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주주, 일부 주총장서 불만 표시…원안 가결로 순조롭게 종료
[뉴스핌=산업부 기자] “직원들의 임금을 동결할 사안이 아닙니다. 경영진의 연봉이 경쟁사와 비교해 엄청나게 높습니다. 이렇게 CEO의 월급이 높아야합니까.”
삼성전자 정기주주총회에서 한 주주가 주총 의장인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에게 한 질의다. 이날 삼성전자 주주총회는 40분만에 끝났던 예년과는 달리 2시간이 넘게 이어졌다. 가장 큰 이유는 경영진과 주주의 소통이었다.
삼성전자만의 현상은 아니다. 기존 일사분란하게 의안을 통과시키던 예전과는 달리 소액주주가 적극적인 의견 피력에 나서는 경우가 적지 않게 나타나고 있다.
▲삼성전기 주주총회 현장. |
13일 각 기업에 따르면 올해 첫 주총데이는 순조롭게 마무리됐다. 이날 주총에는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전자 등 총 68개 상장사가 주총을 개최하고 배당금, 이사선임 등의 안건을 원안대로 통과시켰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소액주주들이 적극적인 의견을 개진하고 나서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대표적으로 삼성전자는 아예 주주와의 소통을 대폭 강화됐다. 임직원 임금 동결에 대한 직원의 날카로운 질문을 비롯해 사외이사 선임 기준을 요구하는 지적도 나왔다.
현대차 주총에서는 일부 주주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거버넌스위원회’를 설치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김충호 현대차 사장은 “현대차도 현재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부분”이라며 “경영환경과 이사회 등에 반영할 수 있도록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삼성중공업의 주총에서는 한 개인주주가 “삼성엔지니어링과 합병을 다시 시도하냐”는 질문이 나왔다.
주총 의장을 맡은 박영대 삼성중공업 사장은 “삼성엔지니어링과 합병 재추진 계획이 없고 결정된 바도 없다”며 “최근 주가 하락은 유가 하락 때문이지, 합병 재추진 소문 때문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앞서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은 지난해 합병을 추진했으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에 따른 재무적 부담으로 인해 무산된 바 있다.
소액주주들이 경영, 인사 등 권익에 대한 관심과 목소리가 더 커졌다는 평가다.
다만 일부 주주의 반발이 예상됐던 기업들은 별다른 차질 없이 무난하게 원안을 가결시켰다.
최근 대신경제연구소에서 반대 의견을 권고했던 삼성전기는 이사선임은 모두 원안대로 처리됐다. 삼성전기는 이날 이윤태 삼성전기 사장 대표이사 및 홍완훈 전략마케팅실장을 사내이사로 신규선임하고 이승재 전 해양경찰청장을 사외이사로 재선임했다.
국민연금은 이날 열리는 현대모비스 주총에서 사외이사에 대한 재선임을 반대했지만 원안대로 가결됐다. 참여 주주 전원이 찬성의견을 내면서 무난한 주총이었다는 평가다.
아울러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김충호 현대차 사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하고, 이동규 전 공정거래위원회 사무처장과 이병국 서울지방국세청장을 각각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했다.
포스코도 원안대로 주총이 마무리됐다. 포스코는 이날 김진일 사장과 이영훈 부사장을 재신임하고 오인환 부사장을 신규 선임했다. 또 사외이사로는 김주현 현대경제연구원 고문과 박병원 경총 회장을 신규 선임했다.
박 회장의 경우 상법 위반 논란이 일기도 했지만 이날 주총장에서는 전원 찬성으로 통과됐다. 신재철 사외이사는 재신임됐으며 주총 후 가진 이사회에서 새 이사회 의장으로 선출됐다.
포스코는 주총을 진행하는 중 자회사인 포스코건설의 압수수색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한편, 이날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왼쪽 다리를 깁스한 상태로 주총을 진행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호텔신라 측은 “이 사장이 2~3일 전 집에서 왼쪽 발목을 겹질렀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산업부·정리 강필성 기자 (fee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