만 해 달라"고 반발했다.
또 법사위가 김영란법 적용 대상에 사학재단 임원진까지 넣기로 해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 월권행위 지적이 나왔다.
법사위는 앞서 지난해 2월 국회에서도 택배기사와 보험설계사 및 학습지교사 등 특수고용직의 산재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안을 계류시켰다. 이에 해당 상임위인 환경노동위원회가 월권 행위라며 규탄하는 결의안을 채택하기도 했다.
이어 4월 국회에서도 안전행정위원회가 현수막 등 시설물과 어깨띠·표찰, 그밖의 표시물을 사용하는 투표 독려행위를 선거운동으로 교정하고 이를 금지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통과시켰지만 법사위가 다시 제동을 걸었다.
[뉴스핌 Newspim] 김지유 기자 (kimjiy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