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협상 시작조차 못해…권오갑 사장 ‘구조조정 중단’ 약발 미미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전경 <사진제공=현대중공업> |
11일 관련업계 및 회사측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노사는 올해 임금협상을 지난달 19일 시작했지만 3주째 제대로 된 상견례조차 갖지 못했다. 생산직·일반직 분리교섭 문제와 통상임금 이슈가 발목을 잡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일반직과 생산직 노조가 별개로 존재하는데 사측이 두 노조와 개별적으로 협상하겠다며 부산지방노동위원회에 ‘분리교섭’을 신청하면서 일정이 지연됐다. 부산지노위의 판단은 빨라야 19일경 나올 예정이다.
사측은 부산지노위의 판단 결과를 보고 나서 이후 교섭 일정에 대해 노조측과 협의할 방침이라는 입장이서 양측의 상견례가 이달 이후로 미뤄질 수도 있다.
상견례 이후 본교섭이 시작되더라도 빠른 타결은 불투명하다. 통상임금이 첨예한 이슈다. 노조측이 상여금 800%를 통상임금으로 인정한 1심 판결 반영을 요구하고 있는 반면 사측은 현재 소송 진행 중인 사안이므로 대법원 확정판결까지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본교섭이 시작되기도 전에 양측이 한 치의 양보 없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현대중공업 안팎으로 지난해 벌어졌던 노사갈등이 재현될 우려가 제기된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5월 시작한 노사 임단협이 9개월 간 장기화되면서 올해 2월에야 타결된 바 있다.
사측의 구조조정에 대한 노조측의 불신도 여전하다. 권오갑 사장이 이달 1일자로 담화문을 내고 “인위적 구조조정을 전면 중단한다”고 밝혔지만 노조측에서는 기존 희망퇴직 거부자에 대한 직무교육이 지속되고 있는 점을 들어 구조조정이 끝난 게 아니라는 주장이 나온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1월 희망퇴직 거부 근로자 50명(과장급)과 3월 희망퇴직 거부 여성근로자 65명을 상대로 직무교육을 진행 중이다. 사측은 “경쟁력 제고를 위한 교육”이라고 밝혔지만 노조는 복귀 가능성이 없는 퇴출교육이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관련 업계는 현대중공업 임직원 모두가 회사를 살리기 위한 노력을 함께 해야 할 시기에 노사 갈등이 심화될 것에 대한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현재 위기상황이다. 2013년 4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6개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 중이다. 지난해에는 영업손실 규모가 3조2495억원에 달했다. 올해 1분기에도 1924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조선 발주 감소로 올해 목표로 세운 수주 191억달러, 매출 21조원 달성 여부도 불투명하다. 현대중공업은 지난달에만 20억달러에 달하는 수주 성과를 올렸지만 현재까지 달성한 수주액은 목표액 대비 27%인 51억달러 수준에 불과하다.
이달초 한국신용평가는 정기평가를 통해 현대중공업의 실적이 단기간 내 개선되기 어렵다며 회사채 신용등급을 기존 'AA'에서 'AA-'으로 하향 평가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조선업계 사정이 전반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현대중공업이 노조 요구를 들어주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최근 9개 조선소 노동조합이 연대를 결성한 점에서도 현대중공업 노사 갈등은 올해 역시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다른 관계자는 “과거 80년대와 달리 최근엔 노사 갈등이 파업으로 인한 조업 차질로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없어 노사 갈등이 실적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준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위기극복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만은 분명하다”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회사가 현재 위기극복 경영을 진행 중인 것은 맞다”면서도 “노사 협상은 아직 본교섭이 개시되지 않았기 때문에 향후 전개를 예측하기는 이르다”라고 말을 아꼈다.
[뉴스핌 Newspim] 황세준 기자 (hsj@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