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타격으로 3개월 뒤 국경절 대목 놓칠까 우려 깊어
[뉴스핌=강필성 기자]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로 지금도 굉장히 힘든 상황이지만, 진짜 위기는 몇 달 뒤에 나타날 수 있습니다."
메르스로 여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유통업계 관계자는 최근 이같은 말로 올 '하반기 농사'에 대한 불안감을 토로했다. 오는 10월 1일부터 약 일주일로 예정된 중국의 국경절의 방문객 감소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국경절은 2월 춘절, 5월 노동절과 함께 가장 긴 3대 연휴로 꼽힌다.
국내 불경기로 인한 매출 감소분을 요우커(遊客, 중국인관광객)으로 메워오던 유통업계로서는 이번 메르스 공포에 속이 타들어가는 상황이다. 중국인들은 한국여행을 3~4개월 전에 미리 예약하는데 메르스 공포와 맞물려 오는 국경절 대목에 영향이 불가피하다고 보는 것이다.
지난 2월 중국 춘절을 맞은 롯데백화점 소공점의 풍경. / 김학선 기자 |
유통업계의 체감온도도 대폭 낮아진 상황이다. 면세점업계는 이달들어 매출이 줄어든 상황. 최근 몇 년간 두자릿수 성장을 이어가던 면세점의 특성상 이번 매출 감소는 사실상 12년 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 사태 이후로 처음이다.
대형마트, 백화점 업계의 분위기도 크게 침체됐다. 업계 관계자는 “요우커가 예전처럼 쇼핑 관광을 즐기기보다는 사람이 많은 곳에 방문을 되도록 꺼려하면서 방문객이 대폭 줄어든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가장 큰 문제는 석 달 뒤 찾아오는 국경절이다. 오는 10월 1일 국경절은 유통업계에서 가장 큰 대목이 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올해 추석이 9월 26일부터 29일까지 이어지고 이어 다음달 1일부터 바로 중국의 국경절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열흘 넘게 이어지는 최대 대목인 셈이다.
국경절에 요우커 방문이 예년 같은 수준을 유지할지는 미지수이지만 메르스 공포로 방문객 증가를 크게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견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국경절에 중국인들이 방한하기 위해서는 현 시점에서 여행사에 계약을 맺어야 하는데, 여행 자체를 꺼리는 분위기에 예약이 예전처럼 활발하게 될 가능성도 극히 낮아 보인다”며 “메르스 사태가 신속하게 정리되지 않으면 상황이 장기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현재까지 상황을 낙관하기 쉽지 않다. 최근 들어 메르스가 소강상태를 보이고는 있지만 여전히 메르스 사망자와 확진자는 늘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 쓰촨(四川)성 정부가 한국에 대한 여행금지 권고를 내렸다가 취소한 사례는 중국내 분위기를 단적으로 반영한다는 평가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이번 메르스 사태의 가장 큰 수혜자는 바로 일본이 될 것”이라며 “일본을 찾은 중국인들은 올해 상반기 한국을 앞질렀고 이같은 추세에 메르스가 쐐기를 꽂았다”고 말했다.
실제 감소세가 역력한 한국과 달리 일본은 지난달 사상 최대 규모의 외국인 방문객을 받았다. 특히 외국인 방문객 중 가장 크게 늘어난 것은 바로 중국인이었다. 엔저와 함께 한국의 메르스로 인한 반사효과로 풀이된다.
실제 일본 백화점업계는 적극적인 외국인 마케팅을 통해 지난달에 두자리수 매출 성장을 거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관광객이 메르스 확진시 치료비·여행비를 보상키로 했지만 얼마나 실효가 있을지는 미지수”라며 “이달 내 메르스 논란을 종식시키느냐가 하반기 실적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강필성 기자 (feel@newspim.com)