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최주은 기자] # 가정주부 A씨(42)는 베란다에 흰 빨래는 널어놓지 못한다. 아랫층에서 올라오는 그을음이 빨래에 베여서다. 또 고기와 생선를 굽는 듯한 냄새가 올라와 무더운 여름에도 창문을 열지 못한다. 냄새로 인한 A씨의 고민이 날로 커지고 있다.
# 직장인 B씨(50)도 최근 고민에 빠졌다. 저녁만 되면 아래층에서 올라오는 담배 연기 때문이다. 본인도 견디기 힘들지만 아이들이 있어 간접흡연에 대한 걱정이 앞선다. B씨는 이웃에 찾아가 항의도 해봤지만 담배를 피우지 않았다는 이웃의 얘기에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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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층간 소음에 이어 이른바 ‘층간 냄새’가 새로운 이웃 간 분쟁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위아래 층이 연결된 아파트의 구조 때문에 간접흡연과 악취로 인한 피해가 또 다른 사회문제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층간 냄새 문제 역시 층간 소음처럼 이웃간 갈등만 키우고 있을 뿐 해결이 쉽지 않다. 여러 가구가 사는 공동주택에서 담배 연기와 악취는 명확한 출처를 찾기 어려워서다. "우리 집에서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면 마땅한 해결책이 없다.
더구나 아파트는 금연시설로 지정돼 있지 않아 뚜렷한 규제근거도 없다. 이 때문에 실제 아파트에서는 방송이나 관련 포스터 게시를 통한 방법으로만 흡연제재에 나서고 있다.
궁여지책으로 아파트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금연아파트를 지정한 경우도 있다.
금연아파트는 주민 생활터인 복도, 계단, 엘리베이터, 주차장, 놀이터, 관리 사무소 같은 공공장소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금연아파트 역시 법적인 규제가 없고 자율 운영을 하기 때문에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평을 받는다.
정부도 최근 층간 냄새 문제 해결에 나섰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3월 공동주택 가구별 자동역류방지 댐퍼 및 전용 배기덕트 설치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오는 10월부터 새로 짓는 아파트는 냄새 확산 방지 설비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한다.
건설업계는 이 방침이 시행되면 새 아파트에서는 냄새나 연기 확산을 차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주민간 분쟁도 다소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기존 주택에는 반영되지 않아 큰 효과는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법령 개정안이 기존 주택에 반영되지 않아 실효성이 적을 것”이라면서도 “연기를 확산을 차단해 향후 새 아파트에서는 분쟁 소지가 현저하게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지방자치단체도 층간 냄새 문제 해결에 착수했다. 우선
금연아파트에 인센티브를 주기로 했다. 가령 공동주택 단지 내 시설물 보수가 필요할 경우 구청이 공사비 일부를 무상으로 지급해 주는 식이다.
주택건설업계에서도 층간 연기와 냄새 피해 방지를 위한 설비나 평면설계에 고심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환풍기나 자동환기시스템 외 뚜렷한 대책이 없다는 게 업계의 이야기다.
대형 건설사 주택설계팀 관계자는 “층간 흡연은 환풍기를 제외한 기술적 측면에서 마땅한 해결책이 없다”며 “환풍기를 틀면 담배 연기가 옥상으로 빠져나가기 때문에 유일한 대책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최주은 기자 (jun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