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빅 배스' 단행 가능성 커…미청구공사·현금흐름도 악화 일로
[뉴스핌=정경환 기자] 대우조선해양의 실적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글로벌 조선불황 지속과 경영진 교체시기를 맞아 잠재부실을 한꺼번에 털어내는 '빅 배스(Big Bath)'가 임박했기 때문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은 오는 29일 임시 주주총회 및 이사회를 열고, 정성립 신임사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다. 대표이사 선임 이후에는 조직개편 및 인사를 포함한 경영정상화 방안을 발표할 전망이다.
대주주인 산업은행의 추천으로 이달 초 대우조선해양 사장에 선임된 정 사장은 그동안 경영정상화를 밑그림을 그려왔다.
이제 정 사장이 공식 취임함에 따라, 대우조선해양이 올 2분기 빅 배스를 단행할 가능성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정성립 신임 사장의 취임 시기 상, 회사 내부에서도 2분기에 빅 배스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신임 사장 <사진제공=대우조선해양> |
앞서 업계에서는 대우조선해양이 사장 교체기를 맞아 올 1분기 빅 배스를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하지만, 실제 1분기 실적 발표 후에는 비록 적자지만, 빅 배스는 없었던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회사 관계자는 "정성립 신임 사장이 회사 업무를 보기 시작했을 때는 이미 1분기 결산이 끝난 상태였다"며 "빅 배스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고 언급했다.
올해 1분기 대우조선해양은 연결기준 영업손실 433억원, 순손실 1724억원을 기록했다. 별도기준으로도 영업손실과 순손실이 각각 804억원, 1530억원을 기록, 분기 기준으로 2006년 3분기 이후 34분기 만에 적자 전환했다.
회사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까지 해양플랜트 인도 물량이 8~12척 정도로, 해양플랜트 비중 때문에 매출 원가가 올라가면서 적자가 생겼다"며 "통상임금으로 급여체계가 바뀌면서 권고퇴직에 대한 3년치 임금과 지난해 세무조사에 따른 추징금 300억원도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강록 교보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2014년 다른 조선소들이 대규모로 공사손실충당금을 설정한 후 대우조선해양에 대해서도 공사손실충당금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이 존재한다"며 "그러나 1분기 적자 요인은 공사손실충당금이 아닌 대손충당금과 통상임금관련 일회성 비용"이라고 언급했다.
시장에서는 대우조선해양이 2분기 빅 배스를 단행할 것으로 보고, 그 규모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다만, 현재로선 그 규모를 알기란 쉽지 않기에 부실을 의심케 하는 정황들로 대강의 상황을 가늠할 뿐이다.
앞서 지난해 현대중공업은 권오갑 사장이 9월 취임한 후 빅 배스를 단행, 3분기 1조9346억원의 영업손실을 시현했다. 삼성중공업도 삼성엔지니어링과의 합병 발표를 앞두고 2014년 1분기 3625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경영진 교체기 실적 비교. <표=뉴스핌> |
빅 배스와 관련 대우조선해양 경영지표에서 눈여겨 볼 대목은 미청구공사 금액의 대폭 증가다. 미청구공사 금액은 공사를 진행하고도 대금 청구를 하지 못한 것을 말한다. 돈을 받지 못하면 이는 고스란히 손실로 이어진다. 올 1분기 대우조선해양의 미청구공사 금액은 지난해 연말의 7조3960억원보다 2조원 이상 늘어난 9조4149억원이다. 미청구공사 증가분이 1분기 매출 4조4861억원의 절반에 이른다.
같은 기간 현대중공업(정유 제외)과 삼성중공업의 미청구공사 규모는 각각 5조24억원, 4조7990억원으로, 현대중공업은 지난 연말보다 3000억원 가량 늘었고, 삼성중공업은 6700억원 가량 준 것과는 차이가 크다.
업계 관계자는 "배를 건조한 후 대금 청구를 했으면 매출채권으로 잡히고, 안 했으면 미청구공사로 잡힌다"면서 "조선사에서는 드문 일도 아니지만, 대우조선의 경우에는 그 규모가 커 이상한 감이 없지 않다"고 전했다.
증권사 한 애널리스트는 "그 부분이 걱정되긴 한다"며 "최근 열린 기업설명회에서 미청구공사 규모가 급증한 것에 대해 물었으나, 회사 측에서 분명한 답변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현금흐름 또한 좋지 않다. 대우조선해양의 올해 1분기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7879억원이다.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마이너스(-)라는 것은 매출로 반영됐으나, 실제로 현금이 들어오진 않았다는 의미다. 같은 기간 재무활동 현금흐름이 8309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돈을 빌려 손실을 메꾸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정성립 사장이 빅 배스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증권사 한 애널리스트는 "산업은행 입장에선 '빅 배스' 등으로 회사에 흠집이 나는 것을 원치 않을 것"이라며 "실제로도 대우조선해양은 지금까지 사장 교체기에 빅 배스를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정경환 기자 (hoa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